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엔 가끔 고향 마을이 등장한다.
고향마을 전부이거나 마을 사람들이 아니라
마을의 어느 한 곳, 또는 친구 한 명 등이 나오는 것이다.
추억이라고 하기엔 좀 누추한 유년을 보낸 나에게
남들같은 고향의 아련함이라든가 그리움은
없는 듯 하다.
여하튼 꿈속의 나는
어느 동네나 있는 '비석거리'를 걷고 있었다.
동행한 사람은 초등학교 동창인지 고등학교 동창인지
서너 명이었는데 내가 너무 얼굴을 보여 주지 않는다며
'이 눔이 죽었나 보려고' 내 고향엘 왔단다.
그 비석거리 언덕길에 있는 계단식 논을 지나는데
공사장에서 파다 쌓아 놓은 흙이 잔뜩 쌓여 있다.
누구는 이 흙을 쌓아 두었으면 원상 복구를 하는 것이 맞다고 하고
다른 누구는 아마 처음부터 흙을 쌓을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니
그냥 두어도 한다고 그런 말들을 한다.
비석거리엔 유년의 추억이 있다.
좀 으슥한 곳이라 중학교 입시 과외를 하던 나는
한 살 어린, 지금은 고인이 된 친구 녀석과 단 둘이 그 곳을 지나와야 했었다.
낮에도 산소가 몇, 비석이 있는 곳이라 좀 무서운 곳이었는데
그날 거기를 지나쳐 오는데 비석거리 안쪽,
멀리 보이는 산에 불이 났었다.
다음 날
학교에 가는 길에 본 그 멀리 보이는 산엔 불 난 흔적이 없는 것이 아닌가?
죽은 친구에게 몇 번이나 확인했었지만
그날 본 불은 정말이었다.(진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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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석거리를 지나면 개울이 있는데
계곡에서 내려오는 개울이라 평소엔 물이 적어도
비만 내렸다 하면 학교를 가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이었다.
그런데 꿈속마다 그 개울은 나에게 요단강인지
개울 이쪽은 완만한데 비하여
저쪽은 경사가 급한 꿈을 자주 꾼다.
아마 동네를 떠나 밖으로 나가는 그런 곳이어서
외부를 향한 두려움이 나에게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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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개울을 지나 바로 옆에 어떤 친구의 집이란다.(여기서부터는 개꿈의 시작이다)
그 친구네 집에서 식사를 하고 가라는데
내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음식이 하나씩 있어서
겨우 치우면서 지나쳤는데
식사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40대 독신 여가수와 그 또래 홀아비의 얘기가 말미를 장식하는데
개꿈답게 19금이다.
그 때쯤엔 잠이 좀 깨었는지
내가 꿈의 줄거리를 이어가는 그런 것이었다.
'꿈보다 해몽'이라는데
이게 무슨 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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