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번 눈이 마지막 눈일거야'
이 말은 다른 해 같으면 마땅할지 모르지만 올해는 그른 말인 것 같다.
여러 번 계속되는 마지막이 오늘도 뒷동산을 오르게 한다.
'이번이 아니면 내년에 보게 될 터!!'
그러나 산에서 만난 동네 어르신의 말로는 내일 모레 또 온단다.
어쨌거나 눈이 중요한 것은 아니고 너무 운동을 안 해서
이렇게 산에라도 다녀오면 그 강박에서 자유로울지 모르는 일이다.
코스는 홍유능 주차장을 통과해서 나의 서식처 백봉을 오르는 것이다.
며칠 전만해도 온통 눈으로 덮여서 눈을 바쁘게 했던 곳인데 그냥 고즈녁한 느낌이다.
이번 폭설로 인해서 남양주 지역의 산,
굵은 소나무 숲은 피해가 크다.
아마 광릉숲은 더할 것이 뻔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소나무가 뿌리째 뽑혔다.
안개가 스물스물 계곡을 따라 산등성이를 타고 오른다. 합바지에 방귀 새듯이~~
'봄 눈 녹 듯'이라는 말에 맞추려는지 질척이는 것을 보면 봄 눈이 틀림없다.
그래도 눈은 눈인지라 산에 올 때마다 만나는 같은 아파트 사는 노인네의 발길이 조심스럽다.
이곳은 참 좋은 숲이다.
가는 방향 좌측, 그러니까 평내 방향은 경사가 심한 편이고
우측은 조금 너그럽다. 숲이라는 것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난 좌측 숲이 좋다.
나무가 잘 보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무 모양도 다양해서 가는 내내 즐겁다.
십 년이 더 되게 다니는 길이지만 늘 새로운 것을 보면 나도 단순한 사람임에 틀림이 없나보다.
연리지가 몇 눈에 띄는데 이 놈도 그 중 하나이다. 다른 개체가 붙은 것이 아니니 엄격하게 연리지가 아닐 수도 있다.
항상 쉬어 가는 곳, 어느 핸가 불이 나는 바람에 주변 나무는 다 타고
떡갈나무 한 그루가 살아 남았다.
그루터기는 좀 탔지만 용케 살아 남아서 등산 하는 사람들에게 그늘을 지어 주는 것이다.
저 아래 한강 방향은 안개 속에 덮여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보여도 좋고 아니 보여도 좋은 그런 곳이다.
옛날에 사진을 찍으러 다닐 때 주요 피사체는 풍경과 접사였다.
사람은 잘 찍을 자신이 없었고, 또 어색하기도 해서였다.
말 없는 자연이 좋은 피사체라고 생각해서다.
오래 간만에 접사를 해 보고 싶다.
숲을 걸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연에 있어서 배려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아닐 수도 있고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아주 냉정한 것이 자연이지만 그 속에는 상생의 섭리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폭설에 많은 나무가 부러졌는데 이 놈은 그래도 적게 속살만 보이고 살아 남았다.
어쩌면 배려가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딱다구리나 크낙새 등이 파 놓은 고사목, 고목에 붙어 사는 이끼
이게 배려가 아니고 무엇일까?
동네에 다 내려왔다. 며칠 전에는 보지 못한 것들이 눈에 띈다.
야생화를 좋아하는 분인가 보다. 텃밭 옆 모퉁이에 야생화를 기르는 것을 보면….
들어가서 찍을까 하다가 그냥 멀리서 보기로 했다.
심어 놓은 것과 그냥 난 것들을 보면서 집에 온다. 공기가 한결 향기로운 것 같다.
장닭이 한 마리 모이를 찾아 다니고 있다.
옛날에 보던 그런 놈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동네에서 장닭을 보는 것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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