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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계점코스

靑竹2009.09.16 00:08조회 수 818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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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감시하는 것도 아니건만 '한 번 오른 업힐 코스는 절대 내리지 않는다'는 신념을 그런대로 아둥바둥 지키며 산다. 자전거 타는 일을 게을리하면 체력이며 지구력이며 떨어지게 마련이라 그런 경우엔 그런 코스들을 아예 가지 않는 방법으로 필시 신념을 깨뜨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용의주도하게(잔머리 쪽으로 혐의를 두기도 하지만) 피한다.

 

나의 현재 체력은 누구보다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기에 '오늘은 ○○코스를 올라 보고 싶지만 지금 체력과 컨디션으로는 어려울 거야'라는 판단 아래 '등정불가'라는 과감한 사전 처방을 내리곤 하는데 이런 코스들은 대개 지구력과 체력을 부단히 요구하는 업힐 코스들이다. 어떤 코스들은 너무 힘이 든 나머지 등정에 성공하고 나면 뿌듯한 마음이 들기 이전에 "비싼 돈 쳐들여 자전거 사서 이 무슨 개고생이람" 하면서 입안에서 욕지거리부터 맴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란다.

 

그런데 같은 업힐이라도 싱글코스를 타다 만나는 크고 작은 여러 구간 중에 성공과 실패를 밥 먹듯 되풀이하는 곳이 몇 군데 있다. 오늘은 어찌어찌 올랐는데 이틑날엔 내리고 또 다음날은 어찌어찌 또 올라가니 이런 코스의 경우는 '한 번 오른 업힐 코스는 절대 내리지 않는다'라는 신념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하게 체력과 지구력을 요하는 외에 테크닉을 추가로 요구하기 때문에 신념을 지킬 대상에서 이런 코스들은 애초부터 제외시켰다.

 

본디 몸치 소질이 강한 나로선 테크닉까지 발휘해야 되는 상황이 사실 좀 부담스럽다. 잠을 덜 잤거나 몸이 피곤하다거나 아니면 요 며칠 잘 올랐다는 자만심 탓에 제대로 자세를 완벽하게 갖추지 않고 적당히 오르려 한다거나 돌출된 바위와 나무뿌리를 보며 전에 없이 더 겁을 먹는다거나 하는 등의 수많은 변수들을 짧은 순간에 모두 제어하기엔 역량이 부족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진 능력의 한계선상에서 접하는 코스라고 생각되는데 난 이런 코스들을 일컬어 이른바 '임계점코스'라고 명명하는 바이다. 물론 사람마다 능력이 다르니 다른 이들에겐 해당이 없는 명칭이겠지만...

 

거의 절반 정도의 확률로 등정에 성공하곤 했던 하나의 임계점코스에서 오늘은 위에서 내려오던 하얀 등산모를 쓴 어여쁜 아지매가 멈춰서서 구경하는 상황이라 기필코 성공해야 되겠다는 열망이 있었는데 거의 다 오를 찰나에 무당이 작두를 타듯 나무를 잘라낸 밑둥치로 앞바퀴를 올리며 그만 실패하고 말았다.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울컥 드는 게 마음 같아선 며칠 날을 잡아 새벽부터 밤까지 진을 치고 연습을 거듭해 임계점코스군에서 탈락시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비 오듯 흐르는 땀에 숲바람을 맞으면 이제 제법 선득하다.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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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4
  • 전 아예 임계점을 정하지 않습니다. ^^

    그냥 사방사방 다니는 게 장수에 도움이 될 거 같아서요.

    이쁜 아줌씨도 남의 떡이라, 내 몸 축내면 손해라는..... ㅎㅎㅎㅎ

  • 바보이반님께
    靑竹글쓴이
    2009.9.16 00:18 댓글추천 0비추천 0

    ㅋㅋㅋ

    그도 그렇습니다.

    아직 안 주무셨어요?

  • 아직도 정복하려는 의지가 넘치는 청죽님은

     

    청춘이십니다

     

    저는 그런거 버린지 오랩니다 ㅎㅎㅎ(얼마나 편한지 모릅니다)

  • stom(스탐)님께
    靑竹글쓴이
    2009.9.16 00:20 댓글추천 0비추천 0

    음..스탐님께서 저보다 먼저 해탈을 하셨습니다.

    알콩달콩 행복하게 사시는 모습이 기대되는 스탐님.^^

    나중에 약속대로 사진 좀 가끔 올려 주세요.

  • 靑竹님께

    19금은 선비님에게 보여달라고하세요 ㅎㅎ

    말이 19금이지 별거 아닙니다

  • stom(스탐)님께
    靑竹글쓴이
    2009.9.16 00:27 댓글추천 0비추천 0

    헛, 19금도 있습니까? ㅋㅋ

    (구름선비님 언제 오시나...)

  • 靑竹님께

     우하하하

    속으셨네요

    g 045.jpg 

  • 우면산에 불가능한 코스라고 아예 시도도 해보지 못한 업힐이 있었는데

    몇번 끌고 다니다가, 엉뚱한 생각에 몇번의 실패끝에 성공한바 있습니다.

    그뒤로도 정신을 집중하면 성공하고, 업신여기면 번번히 실패하더군요.

     

    아따 스탐님 이쁜 새색시 들이셔서 좋으시겠습니다.

