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끊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버이날을 맞아 청죽 왕조의 공주(딸아이)가 얼마간의 용돈과 함께
효성을 담은 서찰(위 사진)을 올렸는데 공주의 원래 이름은 정구가 아니다.
정구란 이름은 태상왕(아버님)께서 돌림자를 넣어 지어 주신 이름인데
식구들이 남자 이름 같다고 무엄하게도 반대를 해서 다른 이름으로 지었다.
그런데 커서 이 사실을 알고 난 녀석이 정구란 이름이 정이 간다고 했다.
그래서 녀석의 친구들까지 녀석의 이름을 정구로 부른단다.
하지만 세자(아들놈) 녀석은 제 놀기 바빠 싸돌아다니다
입궐(집으로 돌아옴)한 뒤 중전(마누라)에게 엄중한 질책을 받기에 이르렀다.
혼쭐이 난 녀석은 동궁전(아들놈 방)에 들어가 한동안 조용하더니만
5분도 안 되어 종이를 오려서 조잡한 카네이션을 만들어
아바마마, 어마마마의 가슴에 철썩철썩 붙여 주는데 이게 순 날림이다.
'어버이날 경축'이란 글을 넣기는 했는데 받아보고 나서
중전과 함께 가가대소를 하고 말았다.
딸아이가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을 받자니 콧날이 찡하다.
"네가 준 편지가 세상의 무엇과도 바꾸기 싫을 정도로
값어치가 있으니 돈은 됐다. 도로 가져가거라"
했더니
"아부지, 그 돈이 새끼를 쳐서 돌아오라고 드린 겁니닷."
하면서 받기를 거부한다.
좌우간 어버이날 떼돈을 벌었다. 켈켈.
아무것도 아이들에게 해 준 것이 없는데
들풀이 저절로 자라듯 곧게 자라 준 녀석들에게
너무도 미안하고 또 고맙다.
날이 참 화창하다.
담배를 이번에 기필코 끊어야겠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