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무리의 자전거부대를 만났는데 아지매들이 주축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여나므 대의 자전거가
하나같이 티타늄 프레임에 하이엔드 부품이다.
"헛, 생활자전거가 여기 다 모였네?"
하며 우스갯소리로 너스레를 떨고 말았는데
그들 모두의 선택들이 과연 자전거의 기능적인 면 등을
충분히 고려한 것이었는지 확실이 알 도리는 없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아쉬운 생각이 한편으로 들었다.
자전거를 타고 산행을 하다가 남편과 함께 등산 중이던
아는 아지매를 하나 만났다.
"요즘 자전거 안 타시는 모양입니다?"
"쉿, 신랑에게 500만 원짜리 티타늄 자전거를 사 달라고 꼬드기는 중인데
사줄 듯 말 듯 시간을 끄네요."
"그 전에 타시던 자전거는 어쩌시고요?"
"......."
기억으로는 입문용 자전거를 타고 어울리며
씩씩하게 돌아다니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이놈의 병적인 한국사회는 그녀 역시 그렇게 만들었나 보다.
언젠가 한 사이트에서 어떤 아지매가 쪽지를 보내 이런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자전거에 맛들려 한 동호회에 가입하게 되었는데
나갈 때마다 몇몇 회원들로부터
"어머, 그거 무겁고 잘 안 나갈 텐데 어떻게 그런 걸 타고 다닌대?"
하는 등의 소리를 들었다는 것이었다.
(나도 이런 말을 들었던 경험이 꽤 된다.)
좋은 이야기도 한두 번 들으면 식상한 법인데
잊을 만하면 듣게 되니 자존심이 상당히 상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가던 동호회에 발길을 끊었단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녀가 타고 있는 자전거는
대단히 훌륭한 자전거가 틀림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획일성에서 벗어나는 일은 정말 어려운가 보다.
중요한 시기에 아이들의 권리나 자유는 고려하지 않고
남들이 보내니 내 아이들도 죽어도 보내야 한다며
이런저런 학원들로 내몰아 아이들을 속박하고
자신마저 가랑이가 찢어지는 줄 모르는
어리석은 우리 사회의 모습은
자전거사회라고 별반 다를 게 없는 모양이다.
그나마 한 가지 위안인 건
요즘 젊은 세대들은 그나마 획일성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고 있어 보인다는 사실이다.
그나저나 세상에서 가장 좋은 자전거가
솔직히 지금 내가 타고 다니는 자전거 같다.
자기 암시가 아니다. 실제로 타면서
'아, 정말 좋은 자전거야'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자전거를 타거나 그런 마음은 항상 같았다.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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