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있자? 밖에서 국수를 사서 먹는 일은 많은데
곰곰 생각해 보니 집에서 먹은 기억이 까마득하네?"
마누라가 멋적은 표정으로 대꾸한다.
"그거야 내가 국수를 안 좋아하니...."
50이 가까와서야 화해를 했지만
어려서부터 철천지 원수라도 되듯 수제비를 홀대했다.
그러나 국수는 어려서부터 유난히 좋아했다.
국수나 수제비나 같은 원료인 밀가루에다가
다시마, 멸치, 파, 마늘, 호박, 양파, 계란 등등 들어가는 양념재료들도 같다.
그런데 왜 두 음식에서 느끼는 호감도의 차이가 그토록 큰지
나도 이유를 잘 모르겠다.
'어쩐지 이상하더라니'
국수를 유난히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어머니는 국수를 심심찮게 삶아 주셨다.
그런데 사서 먹는 외에 마누라에게 오랜 세월 동안
국수를 대접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최근에 와서야 눈치채다니.
툴툴댔더니 마누라가 미안하다며 국수를 한 보따리 사다 놓았다.
내가 만든 거지만 국수는 역시 기막히게 맛있다.ㅋㅋ
국물을 우려낸 다시마는 버리지만
생선 킬러답게 왕멸치는 버리지 않고 먹는다.
(까짓, 안 해 주면 내가 해 먹으면 되지.)
뙤약볕에서 온 식구가 밭일을 할 때면
저멀리 아지랑이 가물가물 피어오르는 산모퉁이에
식구들 참으로 국수를 삶아 오시는 어머니의 모습보다
머리에 이신 광주리가 먼저 두둥실 고개를 내밀었었다.
그 때의 벅찼던 감흥을 어찌 글로 표현하랴.
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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