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동네에서 동네로 이사를 하였습니다.
바로 길 건너입니다.
동네에 작은 단지 아파트가 세 군데가 있는데
세 군데를 다 살아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내 집에,
두 번째는 내 집을 세를 주고 다른 곳에 전세로
이번에는 내 집을 팔고 새 집을 사서 이사를 한 것이지요.
이번 이사는 참 어려웠습니다.
매도자의 집에 '일'이 있어서였습니다.
8년의 나이 차이가 나는 부부였는데
남편의 외도로 가정이 풍비박산 상태었고
아파트를 담보로 돈을 빌어쓰고, 다른 곳에서 빌어 쓴 돈 때문에
가압류가 되어서 지분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이혼 위자료 조로 아내가 받아가는 그런 형국이었습니다.
따라서 그집 아내가 남편의 위임장을 받아 계약은 했지만
언제 어떻게 변할 지 모르는 남편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지요.
처음 계약을 하러 가던 날도
그 집 아내의 요청으로 집 값이 500만원이 증가하였습니다.
중도금을 달라고 해서
그 조건으로 가압류를 풀어 달라고 하였는데
그 것도 해결되지 않아 지연되는 등
이사를 가기로 한 25일 동안 살얼음판 위를 걷는 느낌으로 보냈습니다.
얼마나 부부사이가 좋지 않았는지 단적인 예가 있습니다.
처음 집을 살피러 갔을 때 저는 동행하지 못했습니다.
마누라가 가 보니 집안을 치우지 않아서 '돼지우리'같았다고 합니다.
젊은 아이가 하나 있어서 대충 보고 나와서 계약에 이르게 되었는데
부동산에서도 적절한 설명이 없었고
나중에 수리를 위하여 방문해 보니
문마다 발로 찬 것인지, 주먹으로 친 것인지
전부 구멍이 나 있었습니다.
방문 하나는 가로로 갈라져서 너덜너덜하는 정도였습니다.
그 날 그 집에 가서 알게 된 것인데
그 집 아내가 문학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그런대로 알려진 시인이더군요.
여하튼 부동산에 위 사실을 알리고
방문을 교체하는 비용에서 서로 상의를 하였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잔금을 치르는 날 그 이야기를 꺼냈는데
단호한 어조로 반대를 하더군요.
싸울 생각은 없어서 그 간에 계약과정에서 불편하였다는 말을 하였는데
자기의 상황에 격앙이 되어서 반 울음 상태로 화를 내더군요.
서로 더 바닥을 보여서는 안 될 것 같아서
그냥 잔금을 치루었습니다.
이사를 하고 나서 조금 여유가 생겨서 인터넷 검색을 하였습니다.
그녀의 이름을 치자 시가 몇 편 나오는 것으로 보아
시를 쓴지 꽤 오래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의 내용 중에는 배신, 원망, 증오, 애증, 인생의 덧없음 등이
흥건히 배어 있었습니다.
시를 몇 편 읽어 보면서 드는 생각은
''이 여자가 자기의 애간장이 끊기는 아픈 경험을 시로 표현했구나'하는
것이었습니다.
극한 상황에 처하고
그 극한 상황을 경험해 보면서
가슴 저 밑바닥에서 잠자는 감정을 끄집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거기서 본 시어의 오묘함과
자기의 사정을 드러내며 울부짖던 여자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이라니~~
'의식이 족해야 예절을 안다'는 말이 있는데
경제적인 것이나, 정서적인 것이나
족한 것이 있어야 '우아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인가 봅니다.
악다구니와 오묘한 詩語,
그 두 가지가 머리속을 어지럽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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