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지만 마음이 부자인 마누라는 더 가난하며 마음까지 가난한 날 늘 보살펴 준다. 카메라를 잃은 뒤, 인터넷을 뒤지는 꼬라지를 보더니 한마디 한다. "카메라 그거 얼만데요?" "아녀,그냥 구경하는 겨." "그러지 마시고 내가 하나 사 줄 테니 나랑 내일 ○○마트 가서 구경해 보자구요."
세상에 별 미련도 없고 별 욕심도 없는데 철없는 아이처럼 가끔씩 꼭 가지고 싶은 게 생겨나니 이도 참 답답한 노릇이다. 어쨌든 사 달라고 크게 욕심을 부리지 않았는데도 마누라 덕에 조만간 내겐 과분한, 좋은 디지털카메라 하나 만지게 생겼다.
참, 천상병 시인도 우리동네 사람이었지. 부인이 찔러 준 용돈을 가지고 집을 나서 한 잔의 커피를 마시고 해장국 한 그릇 사서 먹고 나서도 버스값이 남은 외에 담뱃갑엔 아직도 담배가 두둑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천상병 시인은 아이처럼 마냥 행복해했단다. 나도 감히 그런 행복감을 자주 실감하며 산다. 마누라는 여전히 나밖에 모르고 변변찮은 아비를 만난 나의 아이들은 스스로 다 잘 자라 주었다.
중랑천 상류를 향해 둑방길로 자전거를 달리다. 의정부쪽에선 연일 자전거도로를 연결해가는 중인데 아직 상류 쪽은 제법 맑은 물과 고운 모래와 수초들이 무성하다. 무엇보다 고약한 냄새가 아닌 물냄새가 나는 곳이다. 저 인공의 구조물들이 더디게 올라오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나의 가난은/천상병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서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으로 때론 와서 괴로웠을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자전거가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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