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 복수?
제목을 보고 '이 놈이 무슨 수작을 벌이나보다' 하셨나요?
그게 아니고 복수초 사진을 찍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ㅎㅎ
지난 겨울에 고등학교 동창 녀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동창회에서 한 두 번 만난게 고작인 그런 친구입니다.
학창시절 같은 방면에서 통학을 하였으나 별로 얘기를 나눠 본 적이 없는….
그런데 이 친구가
"야! 너 복수초 군락을 안다며?"
"…. 그런데?"
"야! 내년에 그거 찍으러 가자."
"그러지, 뭐~ 너도 사진 찍냐?"
"조금~~"
이 친구가 어디서 내 사진을 봤는지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투로 말하더니
나중에 그러는 겁니다.
"야! 나도 자전거 탄다."
"그래? 거 참 잘됐네. 어떤 자전거야?"
"하드테일"
그리고 나서 봄눈이 왔던 날에 다시 연락을 했고
이번 토요일 만나기로 한 것입니다.
오늘은 그 녀석과 같이 갈 복수초 군락지를 미리 답사하러 다녀왔습니다.
가을이면 밤을 주우러 다니던 곳이었는데
작년 가을엔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가 보지 못했는데
봄보다는 길이 험해졌습니다.
자전거를 타거나, 밤을 줍거나 또는 사진을 찍으러 갔을 때도
위에서 아래로 내려 온 적은 있지만
올라 가기는 처음입니다.
지난 폭설로 나무가 부러진 것도 보이고
부러진 나무로 인해서 터널이 된 곳도 있습니다.
혹시나 이번 토요일에 친구를 데리고 갔는데
복수초가 피어있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이
가는 내내 낯익은 계곡과 오솔길을 바쁘게 훑게 합니다.
꽃이 별로 피지 않았습니다.
애기똥풀이 조금 자랐고, 현호색이 몇개 앙상한 꽃술을 달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오라고 큰소리는 쳐 놓았는데
꽃이 피지도 않아 낭패가 될지도 모릅니다.
앉은부채가 파란 잎을 보이고,
생강나무의 꽃도 보입니다.
"너무 이른게야"
꿩의 바람꽃이 있습니다.
작년에 왔을 때도 꿩의 바람꽃을 찍은 기억이 있습니다.
희망이 생깁니다.
오늘 확인하러 온 꽃은 이놈 되시겠습니다.
언제부터 알게 되었는지 이 꽃을 찍을 것을 동경하다가
작년에 우연히 군락지를 발견하고 혼자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던 꽃입니다.
눈이 바쁘게 움직이고
얼마나 많은 꽃이 피었는지 확인합니다.
처음피어서 그런지 작년보다는 개체수가 적습니다.
작년에 찍은 기억으로는 옆에서 반투명한 빛을 보는 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똑딱이나 DSLR이나 같은 실력이지만
그래도 다음을 위하여 가볍게 찍고 싶습니다.
다행입니다.
취미가 같은 친구가 있다는 것이 다행이고,
그 녀석과 같이 찍을 꽃이 피어 주어서 다행입니다.
4월 18일쯤 찍으러 올 생각이었다가 그 때 일이 있어서
이번 주말로 당겼는데 잘 한 것 같습니다.
꽃은 피었으니 스케치라도 제대로 하고 싶습니다.
'옆 모습이 아름다운 그녀'입니다.
꽃 잎을 위에서 내려다 보면 너무 평범한데
옆에서 보면 강력한 줄기와 범상치 않은 잎사귀
그 위에 달려 있는 꽃잎이 자주색에서 노란색까지를 다 포함하고 있어서
작년에 찍은 기억으로는 '인디아나 존스의 성배'를 연상시키는 모습이었습니다.
위에서 본 모습은 이렇습니다. 너무 단순하죠?
그러면 그 '성배'의 모습을 담아 보자.
그런데 이놈의 똑딱이가 얼마나접사가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수동으로 찍을려다가 기능을 잊어 버려서 포기하고
그냥 희미하게 보이는 LCD창을 살피면서 잘 나와 주기만을 고대하며 찍었죠.
이 앵글이 괜찮아 보여서 계속해서 찍었습니다.
이건 조금 다른 각도~~
이번 주말이 기다려집니다.
이 녀석이 사진실력이 얼마나 되는지
자전거는 잘 타는지?
나처럼 꽃을 보면서 소리를 지르는지~~
어쩌면 왈바에 접속해서 내 사진을 다 보면서
쩍쩍 입맛을 다실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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