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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가 출제됐는데, 나도 모두 틀렸다”

바보이반2009.12.26 19:45조회 수 1060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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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3885483

 

-그럼 시 교육의 목표는 무엇이어야 하나.

“웃는 것, 안목을 높여 주는 것이다. 더 좋은 작품을 감상해 나갈 수 있는 능력, 그래서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안목을 길러 주는 것이다. 그리스 철학자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고 했다.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인생은 지금 여기 경험의 총체이니 그 경험을 최대한 느끼도록 도와주는 것이면 좋겠다. 어린이가 덜 자란 어른인 게 아니라 어른이 계속 자라나는 어린이일 뿐이다.”

 

 

제가 좋아하는 시인 중 최승호라는 분입니다.

 

자신이 쓴 시가 수능 모의고사에 출제되었는데, 자신도 모두 틀렸다는 말씀을 하시네요. ^^

우리나라 문학교육의 맹점이자, 우리사회의 규격화, 정형화에 대한 쓴소리일 겁니다.

사회 분위기가 모 아니면 도, 흑 아니면 백으로 굳어짐에 따라 우리의 사고도 점점 이분법적으로 길들여지는 것 같아서 무섭고 안타깝습니다.

 

carpe  d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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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에게 욕설리플이 많이 보이네요. (by sura) 한 뼘을 걸어도 주저앉지 말라 하네 (by 바보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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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바보이반글쓴이
    2009.12.26 19:48 댓글추천 0비추천 0

    북어


    밤의 식료품 가게
    케케묵은 먼지 속에
    죽어서 하루 더 손때 묻고
    터무니없이 하루 더 기다리는
    북어들,
    북어들의 일 개 분대가
    나란히 꼬챙이에 꿰어져 있었다.
    나는 죽음이 꿰뚫은 대가리를 말한 셈이다.
    한 쾌의 혀가
    자갈처럼 죄다 딱딱했다.
    나는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들과
    무덤 속의 벙어리를 말한 셈이다.
    말라붙고 짜부라진 눈,
    북어들의 빳빳한 지느러미.
    막대기 같은 생각
    빛나지 않는 막대기 같은 사람들이
    가슴에 싱싱한 지느러미를 달고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느닷없이
    북어들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었다.

     

     

    누가 시화호를 죽였는가
     

    최 승 호


    -시화호의 아름다운 처녀시절을 떠올리며 술 한잔 마시고 베란다 밖을 내다본다. 황량한 밤이다. 누군가 죽은 딸 곁에서 울고 있다.-
     


    시화호에선 시체 냄새가 난다. 몇 년을 더 썩어야 악취가 사라질지 이 거대한 시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아무도 모른다.
     


    달마가 인도에서 중국으로 건너가다 어느 바닷가를 지날 때였다. 마을 사람들이 짐을 꾸려 마을을 떠나고 있었다. 달마가 물었다 「왜들 떠나시오?」마을 사람들이 대답했다. 「악취 때문에 떠납니다」달마가 보니 바다 속에서 대총이라는 큰 이무기가 썩고 있었다. 달마는 해안에 육신을 벗어놓고 바다로 들어간다. 하지만 돌아왔을 때 자신의 몸, 해안에 벗어놓았던 몸이 사라진 걸 알고는 당황한다. 달마는 결국 자신의 육신을 찾지 못한다. 대신 누군가가 바닷가에 벗어놓은 얼굴 흉측한 육체, 그걸 뒤집어쓰고 중국으로 건너간다.
     


    시화호에선 악취가 난다. 관료들에게서도 악취가 난다. 구역질, 두통, 발열, 숨막힘, 마을 사람들은 떠났다. 개펄은 거대한 조개무덤으로 변해 버렸다. 쩍 벌어진 조개껍질 위로 허옇게 소금바람이 분다. 갯지렁이들도 떠났다. 도요새들은 항로를 바꾸었다.
     


    무력감에서도 악취는 난다. 산 송장들, 시화호 바닥에 누워 공장 폐수와 부패한 관료들의 숙변을 먹는 산 송장들, 이것은 그로테스크한 나라의 풍경인가, 시화호라는 거대한 변기를 만드느라 엄청난 돈을 배설했다.
    달마는 시화호에 오지 않는다. 시화호에 달이 뜬다. 누가 시화호를 죽였는가? 누가 죽은 시화호를 딸처럼 부둥켜 안고 먼 바다로 걸어나가며 울겠는가.
     


    나는 무력한 사람이다. 절망의 벙어리, 그래도 세금은 낸다. 세금으로 시화호를 죽였다. 살인청부자?
     


    내가 시화호의 살인청부자였다. 나를 처형해다오. 달 뜨는 시화호에 십자가를 세우고 거기 나를 못 박아다오. 아니면 눈 푸른 달마를 십자가에 못 박아 피 흘리게 하든지.

  • 그런 가르침은 '가래침' 같은거다..

     

    라는 말씀에 실소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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