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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치의 숙명 - 5천리 금수강산

靑竹2009.10.28 17:20조회 수 1007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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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워낙 즐기다 보니 하루 서른 잔을 넘긴 게 부지기수였는데 어디서 보니 하루 60잔이 치사량이란다. 이십여 년을 넘게 반쯤 죽어 살았단 이야기다. 담배를 끊으면서 내친 김에 커피도 끊고자 했으나 그러질 못했다. 대신 하루 대여섯 잔 아래로 확 줄였다. 수카이 회원님 한 잔 하시구랴.^^

 

 

 

 

고교시절 3년 내내 다니던 광화문 뒷골목. 해가 진 후 하교를 하던 어느 날 밤, 늘 다니던 골목길에서 잠시 벗어난 적이 있는데 무려 3,40여 분 정도 나오는 길을 못 찾아 헤맸다. 이 골목이 그 골목 같고 저 골목이 이 골목 같아 우왕좌왕 헛걸음을 하며 갔던 골목길로 다시 되돌아오곤 했으니 귀신에 홀린 느낌이었다.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물을까 했지만 소심한 위인이 근처 학교 뱃지를 달고 길을 묻는 날 보면서 사람들이 대책없이 웃을 것 같아 그러지도 못했다. 땀까지 삐질삐질 흘려가면서 마구잡이로 걷던 중 문득 눈앞에 보이는 큰 길이 있어 나갔는데 무심코 보니 아는 간판이 보였다. 그제서야 국민 길치의 머릿속에 온갖 방위각이 잡히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제는 천보산엘 갔다가 의정부로 돌아오는데 또 헤맸다. 새로 난 도로인데 임시로 개통된 도로라 표지판이 없기는 했지만 그건 핑계였다. 학생에게 길을 물어 그 학생이 가르쳐 준 고개를 넘어 좌회전을 하긴 했는데 여전히 4차원을 헤매고 있었다. 방호벽(맞나?) 위에 커다란 간판이 있어 보았더니 커다란 글씨로 '양주'라고 써 있었다. '이크크, 또 반대 쪽으로 왔나 보다' 생각하며 좀 더 다가가니 'see again yangju'라는 조그만 글씨가 보였다. '아, 그렇다면 이 방향이 맞나?'하는 생각에 주춤주춤 달리다 문득 오른쪽 아래를 내려다 보니 중랑천의 모습이 보이는 게 아닌가?  그제서야 4차원의 장막이 걷히며 나의 삶의 무대인 3차원 공간이 눈앞에 확실한 구도로 다가왔다. 지척인 거리였지만 4차원의 세계에 갇혀 나의 터전인 코앞의 3차원 공간을 전혀 인지할 수 없었던 것이다.

 

가던 길을 되돌아오는 건 대체로 누구에게나 쉬울 것이다. 그러나 국민 길치인 내겐 전혀 아니다. 가던 길에 보이는 모습과 반대 쪽에서 보이는 모습이 전혀 다르게 보여 이만저만 헤매는 게 아니다. 중랑천길을 달리며 곁눈질로 수십 번도 넘게 보았을 그 도로였지만 막상 그 도로상에 처음 놓인 건 4차원 속으로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인 길치의 숙명이었음을 어쩌랴.

 

아무튼 자전거가 좋다. 미로에 갇힌 새앙쥐처럼 이리저리 좌충우돌 헤매고 다녀도 결국 아는 길이 얻어(ㅡ,.ㅡ) 걸린다. 국민 길치 정회원이 분명한 스카이님과 내가 만약 조국이 통일되어 한 조가 되어 자전거로 전국을 횡단한다면 5천리 금수강산쯤 되지 않을까 싶다. 푸헬헬.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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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치와 방향치는 택시기사님도 알아본다...^^ (by eyeinthesky7) 김 민성님....트렉4300 딜레일러 헹어...구했습니다. (b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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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 회귀본능을 믿고 다니심이...ㅋ

    커피는 저도 잘 마시는지라....캄사합니다. 조금 훌쩍합니다.

  • 뽀 스님께
    靑竹글쓴이
    2009.10.28 19:41 댓글추천 0비추천 0
    회귀본능이란 게 어디 있기나 해야 말이죠.ㅋㅋ
  • 저는 커피4잔 이상만 마시면 그날 잠 자는데 100% 애로사항이 생기는데...

    어떻게 30잔씩이나 드실 수 있으신건지...^.^;;;

    저도 길치인데 운전 할 때는 네비덕분에 ㅎㅎㅎ

    자전거야 뭐 좀 돌아다녀도 괜찮죠...공해가 생기는 것도 아니니...

    모쪼록 꼭 금연에는 성공하시기를 멀리서나마 응원합니다

    .

    .

    .

    .

     

    그나저나 조금만 일찍 글을 올리시지 꼭 이렇게 제 글 사이에 끼어드셔야만 했단 말입니까?

    튀어랏 =3 =3 =333

  • 靑竹글쓴이
    2009.10.28 19:43 댓글추천 0비추천 0

    그러고 보니 제가 꼽사리를...ㅋㅋ

    금연엔 완전히 성공하지 못했으니 아직도 악전고투라고 해야겠죠. 으흑.

