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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 따로 울지 않는다.

탑돌이2009.10.18 01:36조회 수 1152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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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개봉된, '낙타는 따로 울지 않는다'라는 영화를 기억하시는지.

아마 소설이 먼져 쓰여 졌고, 다음에 영화화 되었을 것이나,

워낙 책을 읽지 않는 위인이다 보니 건너 뛰어 영화부터 알게 되었다.

영화 마져 어디서 감상하였는지 기억이 없다. 

영화관? 고속버스안?

 

그러나 한가지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는 의문 하나는

왜 '낙타가 따로 울지 않는가'라는 어찌 보면 선문답 같은 의문이였다.

 

그 의문이 얼마전 이곳 인도에 와서 풀렸다.

낙타야 이전에도 보았고, 직접 타보기도 하였지만

이제야 깨닳음을 얻었다는 얘기다.

 

한적한 시골에서 우연히 낙타를 가까이서 볼 기회가 있기에 자세히 살펴 보았다.

 

내가 다가가자 놈은 하늘을 처다 보며 되새김질을 하다가 흠칫 놀란 듯 내게 눈길을 준다.

그러고는 이내 무관심 하다는 듯 다시 거만하게 머리를 치켜 들고 되새김질이다.

입술은 축 처져 있고, 손가락 만한 누런 이빨이 듬성듬성 나 있건만

신기하게도 위 아래 치아가 잘 들어 맞는다.

 

녀석도 못보던 사람의 출현에 신경이 쓰이는 지,

잠시 새김질을 멈추고 기다란 고개를 떨구며 지긋하게 내게 눈질을 주곤 한다.

 

먼저 눈을 들여다 보았다.

아! 세상에 이보다 더 순수하고 착하게 보이는 눈은 없다.

슬퍼 보이면서도 슬픔을 초월한 듯하고

겁먹은 듯 하면서도 오만하기까지 하다.

 

'''그 렁 그 렁"' 금방 흘러 내릴 듯한 저 눈물,

눈물이라기 보다는 눈에 고여 있는 체액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듯 싶다.

분명 녀석이 낯선 사내를 앞에 두고 슬퍼서 흘리는 '눈물'은 아닐테니까.

손수건을 꺼내 닦아 주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하는 저 눈물

녀석의 두 눈은 그렇게 한가득 고여 있었다.

 

보는 이의 관점이지 싶었다.

보는 이의 심리상태일 수도 있겠다.

 

저 낙타가 울고 있는지,

웃고 있는지,

거만하게 비웃고 있는지,

회상하고 있는지,

아니면 목말라 하고 있는지,

녀석의 두 눈은 그렇게 오만가지 감정을 다 담고 있었다.

 

물론 사막을 오가며 건조한 기후와 모래바람을 견디기 위해

눈물주머니가 발달하였겠지만

이를 해석하는 사람들의 방식은 자유롭다.

 

녀석의 속마음을 읽는데는 실패하였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낙타는 자존심이 강하고 품위 있는 짐승이라는 사실이다.

녀석은 길을 가다가 지형을 살피기 위해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어렸을 때 즐겨 봤던, '신밧드의 모험'  만화 대사는 틀렸다.

탐욕스런 상인이 종에게 이렇게 말한 것으로 기억된다.

"낙타 귓밥보다 천한 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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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제가 낙타를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낙타도 그렇지만 기린이나 타조의 눈도 들여다 보면 맑더군요.

    낙타의 처량한 듯한 긴 눈썹이 생각나네요.
  • 구름선비님께
    탑돌이글쓴이
    2009.10.18 23:24 댓글추천 0비추천 0

    선비님/생각해 보면... 탐욕스런 눈을 가진 짐승은 맹수류와...

    또 있는 듯 한데. ㅋㅋㅋ

  • 야생 낙타가 있단 말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낙타가 품성이 순하다는 말이겠지요.

    고기를 즐겨 먹으면서 백정놈이라 비하하고

    생선을 즐겨 먹으면서 뱃놈이라 비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품성이 유순한 낙타의 덕을 보는 상인의 생각도 마찬가지 같습니다.

     

    어찌 지내십니까? 반갑습니다 탑돌이님.

  • 靑竹님께
    탑돌이글쓴이
    2009.10.18 23:38 댓글추천 0비추천 0

    청죽님///제가 낙타의 팬이 되어 버렸답니다.

    어찌보면 해탈한 할아버지 같은 표정도 있고...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짐승이더군요.

    한 유럽 대기업 지사장 부인이 낙타를 애완동물로 키우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중앙아쪽에서 키우다가 이곳으로 이사를 왔는데, 낙타를 차나 비행기로 태워 보낼 수 없어

    수천키로를 타고 왔다는...............

  • http://blog.daum.net/altoran40/9287573

    난산 끝에 새끼를 낳은 어미낙타가 만정이 떨어져서 새끼를 쳐다 보지도 않으려고 할 때, 젖을 물리기 위해 마두금이라는 악기를 연주한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지요. 실제로 화면에서 그 장면을 본 적도 있습니다.

    악기 연주에 눈물을 흘리는 낙타, 사람보다 더 사람답더군요. ^^

     

    마두금 연주 감상해 보시죠.

    http://blog.naver.com/wjd2415?Redirect=Log&logNo=80070013363

  • 바보이반님께
    탑돌이글쓴이
    2009.10.19 20:54 댓글추천 0비추천 0

    바보이반님//마두금 연주 넘 좋네요.

    즐감하였습니다.

  • 며칠 전 어느 교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개만도 못한 놈이라는... 새끼를 납치해서 돈 내놓으라고 하는 개 봤냐고...

     

    마두금 연주소리 죽이네요... 기타로의 실크로드 냄새도 나는 듯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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