체력을 기르는 데 있어 근력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지구력이다. 도로라이딩을 오래 하다 보면 이 지구력은 꾸준히 느는 느낌인데 근력의 향상은 산에 다닐 때가 확실히 더 효과가 있다. 도로에서도 물론 충분한 힘을 사용하면 가능하겠지만 산책객들이 많은 요즘의 자전거도로 사정이 어디 그리 내달리기에 만만하던가? 그래서 요즘은 도로와 산을 번갈아 탄다.
천보산 약수터까지 올랐다가 마흔쯤 되어 보이는 사나이를 만났는데 삼천리 철티비를 끌고 약수터 위까지 올라갔다가 다운힐하면서 내려오던 도중 전복되면서 넘어졌단다. 많이 다치진 않았는가 물었더니 두어 군데 타박상 외엔 괜찮단다. 그런데 자전거를 요모조모 살펴 보니 휠셋이 휘어 타이어가 프레임에 걸린다. 뒷드레일러를 좀 봐 주고 나니 그럭저럭 내려갈 정도는 됐다.
"좌우간 힘이 장사십니다."
"네. 탄 지 몇 주 안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잘 타십니까?"
"자전거 타기 전에 등산을 워낙 오래 해서 체력이 됐나 봅니다."
생활자전를 끌고 올라온 이 씩씩한 사나이에게 제대로 된 엠티비를 운운하는 일은 자칫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 될 지 몰라 조심스럽다. 그래도 산에 다니시려면 안전을 위해서라도 튼튼한 엠티비 한 대 장만하십사고 간접적으로 권했다. 걱정과는 달리 엠티비를 타는 친구 꼬임에 빠져 타게 된 분이란다. 그렇다면 굳이 누가 옆에서 권하지 않더라도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서 구입할 확률이 높다. 벤치에 앉아 주머니칼을 꺼내 햇밤을 까서 드시던 할머니께서 아직 밤나무 아래서 밤을 터시는 할아버지를 부르는 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어따~ 할머니, 그러시다 할아버지 주눅드시겄소."
"응, 영감이 몸이 안 좋아. 내가 간신히 데리고 다닌다우."
"보기 좋네요. 그래도 저렇게 올라오셔서 밤도 따시고..ㅎㅎ
밤 한 톨 주십시오. 올해는 아직 햇밤의 맛을 못 보았네요."
"이거 아직 안 익은 건데?"
때절은 몸뻬 주머니를 뒤져 손주새깽이에게 용돈을 주시는 할머니 손길처럼 주머니를 뒤적이시더니 밤 한 톨을 내미시는데 정말 퍼런 풋밤이다. 꼼지락거리며 손으로 껍질을 벗기는데 풋밤이라서 그런지 쉽게 벗겨진다. 입안에 닣고 오도독 씹었다. 풋내음이 입안 가득히 퍼지면서 밤알갱이에 내내 모았을 지난 계절들의 정수가 입안에서 터진다. 정말 고소하고 향긋하다.
나이가 쉰하나면 난 아직 젊은가?
이런 계절의 변화를 앞으로 몇 번이나 더 겪을까?
갑장님과 약속하길 7순이 되기까지 산에 다니자고 약속했다.
산에서 바라보는 석양에 잠긴 조그만 도시의 모습이
어딘지모르게 조금은 쓸쓸해 보이다.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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