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일체 장례의식 하지 마라”

바보이반2010.03.11 18:43조회 수 1363댓글 11

    • 글자 크기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00311800049

 

법정스님이 입적하셨다는군요.

 

무소유의 삶을 온몸으로 보여주시고, 마지막 가는 길까지 무소유를 실천하시네요.

 

수필 '무소유'도 물론 좋지만, 저는 '설해목'이란 수필을 더 좋아합니다.

 

제가 부족한 점이 바로 '조건 없는 사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겁니다.

 

한 번 읽어들 보세요!

 

설 해 목 [雪 害 木]

해가 저문 어느 날, 오막살이 토굴에 사는 노승 앞에 더벅머리 학생이 하나 찾아왔다. 아버지가 써준 편지를 꺼내면서 그는 사뭇 불안한 표정이었다.

사연인즉, 이 망나니를 학교에서고 집에서고 더 이상 손 댈수 없으니, 스님이 알아서 사람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노승과 그의 아버지는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편지를 보고 난 노승은 아무런 말도 없이 몸소 후원에 나가 늦은 저녁을 지어왔다. 저녁을 먹인 뒤 발을 씻으라고 대야에 가득 더운 물을 떠다주는 것이었다. 이때 더벅머리의 눈에서는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아까부터 훈계가 있으리라 은근히 기다려지기까지 했지만 스님은 한마디 말도 없이 시중만을 들어주는 데에 크게 감동한 것이었다. 훈계라면 진저리가 났을 것이다. 그에게는 백천 마디 말보다는 다사로운 손길이 그리웠던 것이다.

이제는 가버리고 안 계신 한 노사(老師)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내게는 생생하게 살아 있는 노사의 상(象)이다.

산에서 살아보면 누구나 다 아는 말이지만, 겨울철이면 나무들이 많이 꺽이고 만다. 모진 비바람에도 끄떡 않던 아름드리 나무들이, 꿋꿋하게 고집스럽기만 하던 그 소나무들이 눈이 내려 덮이면 꺽이게 된다. 가지 끝에 사뿐사뿐 내려 쌓이는 그 하얀 눈에 꺽이고 마는 것이다. 깊은 밤, 이 골짝 저 골짝에서 나무들이 꺽이는 메아리가 울려올때, 우리들은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정정한 나무들이 부드러운 것에 넘어지는 그 의미 때문일까, 산은 한겨울이 지나면 앓고 난 얼굴처럼 수척하다.

사아밧티이의 온 시민들은 공포에 떨게 하던 살인귀 앙굴리마알라를 귀의시킨 것은 부처님의 불가사의한 신통력이 아니었다. 위엄도 권위도 아니었다. 그것은 오로지 자비였다. 아무리 흉악무도한 살인귀라 할지라도 차별없는 훈훈한 사랑 앞에서는 돌아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바닷가의 조약돌을 그토록 둥글고 예쁘게 만든 것은 무쇠로 된 정이 아니라, 부드럽게 쓰다듬는 물결인 것을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11
  • 바보이반글쓴이
    2010.3.11 19:02 댓글추천 0비추천 0

    ▲ 길상사가 가난한 절이 되었으면 합니다. 요즘은 어떤 절이나 교회를 물을 것 없이 신앙인의 분수를 망각한 채 호사스럽게 치장하고 흥청거리는 것이 이 시대의 유행처럼 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풍요 속에서는 사람이 병들기 쉽지만 맑은 가난은 우리에게 마음의 평화를 이루게 하고 올바른 정신을 지니게 합니다. 이 길상사가 가난한 절이면서 맑고 향기로운 도량이 되었으면 합니다. 불자들만이 아니라 누구나 부담없이 드나들면서 마음의 평안과 삶의 지혜를 나눌 수 있있으면 합니다.(1997년12월14일 길상사 창건 법문 중)

  • 물소리 바람소리..

