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저녁에 홀로 제천으로 쐈습니다.
원래 친구넘들 두가족이랑 같이 가려 했는데, 한넘이 애가 돌도 지나지 않아 같이 가기 힘들겠다고 파토를 내는 바람에 그냥 혼자 갔죠.
원래 계획은 제천에 먼저 내려간후 갈곳없어 방황하는 왈바의 솔로 부대원들을 소집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눈 소식이.....눈이 많이 오더군요. 내려가는 도중에도 이미 빙판이 생겨서 길이 많이 위험했습니다.
청풍면은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이다보니 아예 제설 자체를 안해버립니다.
길이 너무 위험하다보니 솔로부대소집계획을 취소해야겠다 결심하고, 혼자서 3일동안 음악듣고 책읽고 찰흙놀이와 불장난좀 하다 왔습니다.
하지만 사건은 이제부터....서울을 벗어나 중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중부내륙을 지나 감곡 I.C 를 나오는 순간......
으악 !!!!!!!! 집 열쇠를 안가져왔다 !!!!!!!!!!
요금소에서 돈을 내고 나와서, 차를 갓길에 대고 20분간 고민했습니다.
여기까지 와서 김포로 빽~하느냐, 아니면 어찌되었건 한번 가볼것인가 말이죠.
싸나이는 고고씽이란 말이 있습니다. (정확히 있는지는 잘...)
일단 도착해서 유리만 깨지말고 온갖방법을 다 찾아보자고 결심하고 제천에 도착했습니다.
가는길에 슈퍼에서 조그만 과도를 하나 사왔는데, 이걸로 어떻게든 열쇠를 따보리라~ 하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빙판길을 헤치고 간신히 도착해서 영하 8도의 날씨에, 창문도 열어보고 철사로 문틈도 쑤셔보고 별짓을 다했습니다.
유리창으로의 진입은 모두 실패하고, 과도 하나에 싸나이의 모든것을 걸었습니다.
가진 연장이라고는 칠흙같은 어둠을 밝혀줄 와일드라이트, 과도 한자루가 전부였죠.
한참을 이리저리 쑤셔보기를 반복하다가 거의 희망을 잃을때쯤, 열쇠뭉치 커버를 돌려보았습니다.
(2500원짜리 과도하나로 대도!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중)
어라? 커버가 돌아가는군요. 작은 틈새가 보이고 바로 거기에 열쇠의 핵심인 핀이 보였습니다.
아래있는 자물쇠는 쉽게 열수 있는 구조인데, 위의 자물쇠가 이게 좀 어려운 열쇠더군요.
결국 30분만에 위의 자물쇠를 해체했습니다. 만쉐이~~~~
밑에 있는 자물쇠는 뭐 우습죠. 10초만에 뚝딱!
반경 4km 내에 사람 한명없고, 불빛도 없는 깜깜한 자정무렵 이 무슨짓인지 괴로워하다 문이 열렸을때의 환희!
결국 따뜻한 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암튼 집나가면 고생이여~~~~~~~
다음날 역시 영하 9도 정도 되었지만, 오랜만에 불장난을 한번 해봐야지 하는 생각에 슈퍼에 가서 '임연수' 2마리를 사가지고 와서 굽기 시작했습니다.
날이 워낙춥다보니 막걸리가 얼어버렸습니다.
밖에서 몇시간을 이렇게 있었지만, 화로를 가지고 간 덕에 불을 피워놓으니 추운줄은 모르겠더군요.
사진 좌측의 그릴은 한때 코베아에서 팔던 10만원짜리 바베큐 그릴인데 5년째 잘 쓰고 있습니다.
가운데 있는것이 바로 그 화로인데 콜맨에서 나온 제품입니다.
스노우픽같은 제품은 가볍고 포터블하긴 한데, 가격의 압박이 장난이 아닙니다.
콜맨에서 나온 화로는 튼튼하고,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고(더치오븐,불판등등) 불도 크게 피울 수 있으며 바닥의 풀을 열기로부터 보호하도록 열막음 판때기도 장착되어 있어 좋습니다. 물론 가격도 착합니다.
하지만 최대의 단점은 무게가....8키로 정도 나가는것 같습니다. 갖고 다니기는 좀 불편하죠.
제일 우측에 있는것은 차콜 스타터로 나온 '침니 스타터' 라는 제품입니다. 이건 웨버사의 제품인데 뭐 별거아닌 구멍뚤린 깡통입니다.
하지만, 이 깡통이 기가 막힙니다. 숯에 불을 붙히기에는 이만한 제품이 없습니다. 작은 고체연료나 나뭇가지 몇개만 있으면 불붙히기 힘들기로 소문난 백탄마저 쉽게 불을 붙힐 수 있습니다.
저는 주로 미군들이 사용하는 군용 고체연료를 이용해 초기에 불을 점화시킵니다.
한 15분정도 있으며 백탄이 빨갛게 달아오릅니다. 이게 없었다면 30분넘게 씨름해도 불이 붙을까 말까한게 바로 백탄이죠.
백탄의 경우 불붙히기는 어려워도 한번 붙으면 5시간 이상 지속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다 타고난 후에는 아주 소량의 하얀재만 남아서 여러모로 구이용으로 늘상 사용하는 참숯입니다.
밤새 화로속의 땔깜은 제 한몸 불태워 홀로 눈속에 고립된자의 몸과 마음을 뎁혀주었습니다.
나중엔 막걸리가 슬러쉬화 되어 아주 색다른 맛이더군요.
일요일에는 하루종일 집안에서 점토를 이용해 향받침대도 만들고, 철사공예로 촛대도 만들고 사둔지 1년동안 보지 않았던 공지영 작가의 '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 라는 공지영단편 모음집도 한권 읽었습니다.
일요일 저녁 무선인터넷으로 교통상황과 날씨를 보니 눈이 엄청나게 오고 교통상황도 말이 아니군요.
밤 10시쯤 서울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2틀동안 차 한대 지나간게 전부인 도로는 눈이 온후에는 차량 통행이 전무했습니다.
주위에 사람은 커녕 불빛도 하나도 없습니다. 발자국 하나 없이 곱게 쌓인 눈이 보기 좋습니다.
솔로부대 소집을 하지 않는것이 정말 다행입니다. 보기보단 아주 위험한 길이거든요.
그동안 못들었던 좋은 음악들 실컷듣고, 책도 읽고, 푹 쉬다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새벽에 차가 뜸한 폭설이 내린 올림픽도로를 달리며 드리프트와 카운터스티어링의 참맛을 즐기며 김포에 도착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연휴 즐겁게 보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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