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촉촉이 내렸습니다.
가을비는 단풍을 재촉하는 비라
바뀌었을 창문 밖 풍경이 궁금합니다.
제일 먼저 단풍이 드는 초등학교 운동장을 살핍니다.
처음 드는 단풍이 귀엽습니다.
내 눈은 점차 위로,
홍유능 산책길을 지나 백봉으로 향합니다.
잠이 덜 깬 눈으로 바라다 본 아침 풍경이 상쾌합니다.
이럴 때 카메라를 꺼내지 않으면 죄를 짓는 것이겠죠.
늘 그렇지는 않은 안개입니다.
비가 오고 난 뒤 초가집 지붕에 얹힌 그런 빛깔의 안개입니다.
안개를 따라 눈이,
카메라의 앵글이
이 아침 풍경을 놓치고 싶지않아
그림 속을 방황합니다.
편안한 전경과
멀리 보이는 평내지구의 아파트가 신기루처럼 환상적입니다.
혼자 보기 아까운 풍경이라 마누라를 불러댑니다.
이런 풍경을 찍을 때는 오토로 찍습니다.
신경을 쓰기 싫고 비교적 괜찮은 노출을
카메라가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수동으로 찍고 싶은 생각이 납니다.
이렇게 복잡한, 밝기가 차이가 나는 풍경을 찍을 때는
원하는 밝기를 선택할 수 있어 좋지만
똑딱이만 면한 카메라라 수동이 쉽지가 않습니다.
그림이 이렇게 되는군요.
그래도 맛이 다릅니다.
조금 당겨 봅니다.
전에 필카를 쓸 때는 줌 렌즈를 터부시했었습니다.
지금도 가지고 있는 필카 렌즈엔 줌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먹고, 사진에 관심이 덜해서 그런지
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습니다.
제일 싼 렌즈를 샀더니 역시 그림이 별로군요.
이런 화각, 저런 화각으로 계속 찍어대지만
마음에 드는 사진은 없습니다.
안개가 솟구치거나
땅으로 기어가는 것을 가까이서 보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그러나 손으로 잡히는 안개를 보기 위해서는
길을 나서야 하고 그 전에 채비를 챙겨야 하는데
그럴만한 마음의 여유는 없는 듯 합니다.
눈은 다시 학교 운동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침 운동을 하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운동장 트랙을 돌고 있습니다.
밖으로 나가지는 못했지만
집에서 밖을,
포근한 풍경을 즐길 수 있다는
그리고 사진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가슴 속에 가을 아침 안개가
내려 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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