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워낙 즐기다 보니 하루 서른 잔을 넘긴 게 부지기수였는데 어디서 보니 하루 60잔이 치사량이란다. 이십여 년을 넘게 반쯤 죽어 살았단 이야기다. 담배를 끊으면서 내친 김에 커피도 끊고자 했으나 그러질 못했다. 대신 하루 대여섯 잔 아래로 확 줄였다. 수카이 회원님 한 잔 하시구랴.^^
고교시절 3년 내내 다니던 광화문 뒷골목. 해가 진 후 하교를 하던 어느 날 밤, 늘 다니던 골목길에서 잠시 벗어난 적이 있는데 무려 3,40여 분 정도 나오는 길을 못 찾아 헤맸다. 이 골목이 그 골목 같고 저 골목이 이 골목 같아 우왕좌왕 헛걸음을 하며 갔던 골목길로 다시 되돌아오곤 했으니 귀신에 홀린 느낌이었다.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물을까 했지만 소심한 위인이 근처 학교 뱃지를 달고 길을 묻는 날 보면서 사람들이 대책없이 웃을 것 같아 그러지도 못했다. 땀까지 삐질삐질 흘려가면서 마구잡이로 걷던 중 문득 눈앞에 보이는 큰 길이 있어 나갔는데 무심코 보니 아는 간판이 보였다. 그제서야 국민 길치의 머릿속에 온갖 방위각이 잡히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제는 천보산엘 갔다가 의정부로 돌아오는데 또 헤맸다. 새로 난 도로인데 임시로 개통된 도로라 표지판이 없기는 했지만 그건 핑계였다. 학생에게 길을 물어 그 학생이 가르쳐 준 고개를 넘어 좌회전을 하긴 했는데 여전히 4차원을 헤매고 있었다. 방호벽(맞나?) 위에 커다란 간판이 있어 보았더니 커다란 글씨로 '양주'라고 써 있었다. '이크크, 또 반대 쪽으로 왔나 보다' 생각하며 좀 더 다가가니 'see again yangju'라는 조그만 글씨가 보였다. '아, 그렇다면 이 방향이 맞나?'하는 생각에 주춤주춤 달리다 문득 오른쪽 아래를 내려다 보니 중랑천의 모습이 보이는 게 아닌가? 그제서야 4차원의 장막이 걷히며 나의 삶의 무대인 3차원 공간이 눈앞에 확실한 구도로 다가왔다. 지척인 거리였지만 4차원의 세계에 갇혀 나의 터전인 코앞의 3차원 공간을 전혀 인지할 수 없었던 것이다.
가던 길을 되돌아오는 건 대체로 누구에게나 쉬울 것이다. 그러나 국민 길치인 내겐 전혀 아니다. 가던 길에 보이는 모습과 반대 쪽에서 보이는 모습이 전혀 다르게 보여 이만저만 헤매는 게 아니다. 중랑천길을 달리며 곁눈질로 수십 번도 넘게 보았을 그 도로였지만 막상 그 도로상에 처음 놓인 건 4차원 속으로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인 길치의 숙명이었음을 어쩌랴.
아무튼 자전거가 좋다. 미로에 갇힌 새앙쥐처럼 이리저리 좌충우돌 헤매고 다녀도 결국 아는 길이 얻어(ㅡ,.ㅡ) 걸린다. 국민 길치 정회원이 분명한 스카이님과 내가 만약 조국이 통일되어 한 조가 되어 자전거로 전국을 횡단한다면 5천리 금수강산쯤 되지 않을까 싶다. 푸헬헬.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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