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0여년의 결혼 생활을 경험으로....
오늘(추석 이브)을 피해야한다는 교훈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여....아침 일찍....홀로..미사리 등지로 잔차타고 튀리라....다짐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결혼 20여년차라면....마눌님 역시 저랑 동급(???) 이란 사실을 잠시 망각했었습니다....
일어나자 마자.....아무 말 없이 슬슬 배낭을 챙기는 순간....
"아니...배낭 말고....장바구니면 돼...." 하는 마눌님 목소리...
??????..... 이건 웬 교회당 종치는 소리란 말인지......
가까운 재래식 시장을 가야한다는 것입니다.....이것이 바로..추석이브의 비극(??) 입니다.
암튼....아침 일찍.......귀만 안잡혔을 뿐이지..삼복 더위에 끌려가는 개처럼....질질질...
이것 저것...부침 재료와 고기...잡채거리..등등.....검정 봉지를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들고서..양팔 빠지게....걸어서 집에 왔습니다.....
장을 보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이제..나.. 나가도 돼지????"
순간...마눌님 눈에 살기가 번뜩이더니....
"재료 분리해서..냉장고에 넣고.. 거실에 신문지 깔고..가스렌지로 부침 만들 준비해...."
사타구니 밑으로 꼬랑지 내린 X 마냥 아뭇소리도 못하고....
후다닥....준비태세 완료!!!
"이젠..나..나간다???"
"살기를 원해???.....빨랑 부치지 않고 뭐해???"
흑흑,,,,
무려 수시간 동안 기름 냄새 맡으며.....
온갖 부침을 홀로 다 했습니다.....우리 마눌님은 뭐하느냐고요????
소파에 반쯤 누워서...TV에서 나오는 특집예능프로를 보면서...꺄르르륵!!!
그래도 아직...늦지 않았다(??)는 신념에.....후딱 해치우고 잔차타러 나가리라....
홀로 주방과...거실을 오가며....무려 세바구니나 되는 양의 부침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건 거의 반찬공장 수준????)
"만세!!!...다 끝났다!!!...멀리는 못가고...잠시 한강 나가서 콧바람 쐬고 올께..."
룰룰랄라......당당하게(???) 옷챙겨 입으려 일어나는 순간....
"이 웬쑤..!!.....저..그릇들도 다 설겆이 해야지....물기 다 닦아서 제자리에 넣어 놓고......"
엉엉엉....이젠 정말 어쩡쩡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루종일 식용유 냄새를 맡았더니....머리도 띵~~ 하고.....
(에라!! 그래 오늘 잔차타는 것 포기하마!!!!.....퇫퇫퇫!!!!!)
왜....그렇게 사느냐고요???
이건 순전히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 탓입니다....
살아 생전....추석 음식 준비는 남자가 해야 한다고....
여자가 그런 것에 신경쓰면...큰일(??)을 할 수 없다고.....
(사실은..여자들 명절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하니....어머님이 저를 시킨 것이 발단이었습니다만..)
지금은..어머니도 안계시기에....도와 줄 사람도 없고.....
마눌님 늘어지게 쉬는 동안....(아니..간 정도는 봐 줍니다) 저는 하루죙일....
쌔빠지게....일했더니.....벌써....5시가 넘었네요...에구구구.....
그저....매해 명절 전날 겪는 이 일에 벗어나는 방법은????
큰놈...빨리 장가 보내서....며느리를 보던지....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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