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설 장사준비 하다보니 옛 명절대목장이 생각 납니다.
70년대 제가 아주 어렸을때 면소재지의 시골장터는 꽤나 혼잡하고 시끌벅적했지요.
우(牛)시장에는 제법 큰돈 뭉치들이 왔다 갔다하고, 흥정하는 소리가 싸움하는 것 같았지요.
흥정이 끝나 팔려가는 소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지요.
생선가게에는 비릿한 생선들이 진열되었지요. 자반고등어, 도루묵, 이면수, 동태...
옷가게들은 휘발성냄새가 솔솔 나는 따뜻한 겨울 옷들을 잔뜩 진열해 놓구요.
시장모퉁이 칼가는 아저씨도 제법 바쁜 손놀림이구요.
대장간에서는 근육질 아저씨의 힘찬 망치소리와 풍무질하는 아줌마의 모습이 정겹구요.
한쪽 구석에는 쪽머리한 할머니가 5원에 몇개짜리 풀빵을 구워 팔았고, 또 한쪽에는 뻥튀기 할아버기가 좀 무서운 표정으로 계셨지요
저 쪽에서 놀다가도 뻥소리 나면 달려가서 할아버지 눈치를 슬슬 보며 튀어나온 뻥튀기를 주워 먹느라 정신없고,
지금쯤 손등은 터져서 피가 나올 지경이고...명절엔 도시에서 손님이 오시니 모처럼 뜨거운 물에 불려서 손등의 때를 밀어 냅니다.
영양부족으로 누런 코를 흘리는 아이들도 많았지요.
하나뿐인 이발소에는 하루종일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꽉차있고, 덩치큰 나무난로위에는 주전자의 물이 김을 뿜어 냅니다.
이쁜 면도사누나의 궁둥이를 슬쩍 흠처보는 촌로(老)의 흐믓한 표정도 밉지 않습니다....ㅋ
친구들 중에는 시장에서 잡화상(슈퍼)하는 친구가 젤로 부러웠지요.
상점에는 먹을것이 많으니...그때는 그게 엄청 부러웠습니다.
산골짜기 동네에서 콩한말, 팥 두어되 머리에 이고 팔아서 명절때 젯상에 올릴 제물을 사고 꼬부랑 빠글빠글 파마도 하시고,
엄마 따라온 또래 친구는 우리들의 밥이였지요.
장터의 텃세...ㅎ
뭐라 건들지 않아도 장터애들 눈치 슬슬보며 엄마 치마자락에 매달려 코 찔찔흘리던 그런 순박한 아이들 ...
국밥집앞엔 고깃국 냄새가 골은 배를 더 배고프게 만들구요. 어쩌다 아버지 만나면 장터국수 한그릇 먹는게 생일보다 더 좋은 날이구요.
먹을게 부족해서 배를 주리는 시절이였지만, 참으로 정겹고 즐겁던 옛 어린시절의 명절장터 였습니다.
요즘의 아이들의 명절은 어떤지...시간이 지나 저와 같은 나이가 되었을때 어떤 추억이 있을지?
이런 어린시절의 추억을 간직하고 사는 저는 행복한 사람인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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