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김장 이야기

풀민2009.11.26 20:16조회 수 822댓글 7

    • 글자 크기


올 여름....큰 매형이 돌아가셨다....

사실.....매형이라기 보다는 거의 아버지와 같은.....

 

워낙 큰 누나와는 나와의 나이 차가 심하였고 아주 어렸을 때 부터 매형을 알았기에....

각별하기는 거의 아버지뻘이 되었다..

 

옛날....경찰 출신이었기에...속칭 빽차(경찰이 타던 흰색의 백색 지프차)에 태워

동네를 드라이브 시켜 주었던....큰 매형이었다

 

큰 누님은 아들 둘이 있었는데...(나에겐 조카)

몇년 전...작은 놈이 덜컥 세상을 떠버리고 난 후 심한 우울증을 앓으시더니

결국...정신적인 충격을 극복하지 못하시고....하룻밤 사이에 조용히 세상을 떠나셨다

 

혼자 남은 누님이 심히 걱정이 되어...내 딴에는

입맛 없다는 핑계로...자주 누나네 집에 가서 밥도 먹고..낮잠도 자고....

뒹굴뒹굴.. TV도 보다가...집에 온다....

그렇다고 매주 그러기에는 우리집에서 용인까지가 좀 멀다....

 

다행히 큰누님 주변에는 친하신 분들이 많이 살고 계시기에 늘 복잡복잡한 환경이기에

그나마 요즘은 맘이 좀 놓인다.

 

.................................................................................

 

용인 외딴 곳에...공터에...해마다  배추도 심고...무우도 심고....고추도 심고....하여....

가을이 되면 사돈네...친구네....등등 김장을 담구어 나누어 준다...

그래서 친인척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김장을 한꺼번에 담구어 나눠 먹는다....

대충 재료비와 약간의 비용만 내놓고 가면...훨씬 경제적이기도 하지만

맞벌이 하는 우리집 같은 경우......김장 담구는 것에 대한 부담도 덜어 버리고

그냥 하루 시간만 내서....김치를 가지러 가기만 하면 되는데.... 

올해는 모두 18 집에 나눠 주려고.....1,200포기 정도 했다고 한다....

 

일주일에 걸쳐....

누나의 사돈집과..누님 친구들과 김치 가지러 온 몇몇 친인척들이 오손도손 모여 김장을 했다.

그나마 일주일에서 4차례로 나누어 김장을 하는 것이라고....

 

그때마다  동네 장정(???) 논네들이 모여...

매형 생전에 만들어 놓은 철화롯에 장작을 때며 편육과 막걸리를 마시고...

그것도 모자라..나중에는..솟단지 뚜껑 위에 고기를 구으며...그렇게 하루종일 놀았다...

 

김장 담구는 분들의 면면은...정식 요리사 자격증을 갖춘 주방장 출신도 있고.....

보통은 4~50년 김장 담구기의 경력자들이라...그 숙련도가...전문 김치 공장보다 뛰어나서...

한쪽은 무생채 쓸고...김치 속을 버무리면서..또 다른 한쪽은...김치 안에 속 채우기 여념이 없었다....

 

울 마눌님은 결혼 20년차인데....명함도 못 내밀고...그저..시다바리(????) 하면서도...구박 받기 일쑤!!

그렇게..날이 저물도록....일주일의 김장 담구기 일정을 끝냈다...

 

드디어 각자 김치를 나누어 가져가야 하는데.....미리 예약(???)한 대로 분배를 하여 차에 옮겨 싣었다.

 

"누나...어째...올해는..김장 김치 양이 좀 적다..."  투덜투덜(???).....

원래 주는대로(??) 받아가던 나로서는 어째 올해의 김장 김치의 양이 작년보다는 적은 것 같았다.

"워낙 다른 집들도 많아서 그런 것 같네???"

그렇게 말하는 누나는...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매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작년에는...큰매형이...

"막내네 많이 줘!!!"

"에고..이 정도도...많아요...." 하고 누나가 말하면....

"OO네 것 좀 빼서 더 넣어 줘!!!"

하고..큰매형이 다른 집에 가야 할 것을 풀어 헤쳐서...우리 집 것에다 막 넣어 주었었다

 

"이젠..네 매형이 없으니...아무래도..작년보다는 좀 적네..."

누나의 목소리에...힘이 없다...

괜한 앙탈(??)을 해서 맘이 울적해졌다.

 

암튼...올해 김장도...역시 누나네에서 얻어 먹는다....



    • 글자 크기
왈바 마스코트 뽀은이 소식 (by 낭만페달) 좋은 정보 추천 합니다 (by 은미)

댓글 달기

댓글 7
  • 누나가 없어서, 경험은 없지만

     

    글을보니~~~무언가가 밀려오네요

  • 김장 힘들지요.

    요즘엔 쇼핑몰에서 주문을 하는 가정도 많다 합니다만....

    누님 많이 챙겨주셔야 하겠네요....

  • 다음주에 김장하러 고향집에 내려 갑니다. ^^
  • 어릴 적에도 그랬지만 누나가 있는 분들 정말 부럽습니다.
  • 잘 읽었습니다.  마음이 아프기도하고, 조금 섦습니다. ^^;;
  • 풀민님이 늘 말씀하시던 그 매형님이 돌아 가셨군요 .

    정말 슬프시고 가슴 아프시겠습니다.

    늦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요즘은 물론 전에도 참 보기드문 진풍경에

     무언가 뭉쿨함이 밀려오는군요.

    사람은 저렇게 살아야 하는데  ...

    잔잔한글 감동있게 읽었습니다.

    누님에게 잘해주세요.

     

     

  • 잘 읽었습니다 ~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아펐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40 Bikeholic 2019.10.27 3069
4737 잠시 로그인창에 문제가 있었습니다.5 bikeholic 2009.11.22 763
4736 관음 마리나1 baddk3 2009.11.22 975
4735 가습기4 stom(스탐) 2009.11.23 860
4734 산악자전거대회 방송입니다(2회 초급자) 고장난시계 2009.11.23 959
4733 짜수님은 보시라...^^16 eyeinthesky7 2009.11.23 1073
4732 소녀에게 갑자기 날벼락~3 대박유머 2009.11.23 1121
4731 속뜻은.....6 stom(스탐) 2009.11.23 1055
4730 신기한 그림 입니다.4 eyeinthesky7 2009.11.23 2039
4729 jigsaw falling into place......1 juntos 2009.11.24 815
4728 바베큐에 비식용 목초액넣어 적발...3 soulgunner 2009.11.24 1279
4727 홀릭님...5 仁者樂山 2009.11.25 826
4726 나와바리 지키기...6 산아지랑이 2009.11.25 1093
4725 데모7 연식지난 프레임 가지고있는분 계시나요? 마짱3세 2009.11.25 721
4724 좋은 소식^^ 수서역 자전거보관소7 땀뻘뻘 2009.11.26 1770
4723 왈바 마스코트 뽀은이 소식13 낭만페달 2009.11.26 1163
김장 이야기7 풀민 2009.11.26 822
4721 좋은 정보 추천 합니다 은미 2009.11.26 797
4720 과감히 추천 합니다^^ 은미 2009.11.26 930
4719 자전거 보관 이용 카드 받았네요...3 잔차나라 2009.11.27 1010
4718 만화-그대를 사랑합니다---에...나오는 수라리재...7 십자수 2009.11.27 1203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