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사람의 목숨을 구한 일을 경험한 분들이라면 그 순간의 묘한 느낌은 잊기 어려울 것입니다. 아래 글을 읽고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적어봅니다.
2008년을 시작하는 1월 2일이나 3일경이었습니다. 한참 동네 사우나에 맛을 들여가지고 거의 매주말에 가서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몸을 불리고 왔죠. 요즘은 좀 뜸하지만서도..
뜨거운 물에 들어가는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건식, 습식 사우나에서 땀을 흘리고 냉탕으로 식히거나 근처에 앉아서 좀 쉬는걸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의자에 앉아서 쉬고 있으니 노인네한분을 모시고 들어오는 30대 후반의 건장한 남자가 보이더라구요. 할아버지와 같이 열탕에 앉아 있다가 본인은 저 구석지로 가면서 "아버님. 저는 저기서 샤워할테니 필요하시면 부르세요"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그 뒤에 냉탕 앞에서 뜨거운 몸을 식히며 물끄러미 보고 있었죠. 사실 땀도 흘리고 안경도 벗고 해서 제 정신도 그리 말짱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멍하게 있었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좀 있다가 눈치 챘는데 그 노인네가 열탕에서 안보이는 겁니다. 일어나셨나..했더니 그게 아니고 열탕 안으로 잠수를 하고 계시더군요. 팔도 마치 수영하듯이 휘두르면서 좁은 탕을 이리저리 도는것 같았습니다. 팔이 물밖으로 나왔다가 들어갔다 하면서...
그 모습을 한 10초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면서 저도 모르게 잽싸게 탕안으로 튀어 들어갔습니다.
'저리 뜨거운 물속에서 잠수를 하는 사람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뜨거운 물속을 뛰어드는데 제 몸에 뜨겁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습니다. 물위에서 할배를 내려다 보니 그속에서 눈뜨고 입벌리고 계시데요. 팔을 잡고 바로 건져서 빰을 때리면서 정신 차리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할배를 들쳐업고 밖으로 나와서 119 부르라고 소리치고 바닥에 눕혀 드리니 입술이 시퍼렇게 질리셨더라구요. 함께온 남자는 사위라던데, 원래 장인어른이 뜨거운 물을 좋아한다 하시면서...얼굴에 치약 거품을 묻힌채 얼이 빠졌더군요.
옆으로 돌려 뉘어 놓으니 잠시 후 물을 토해내시고 혈색이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구급대가 도착해서 병원으로 실어갔네요.
조금만 늦었어도 돌아가셨을겁니다. 명절을 보내려 시골에서 딸래미 집에 올라왔다가 큰 변을 당할뻔했지요. 살면서 이렇게 사람 목숨 건져본 경험이 얼마나 될까요.
진짜 급박한 상황이 오면 일단 몸이 반응하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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