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이 넘도록 이들의 노래를 들어왔습니다.
젊음에 겨운 치기,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분노와 야유, 절망과 아우성...이것이 그들의 젊은 시절 음악의 키워드들었다면
서른을 넘긴 장년이 된 요즘 그들의 음악은
완숙과 관조가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속에도 요즘 말로 아직 녹슬지 않은 서슬퍼런 '엣지'가 번뜩이고 있구요..
얼마 전, 그들의 새 노래 '고래 안녕'을 들었습니다.
전 놀라고 또 놀랐죠.
한 달포 전에 인터넷 포털에서 어느 환경운동가 겸 화가이신 분이 그린 그림을 어느 사진작가가 찍어서 소개한
것을 보게 되었는데... 그림의 제목은 '우리는 너를 떠난다' 였습니다.
큰 고래가 그 등위에 온갖 동물들과 식물들을 싣고 지구를 떠나 밤하늘로 비상하는 장면이었죠..
전 그 그림을 보면서 지구 위에서 벌어지는 온갖 생명 말살의 만행들에 넌더리가 난 작가의
자기 왕따 선언 혹은 자기 이익을 위해 자연과 생명을 파괴하기에 주저함이 없는 구제불능의 인간들에게
지구의 생명들이 남기는 결별 선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듣게된 크라잉넛의 고래 안녕이란 노래는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바로 이 메시지를 담고 있거든요....그들이 이 그림을 보지 않았다면 만들 수 없는 곡이었다고 확신합니다.
이 노래는 이렇게 끝나죠.... 떠나는 고래를 향해 "맑은 별에서 다시 만나요" 라고...
크라잉넛은 그 화가보다는 더 희망을 말하고 싶었을까요..??
하여간
크라잉넛
그들은 불혹은 넘긴 중년을 이리도 감동시켜주는
늙지 않는 밴드
동시대의 가치와 더불어 진화해가는 소리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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