    심야에는 신부께서 적적해 하시니 왈바질은 좀 삼가시는게 어떨지요^^

  • 탑돌이님께
    靑竹글쓴이
    2009.9.16 10:18 댓글추천 0비추천 0

    며칠 전의 업힐이 좀 무리였던지 좀체로 아프지 않던 무릎이

    조금 시큰거리네요. 가장 신경을 쓰는 곳이 무릎인데요.

    조만간 신념을 버려야겠습니다.ㅎㅎㅎ

  • 관련된 건 아니지만 해부학 용어 중에 critical point라는 부분이 있답니다.

    발견한 의사 이름을 따서 JUDEK(C)' point라고도 하는...

    복부 혈관중에 다른 곳은 죄다 anastomosis(교차, 우회)가 있어서 어느 한 부분이 막히면 다른 쪽으로 우회해서 피가 통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하는... 뭐...

    근데 딱 한 곳 그게 없는 부분이 있답니다.

    대장 중 직장으로 연결되는 혈관이 그게 없습니다. 잘못 건드려 그 혈관을 막거나 잘라버리면 직장괴사로 인해 사망으로 이어진다는...

    외과의들이 아주 중요하게 조심하는 혈관이지요.

     

    접두어에서 cri~~~의 뜻은 다 아실테지만 극한의 한도의 뭐 그런 뜻 되겠습니다.

     

    ==============================================================

     

    전 그저 매사가 임계점입니다.  흐르는 대로 유유자적같지만...

  • 십자수님께
    靑竹글쓴이
    2009.9.16 10:20 댓글추천 0비추천 0

    일전에 많이 아프신 듯 수척해지셨던 때가 있었는데

    혹 십자수님과 관련된 부위는 아니겠죠?

    아무튼 건강이 최곱니다. 무조건 건강하세요.

     

  • 안장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잔차를 탄다는게 어찌도 그렇게 우리네 삶과 닮은 부분이 그리도 많은 것을 자주 깨닫곤 합니다. 청죽님의 글에 다시 한번 느낌을 가집니다.
  • 잔차나라님께
    靑竹글쓴이
    2009.9.16 10:22 댓글추천 0비추천 0

    비슷한 모형이긴 하지만 자전거는 대단한 즐거움을 주니

    그나마 낫습니다. 잔차나라님도 그간 안녕하셨는지요?

  • 부산에는 진보근고개라는 임계점이 잇죠 ㅎㅎㅎ

    보기에는 평범한 업힐 같지만 아직 오르는 사람은 요즘 많아져서 상위 10%정도

    전 아직 오르지 못했습니다 ......ㅠㅠ; 제대하기 전까지 올라봐야 하는데.......ㅠㅠ

  • 쌀집잔차님께
    靑竹글쓴이
    2009.9.16 10:24 댓글추천 0비추천 0

    흐~ 부산의 엄청난 언덕들...ㅎㅎㅎ

    진보근고개는 그 중에서도 발군이 틀림없을 테죠?

    원정 업힐 따위는 일찌감치 포기합니다.

  • 그런 곳들은 아랫것들 시키시지 ㅎㅎ
  • 구름선비님께
    靑竹글쓴이
    2009.9.16 10:25 댓글추천 0비추천 0
    아랫것들 하나만 보내 주세효. 선비님.ㅋㅋ
  • 靑竹님께

    ㅎㅎㅎㅎ

    어차피 혼자 타실거면서~~~

  • 저도 지난번 화야산을 시작으로 다시 산으로 가려고 준비중입니다. 로드만 수년 타다보니

    산에서 자연을 느끼며 다리고 싶다는 충동이 밀려오네요...산에서 살으리럿당...

    이제 다시 산으로 갑니다...언젠간 산에서 청죽님을 뵐날이 있것지요...^^

    이쁜 아줌씨 좋네요...전 그런 경우에는 절대 실수 할 수 있습니다...헤헤헤

  • 선인님께
    靑竹글쓴이
    2009.9.16 12:19 댓글추천 0비추천 0

    헛? 화야산에 가셨어요?

    저야 바닥이 온통 결빙이 되었을 때라 힘들었지만

    경사도로 보면 상당히 마일드하고 경관이 뛰어난 곳이죠.

    언제 한 번 곰솔이 불러서 같이 가 봅시다.

  • 설렁설렁 타시는줄 알았더니만 빡씨게 타시는군요....

    뼈와 연골을 생각하실 연세이십니다...^^

  • eyeinthesky7님께
    靑竹글쓴이
    2009.9.16 12:20 댓글추천 0비추천 0

    머잖아 거름으로 자연에 되돌려 줄 텐데요. 뭐.ㅋㅋㅋ

    (음..그래도 조심해야겄다.)

  • 역시 다 들 설렁설렁 탑니다 초보수준입니다 말로만...

    靑竹님도 역시 그런 분 중 한 분이셨군요^.^;;;

    저야말로 정말 초보요, 설렁설렁 탑니다

     

  • sarang1207님께
    靑竹글쓴이
    2009.9.16 17:54 댓글추천 0비추천 0

    제 기준으로 쓴 글이니 그렇게 보이실 뿐이지

    상대적 비교로 보면 저는 설렁설렁 오리지널이랍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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