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서울이 분명하지만....
논, 밭이 있고...산이 있어....가을이면...벼메뚜기 잡아 병에 담고서....튀겨 먹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뒷산(??) 관악산의 관음사 오르는 길목...계곡에는....제법 씨알 있는 물고기들이 있어....
이젠 차가워진 냇가를 덤벙거리며.....몇마리 건져내기 바빴습니다....
그리고 관악산 중턱....숲에는...한여름 산딸기 따서 먹던 곳 옆에는....
터진 밤송이 안으로 밤톨들이..나뒹구는 것을 윗저고리 벗어서 담아 오곤 하였습니다.
이런 서울 변두리의 가을의 모습은.....우리집 앞마당에서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대문 앞 감나무에는...제법...선홍빛 감들이 열려서.....익어가고 있었는데.....
동네 친구놈들....이리 흔들고 저리 흔들어....아직 떫기만 감들을 다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아직 떫을터이니....좀 기다려야 한다...그리고 까치밥은 남겨 놓아야 하고....."
동네 복덕방에 모여서 장기, 바둑을 두시던 할아버지들이.....멀리서 한마디 하시고.....
그렇게 제 어린 시절의 가을은...지나갔습니다....
그런 지금의 그 변두리 집터는.......흔적도 없어지고...
그곳에는 아파트가 들어 서 있습니다.
그리고 함께...메뚜기도 잡고..물고기도 잡고...밤톨을 줍던 그 동무들은....어디서 무얼 하는지...
그때의 동무들 얼굴들 조차 가물가물 합니다.
오늘.....누님 댁을 가다가....우연히 예전 살던 그곳 앞을 지나치게 되었습니다...
시냇물 흐르던 그곳은 지금은 자동차 물결만이 흘러 가고 있었습니다.
밤나무 가지도 약하지만 감나무 가지도 생각보다 퍽 약하지요.
어려서 감을 따러 올라갔다가 가지가 부러지거나 찢어져
몇 번 떨어진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약한 가지에 엄청난 숫자의 감들이 주렁주렁 열리는데
바람이 몰아치는 날 그 무게는 또 어떻게 지탱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더군요.
제 고향은 어릴 적 보았던 모습이나 지금이나 거의 매일반이더군요.
예전의 모습을 영영 잃어버린 고향의 모습에 퍽이나 허전하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