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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난은

靑竹2009.09.12 21:18조회 수 841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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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지만 마음이 부자인 마누라는 더 가난하며 마음까지 가난한  날 늘 보살펴 준다. 카메라를 잃은 뒤, 인터넷을 뒤지는 꼬라지를 보더니 한마디 한다. "카메라 그거 얼만데요?" "아녀,그냥 구경하는 겨." "그러지 마시고 내가 하나 사 줄 테니 나랑 내일 ○○마트 가서 구경해 보자구요."

 

세상에 별 미련도 없고 별 욕심도 없는데 철없는 아이처럼 가끔씩 꼭 가지고 싶은 게 생겨나니 이도 참 답답한 노릇이다. 어쨌든 사 달라고 크게 욕심을 부리지 않았는데도 마누라 덕에 조만간 내겐 과분한, 좋은 디지털카메라 하나 만지게 생겼다.

 

참, 천상병 시인도 우리동네 사람이었지.

부인이 찔러 준 용돈을 가지고 집을 나서 한 잔의 커피를 마시고 해장국 한 그릇 사서 먹고 나서도 버스값이 남은 외에 담뱃갑엔 아직도 담배가 두둑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천상병 시인은 아이처럼 마냥 행복해했단다. 나도 감히 그런 행복감을 자주 실감하며 산다. 마누라는 여전히 나밖에 모르고 변변찮은 아비를 만난 나의 아이들은 스스로 다 잘 자라 주었다.

 

중랑천 상류를 향해 둑방길로 자전거를 달리다. 의정부쪽에선 연일 자전거도로를 연결해가는 중인데 아직 상류 쪽은 제법 맑은 물과 고운 모래와 수초들이 무성하다. 무엇보다 고약한 냄새가 아닌 물냄새가 나는 곳이다. 저 인공의 구조물들이 더디게 올라오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나의 가난은/천상병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서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으로 때론 와서

괴로웠을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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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의자전거포 (by sarang1207) 송파구에서 mtb탈곳? (by 시금치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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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6
  • 靑竹님 역시 전통이 있는 출신이셨군요

    천상병시인님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인생을 소풍이라 표현하심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가수김장훈의 가난한 날이 노래가되어라는 음악을 들으면 눈물이 납니다 

  • sarang1207님께
    靑竹글쓴이
    2009.9.13 12:27 댓글추천 0비추천 0

    삶을 소풍처럼 살았던 멋진 분과 한 동네에 산다는 것뿐이지

    전통은유.ㅎ~즐거운 하루 보내십시오.

    오늘도 자전거를 타기 딱 좋은 날씨입니다.

    어제 내린 비가 가을을 좀 더 많이 떨구고 갔군요.

  • 행복과 부는 상관관계가 아주 낮다고 생각합니다.

    시장 골목 지나 있던 방두개 신혼집 생활이 가장 행복했던거 같습니다 .

    더운 여름 퇴근길에 마누라 불러내어 통닭에 시원한 맥주한잔 하던 추억,

    추운 겨울이면 호떡이나 순대 한봉지사들고 비디오 테잎 빌려가는 재미,

    당시 마누라는 집 앞 골목길이 무섭다며 절 불러내곤 했는데,

    지금은 마누라가 무섭습니다^^

     

  • 탑돌이님께
    靑竹글쓴이
    2009.9.13 12:28 댓글추천 0비추천 0

    역시 지금보다는 더 가난했던 그러나 훨씬 더 재미 있었던 시절들이 떠오릅니다.

    맞습니다. 사실 상관관계가 낮습니다.

  • 탑돌이님께

    그때는 젊었고,,지금은 늙어가고....

    청죽님은 복도 많으십니다.허허허

    아무리 마눌자랑은 팔불출이라 하지만,,,

    안봐도,, 보이듯이,,, 좋습니다.

  • 어쩔 수 없이 평생 지니고 사는 가난이지만
    때때로 세속적인 모습을 보면서 혀를 차고 삽니다.

