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쭈꾸미와의 동반 라이딩

靑竹2010.03.18 22:38조회 수 1828댓글 15

    • 글자 크기


 

 ▲핸들바에 덜렁덜렁 매달린 채 앞산으로 동반 라이딩에 나선 쭈꾸미군.

보내느라 한동안 기다려야 했던, 마주친 이백여 명의 예비군들이나

정상에서 다운힐을 하다 만난 라이더 세 명은 핸들바에 비닐 봉투를 매달고

덜렁거리며 달리는 날 보며 속으로 웃음이 났을 것이다. 

 

 

 

앞산을 타기 전에 들른 샵에 비릿한 바다 내음이 진동한다.

 

"헛, 쭈꾸미네요? 이게 모두 얼마 치유?"

 

"몰라요."

 

"엥? 모르다니?"

 

"어느 분이 보내 주신 겁니다.호호호."

 

"아항~ 그렇구나. 그런데 먹고는 싶은데 막 점심을 먹은 데다가

늦기 전에 앞산에 올라야 하니 그냥 가우."

 

샵을 나서려는데 바니님이 검정 봉투를 내민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분이 청죽님 드리라고 보내 주신 것 같은데

나눠서 쌌으니 가져가셔서 요리해 드세요."

 

 

하는 수 없이 쭈꾸미가 담긴 검정 비닐봉투를

핸들바에 매달고 동반 라이딩에 나섰다.

가장 특별한 동반 라이더를 오늘 만난 것이다.

 

 

 

 

 

 

 

▲쭈군아! 여그가 앞산 정상이란다.

 

 

 

 

 

 

 

 

 

 

 

 

 ▲숲에 쏟아지는 강렬한 봄볕

 

 

 

 

 

 

 

 

 

 

 

 

 ▲사진으로 표현하기가 어렵지만

청솔에 내리는 봄볕은 눈이 부시도록 화사해서

바라보노라면 가슴이 뭉클해질 정도다.

 

 

 

 

 

 ▲대파 2뿌리, 양파 큰 놈 1통, 빨간 고추, 홍당무, 다진 마늘이

오늘의 쭈꾸미볶음에 들어갈 양념이 되겠습니다.

 

"그나저나 요즘 칼질이 갈수록 예술인데 

00파에서 스카웃 제의가 올까 무섭네?"

 

"으이구~ 저냥반 말씀하시는 것 좀 보소.

그런데 참 맛있긴 하다. 당신이 저보다 낫네요.호호호"

 

 

 

 

 

 

 ▲미나리는 요리가 거의 완성될 무렵

마지막으로 넣어야 하니깐두루 따로 준비하고.

 

 

 

 

 

 ▲쭈꾸미는 내장을 제거한 뒤 깨끗하게 씻은 다음 물기를 쫙 빼야 되겠습니다.

가운데 동그란 것이 별미인 쭈꾸미의 알이 되겠습니다.

 

 

 

 

 

▲자 이제 버무립니다. 고추장만 넣어도 되지만

좀 더 얼큰한 게 좋아 고춧가루도 두어 스푼 넣었습니다.

 

 

 

 

 

 

 ▲양념이 쭈꾸미에 골고루 배도록 30여 분 정도 참고 기다립니다.

너무 오래 볶으면 쭈꾸미의 수분이 다 빠지며 쪼그라드니

충분히 데친다는 개념으로 볶아 주세요.

 

 

 

 

 

 ▲자! 완성입니다.

 

 

 

 

 

 ▲그럴 듯하죠? 알은 내 차지닷!!!

 

"같이 라이딩을 해 놓고 이렇게 볶아버렸으니

쭈꾸미야 이거 미안해서 어쩐다냐."

 

"잉? 쭈꾸미 팔자가 원래 이러니 신경쓰지 말라고?"

 

 

 

 

 

▲오랜 세월, 술에 원한이 쌓인 나지만 유일하게 한 모금씩 입에 대는 술인

막걸리가 되겠습니다. 쭈꾸미볶음과 어쩐지 어울릴 듯합니다.

 

요리를 하면서 갑장님을 부를까 하던 차였는데

마침 퇴근길이라며 전화가 왔기에 막걸리나 한 병 사 가지고

오시라 했더니 사오셨더군요.

 

 

 

한 때는 남들에게 주는 걸 낙으로 알던 때도 있긴 하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아지면서 자꾸 신세를 지게 되는 일이 많아집니다.

나이가 들면서 누군가에게 신세를 지는 일이 가장 두려워집니다.

그냥 보내 주신다고 하면 고사할 게 뻔할 거라는 걸 아시고

불법(엥?) 아니, 편법을 써서 기어코 싱싱하고 맛있는

서산 쭈꾸미를 맛보여 주신 스카이님께

뭐라고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자전거가 좋다

 

 

 

 

 

 

 

 

 

 

 

쭈구미도!!!!!



    • 글자 크기
배터리 이야기? (by 듀카티) 청죽님에 이어서... (by 仁者樂山)

댓글 달기

댓글 15
  • 맟나게 드셧습니까?

    쮸구미가 쮸꾸미를 보냈군요.ㅋㅋㅋ

    쮸군이 맹 한것같으면서도....머리는 잘 돌아 갑니다.

    캡*님 샾으로 보낼 생각을 하다니...

    쮸군에 청죽님 사랑은 끝이 없군요...

  • 작년 잦은 비로 바닷물 염도가 낮아진 데다 올봄 해수 온도도 낮아

    쭈꾸미 흉년이라 값도 꽤 나간다고 하던데,

    보내준 사람 맘 씀씀이가 가상하군요.