    좋은 분이 가셨군요...

    성불 하소서...

  • 큰 어른이 가셨습니다.

  • 풍경이라도 울리길...

  • 많은 가르침을 남기고 입적하셨습니다.

  • 설해목은 법정 스님이 귀의한 상황과 같답니다. 부처님 나라에서 행복하시길...

  • 전 "조화로운 삶"을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뭔 말인가 싶으시면 링크 참조.... 나원참..

    http://bbs2.agora.media.daum.net/gaia/do/kin/read?bbsId=K150&articleId=648844&pageIndex=1&searchKey=&searchValue=&sortKey=depth&limitDate=0&agree=F

     

  • onbike님께

    큰회사도 그렇지만 조직의 수장들급이 하는 말은 대부분 밑에 사람들이 만들어내는게 많죠.

    저희도 전무님 말씀..뭐 이런거 알고 보면 밑에 과장이 쓴거..-_-

    이번 경우도 대변인이 나 무식해요..라고 광고한것에 가깝겠네요..

  • 듀카티님께

    그래서 윗사람이 된다는 것이 힘든 것이겠지요..

    아랫 사람들의 잘못까지 책임을 져야 하니까요..

    그나저나 돌아가신 분 앞에서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겠지요?

    제발 그런 개념까지 무소유 하지 않으셨길 빌고 또 빕니다..

  • 설해목..
    저도 매우 부족한 점 중에 하나입니다..
    한 때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그런 경지에 도달할 빠른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 추측하기도 했는데..
    나중에 그에 도달했다 하더라도 그걸 특정 대상이 아닌 전체로 넓히는 것이 또 쉽지 않으리라 또 생각해 봅니다..
    결국 어떤 방법을 취하든 온 인생을 걸어 가야만  도달하는 모양입니다..
    돌이 부드러운 물결에 깎여 동그래지듯이요..

  • 고 김수환 추기경님과 함께 이 시대에 소중하신 또 한분이 가셨군요. 안타깝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39 Bikeholic 2019.10.27 3066
183795 미국 몰락 이후의 세계 질서는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 하쿠오로 2010.03.17 1270
183794 봄, 아이들의 재잘거림6 구름선비 2010.03.17 1235
183793 이왕 봉사하는 거 이정도는 되어야...(아지랑이님 크랭크)3 십자수 2010.03.17 1579
183792 서천 주꾸미 번개 출방장소 변경---서울성모병원4 십자수 2010.03.17 1525
183791 안녕하세요 저 부탁하나 드릴께요...2 frog9 2010.03.17 1525
183790 홀릭님.....7 eyeinthesky7 2010.03.16 1553
183789 스카이님 길치에 대한 단상..12 산아지랑이 2010.03.15 1405
183788 잠 버릇이 이종 격투기급이군요..^^:::11 eyeinthesky7 2010.03.15 1550
183787 봄비, 일촉즉발의 자연5 靑竹 2010.03.15 1443
183786 스카이님 확실한 길치로 인정합니다.12 십자수 2010.03.15 1615
183785 stom(스탐)주니어가 탄생 했답니다.31 십자수 2010.03.15 1788
183784 제주도 온지 5일째13 우현 2010.03.15 1633
183783 오랜만에 왔더니...1 aragorn 2010.03.15 1236
183782 서울-부천-인천 노선의 88번 버스 난폭 운전하는건 알았지만...6 hitechitec 2010.03.15 6120
183781 정보좀주세요3 영랑10 2010.03.14 1431
183780 일탈3 목수 2010.03.14 1216
183779 봄볕 속으로15 靑竹 2010.03.13 1515
183778 서천 라이뒹 코스개략도(다음지도 캡춰)16 십자수 2010.03.13 1760
183777 ^ㅡㅡㅡ^5 eyeinthesky7 2010.03.13 1168
183776 구리 사노동 차량돌진사고...2 십자수 2010.03.13 1548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