    정말 감사합니다. 반드시 성공하겠습니다.

     

    에..글구...꼽사리 낄 권리는 대한민국 헌법으로 보장된

    궁민의 4대 기본권 중의 하나로서...

     

    =3=33=3333

     

  • 아이구 이런~무쟈게 감사 합니다.   지금 컴터 손 좀 볼라고 용산에 있는 고향 친구녀석 가게에 와서

    저녁 배달 시켜 묵고 커피 한 잔하며 왈바질을 하고 있습니다.

    청죽님께서 올리신 커피 한 잔을 마시게 되면 금일 마신 커피가 9잔 째 입니다...^^

    식도염 치료를 받는 와중에도 절대로 카페인이 든 음료나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담당의께서 말씀 하셨는데

    왠걸요.....그버릇 개 못주는 뱁이쥬...^^

     

    아니.....지가 초절정 길치에 방향치라는 것은 많은분들께서 이미 아시는 바이온데

    어찌하시어 더욱 더 각인과 더불어 공고를 하시옵니껴...ㅎ

    저 혼자 라이딩 갔다가 오면 그 담주에 산아지랑이님께서 물으시지요?

    지난주엔 어느산 갔다 왔냐?.....

    남한산성유~!      ......이렇게 대답드리면 ...."내가 그걸 믿으라구~!!"    하시쥬...>.<

    통일되어 청죽님과 함께라면 오천리 금수강산이 아니라  1만리라도 함께 하겠사옵니다..^^

    늘...건강 하시구요...우린 집에서 멀면 불.안.해.져.유....>.<큭~

  • eyeinthesky7님께
    靑竹글쓴이
    2009.10.28 19:58 댓글추천 0비추천 0

    (에그...사실 면밀한 계산에 의하면 삼천리 금수강산을

    확지법을 써서 일만리로 달리는 걸로 나오긴 했지만

    남들이 흉을 볼까 봐 확 줄여서 쓴 건데 솔직하게 산통을..으흑)

  • 천하에 길치 쮸카이???전설에 사나이...

    길치는

    길을 물어 보지 않는다.절대로,,오직 앞으로만 갈뿐이다.

    길치는

    지도를 안본다. 절대로..오직 본능 만을 믿을 뿐이다.

    길치는

    자기가 꼭 필요한 길은 ,,정확하게 찿아간다.

    ㅋㅋㅋ

    그나저나, 광화문 뒷골목이면,,배재학당 출신일 확율이 높군요..

    아니면,, 포인터 골목을 ,, 막걸리 마시러 매일 출근 하셨거나???켈켈켈

    커피맟 좋습니다.

     

  • 얼마전에

    수서역에 친구남편 사무실이 있어서 

    친구와  만나서 놀다가 집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 사무실에 처음 갔냐  ~~  아닙니다    몇번 가서   놀다가 버스타고 집에  갔었는데

    그날은   출입구를 다르게 나왔더니  그 건물을 빙글빙글 돌아 다녀도  온세상이 다 ~~  모르는 곳입니다

    하는수 없이   버스 탄다고   지하철역으로 건너면 될것 같아서    건너가 보았더니   길건너인것 같고

    길건너서 가보면  또 아닌것 같고

    그러다 수서역 안에서 길을 잃어 버리고   여우에 홀린것 같아서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가만히 혼자  서있다가  정신을 차리자 생각하고   그 건물 밑에 이마트가 있던것이 생각나서

    이마트를 중심으로 해서  다시 길을  찾았습니다  ~~

    수십번 같은길을 가야   그제서야  내 기억에 길이 각인 되는데  그길을 어떻게 가야 하는지 설명 하라면 못합니다

    갈때마다 새삼스러워서  자전거 탈때는   싫증이 안나고  매일 새로운길 가는것 같습니다

  • 지금껏 남들에게 길치라는 말은듣지 않고 살아가고 있지만

    가끔은 저도 4차원의 세계에 들어가서 헤메다 나오곤 한답니다.

    저역시 고등학교 때 등교하다가 질러간답시고 들어간 골목길에서 무언가에 홀린 듯 헤메다가

    등교시간을 두시간을 훌쩍 넘긴 10시30분 경에야 학교에 당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 제가 늦은 것을 아무도 모르고 있기에 무사히 넘기긴 했습니다.

    혹 제가 4차원 세계에서 해메고 있을 때,

    또 다른 내가 등교해서 자리에 앉아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기도 했었답니다.

  • ㅋㅎ 스카이님  만나기로한 악몽이 또다시 생각나네요..

    머 아시는 분은 다알지만

    두번다시 개인적 일대일로 스카이님 직장근처 100m 이내면 모를까

    만나는일은 없습니다.

    종로경찰서 반경 600m 내에서 40분을 헤메인걸 생각하면 에휴....

  • 저는 평일에만 회사에서 아침에 딱 한잔 마시는데..오후에 나른해서 한잔 더 마실까 해도..많이 망설여집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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