    이쑤시개 하나를 다 없어질 때까지 깎아서 쓰셨던
    성철 스님이 생각이 납니다.
  • 구름선비님께
    靑竹글쓴이
    2009.9.13 12:24 댓글추천 0비추천 0

    그 어른의 만분의 일만 본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오늘도 날이 무척 좋으네요 선비님.

  • 靑竹님께

    에이....

    모든 사람이 그렇게되면 재미없죠

  • 총각 때...적지 않은 월급을 통채로 어머니에게 드리고...일일 용돈을 받아가던 습관이....

    결혼해서는 역시나..마눌님에게 통장 다 맡기고....일일 교통비와 점심값, 자판기 커피값만 받아 다니더니만....

    이젠..

    모아 둔 비자금 하나 없이...가지고 싶은 것 있어도....슬슬 마눌님 눈치만 살피다가....

    가난을 가난이라 여기지 않는다면....그 역시 가난이라 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평생을 가난 속이라 생각하는 저로서는 부족함 없음에도...늘 부족함을 느끼니....가난인게지요...

  • 풀민이님께
    靑竹글쓴이
    2009.9.13 12:22 댓글추천 0비추천 0

    가난이 대체로 마음에서 오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수조 원 대의 자산가가 극단의 절약을 실천하면서 산다고 착각하며 삽니다.

    제가 다니는 산과 들이 모두 제 땅이라고 생각하지요. 계산이 안 됩니다.

  • 오늘 아침 담배곽에 남은 두어개피의 담배가 어찌나 소중하던지요...

    며칠간 무리한 덕택에...

    저녁에 잠시 누웠던 것이 푸욱 자고 새벽에 일어났습니다...

    저어기 아래...

    제가 쓴글에 첫단추를 잘못끼우신 청죽님 덕분에 재미있었습니다...

    셋째가 맞습니다...

  • 인자요산님께
    靑竹글쓴이
    2009.9.13 12:20 댓글추천 0비추천 0

    음...가뜩이나 돋보기가 필요한 시절에

    제겐 무리한 독해력을 요구하시는 그런 글을..ㅋㅋㅋ

    아무튼 엄청 축하합니다.

  • 요즘현실은 대체로 가난이 대물림 되더군요.

    물론 가난해도 눈 빠지게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되면 부를 누릴수도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지가 못하다보니  빈부의 차이가 자꾸 더 벌어지는것 같습니다.

    그런데 15만? 우리 왈바 식구들도 가난하기까진 않아도 큰 갑부내지는 큰 부자가 없는것

    같은데 제 생각이 맞을까요 ?

    아무튼 부자 자식( 아들 또는 따님) 들은 자전거같은건 땡볕과  추위 무섭고 힘들어 안타는건

    확실한것 같습니다,

    그래도 우린   " 자전거가 좋타 ~ " (청죽님! 분명히 표절 아닙니다?) 

     

  • 하늘기둥님께
    靑竹글쓴이
    2009.9.14 17:00 댓글추천 0비추천 0

    가난이 대물림되는 것이야 그만큼 동등한 기회를 얻기 어려운

    사회구조적 문제 탓이 크겠지요.

    저야 그냥 하루 죽 두 끼 먹으면 만족합니다.

    그런데 아들놈은 절 닮은 거 같고 딸아이는 욕심이 좀 많은 것 같더군요.

    하늘기둥님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뵙네요.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 그,,천상병님에게,,,용돈을 받았다는 친구가 있습니다.

    여행가 지요,,,그친구가 지은 책을 2권읽었는데,,

    저번 정선여행중에,,보았지요.

    지금은 인사동에서 막걸리집을 한다는데..

    그집 막걸리맟이 일품이라 하더군요.

  • 산아지랑이님께
    靑竹글쓴이
    2009.9.14 17:02 댓글추천 0비추천 0

    술을 무척 싫어하는 편인데 막걸리는 어느 정도 용인합니다.

    한 번 가서 탁배기 한 잔 마시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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