     

    그건 그렇고 청죽님 너무 하시네요

    이런 염장질을....

     

    객지 생활 그럭 저럭 적응하며 지내겠는데

    고국 음식 생각은 갈수록 새록새록 납니다.

     

    마무튼, 늘 즐겁고 건강하게 살아가시는 모습 뵈니

    저도 참 기분이 좋군요.

     

  • 탑돌이님께

    적어도 우리나라에 계셨다면 좀 보내드렸을텐데 너무 아쉽더라구요....건강히 잘 계시지요...^^

  • 쭈구미의 굴욕  ㅍㅎㅎㅎ ㅎㅎㅎ

    가운데 동그랗게 보이는것이 쭈꾸미의 대표적인 그 부위군요~~~~ ㅋ

     

  • 쌀집잔차님께

    와요??.....제 머리가 워때서요.....여자분들은 쎅쉬하다꼬 좋아라 하던데요....>.<

    부러우신거쥬?...ㅎㅎㅎ...내년에 좀 싸지면 쌀집님께도 보내 드릴터이니 너무 부러워(?^^ㅎ) 하시지

    마십시요..ㅎㅎㅎ

  • eyeinthesky7님께

    요즘 한창 유행하는 노래가 생각나는군요~~~ ㅋㅋ

    니가 말한 머리가 그 머리는 아니겠지?~~~~~~♬♪

     

  • 사실,

    많이 보내 드렸으면 좋겠는데 여러 이유로 올 해 조황이 좋지가 못한데다가

    가격이 많이 오르고 해서 조금 밖에 보내 드리지 못했고

    보내 드리고 나서도 이거 적은 양이다 보니 보내 드리지 아니한만도 못한게 아닌가...하는

    마음입니다.

     

    조금 더 포식 하시고 싶으시면 중랑천에 자주 출몰하는 40묵은 쭈꾸미를 잡아 드시면

    될 것 같심돠...^^ㅎㅎㅎ

  • '가슴이 뭉클' 그 기분이 느껴집니다...청죽님! 맑은 햇살...음~~~

    군침 너무 흘려서 옆에서 이상하게 봅니다...ㅎㅎㅎ...

  • 레시피가 환상적......

    근디...이 쭈꾸미가 그 쭈구미여요????

    아님...그 쭈꾸미가...이 쭈꾸민가여???

    암튼...난 저런거(???)...잘 먹을 줄 모르니깐.....흥!!

  • 보내 주시는 분이 있으니
    이제는 그냥 포장마차라도 하나 내세요.
    실력은 되는 듯하니~~

    지금은 배가 부르니 나중에 먹어야겠네요. ㅎㅎ

  • 분명한 건 쭈도 쮸도 아닌 표준어는 주꾸미 되것슴다.

  • 청죽님이 좋타!!

  • 실제보다 먹음직하게 찍어올리시는 사진 실력이 엄청 나시다는걸 한눈에 알아보고

    그후에 예전에 명동 어느집에서 막었던것 보다 맛이 있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무척 비싸다던데......몸보신하셨으니 라이딩 더 많이 하실듯

  • 음...말허가 삻타...

  • 전 제목만 보고는 EYEINTHESKY7님과 라이딩 한 얘기인 줄 알았네요^.^;;;

    재료손질 해 놓은 것만 봐도 대충 요리실력이... 전 음식만드는건 젬병이라...

    음식 잘 하시는 분들 보면 많이 부럽다는...

    靑竹님은 스탠딩에 볼링도 잘 하시면서 이젠 요리까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40 Bikeholic 2019.10.27 3108
4323 정보좀주세요3 영랑10 2010.03.14 1431
4322 서울-부천-인천 노선의 88번 버스 난폭 운전하는건 알았지만...6 hitechitec 2010.03.15 6123
4321 오랜만에 왔더니...1 aragorn 2010.03.15 1236
4320 제주도 온지 5일째13 우현 2010.03.15 1633
4319 stom(스탐)주니어가 탄생 했답니다.31 십자수 2010.03.15 1788
4318 스카이님 확실한 길치로 인정합니다.12 십자수 2010.03.15 1615
4317 봄비, 일촉즉발의 자연5 靑竹 2010.03.15 1443
4316 잠 버릇이 이종 격투기급이군요..^^:::11 eyeinthesky7 2010.03.15 1550
4315 스카이님 길치에 대한 단상..12 산아지랑이 2010.03.15 1405
4314 홀릭님.....7 eyeinthesky7 2010.03.16 1553
4313 안녕하세요 저 부탁하나 드릴께요...2 frog9 2010.03.17 1525
4312 서천 주꾸미 번개 출방장소 변경---서울성모병원4 십자수 2010.03.17 1525
4311 이왕 봉사하는 거 이정도는 되어야...(아지랑이님 크랭크)3 십자수 2010.03.17 1579
4310 봄, 아이들의 재잘거림6 구름선비 2010.03.17 1235
4309 미국 몰락 이후의 세계 질서는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 하쿠오로 2010.03.17 1270
4308 크랭크 이야기..11 산아지랑이 2010.03.17 1485
4307 쥬니어18 stom(스탐) 2010.03.17 1590
4306 배터리 이야기?2 듀카티 2010.03.18 1516
쭈꾸미와의 동반 라이딩15 靑竹 2010.03.18 1828
4304 청죽님에 이어서...11 仁者樂山 2010.03.19 1581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