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노무현대통령 서거 1주기입니다.
군자다운 그 분의 풍모가 그립습니다.
쥐새끼 같은 소인들이 제 세상을 만난 양 깝쭉거리는 난세에, 풍운아 허균의 글 한 편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소인론(小人論)-허균(許筠)
方今國家
(방금국가) : 요즈음 나라에는
无小人焉
(무소인언) : 소인(小人)도 없으니
亦无君子焉
(역무군자언) : 또한 군자(君子)도 없다.
无小人
(무소인) : 소인이 없다면
則國之幸也
(칙국지행야) : 나라의 다행이지만
若无君子
(약무군자) : 만약 군자가 없다면
則何能國乎
(칙하능국호) : 어떻게 나라일 수 있겠는가?
否否不然
(부부불연) : 절대로 그렇지는 않다.
无君子
(무군자) : 군자가 없기 때문에
故亦无小人焉
(고역무소인언) : 역시 소인도 없는 것이다.
向使國有君子
(향사국유군자) : 만약 나라에 군자가 있다면
則小人不敢掩其跡也
(칙소인불감엄기적야) : 소인들이 그들의 형적(形迹)을 감히 숨기지 못한다.
夫君子小人
(부군자소인) : 대저 군자와 소인은
如陰陽晝夜
(여음양주야) : 음(陰)과 양(陽), 낮과 밤 같아서
有陰則必有陽
(유음칙필유양) : 음(陰)이 있으면 반드시 양(陽)이 있고
有晝則必有夜
(유주칙필유야) : 낮이 있으면 반드시 밤이 있으니,
有君子則必有小人
(유군자칙필유소인) : 군자가 있다면 반드시 소인도 있다.
在唐虞亦然
(재당우역연) : 요ㆍ순 때에도 역시 그랬는데 .
矧後世乎
(신후세호) : 하물며 뒷세상에서랴
蓋君子則正
(개군자칙정) : 대개 군자라면 바르고
小人則邪
(소인칙사) : 소인이라면 간사하며,
君子則是
(군자칙시) : 군자라면 옳고
小人則非
(소인칙비) : 소인이라면 그르며,
君子則公
(군자칙공) : 군자라면 공변되고
小人則私
(소인칙사) : 소인이라면 사심(私心)을 지녔으니
在上者以邪正是非公私
(재상자이사정시비공사지변이찰지) : 윗자리에 있는 사람이 사정(邪正)ㆍ시비(是非)ㆍ공사(公私)의 판단으로써 살핀다면
則彼小人者烏敢遁其情哉
(칙피소인자오감둔기정재) : 저들 소인들이 어떻게 감히 그들의 실정(實情)을 숨길 것인가?
方今之所謂君子小人
(방금지소위군자소인) : 요즈음의 이른바 군자ㆍ소인이란
无大相遠者
(무대상원자) : 서로간에 큰 동떨어짐이 없다.
而同則皆爲君子
(이동칙개위군자) : 자기들과 뜻을 같이하면 모두 군자로 여기고,
異則皆爲小人
(이칙개위소인) : 달리하면 모두 소인으로 여긴다.
彼異則斥以爲邪
(피이칙척이위사) : 저편이 이쪽과 다르다면 배척하여 사(邪)하다 여기고,
此同則推以爲正
(차동칙추이위정) : 이편과 같이 뜻하는 사람이라면 치켜 세워 정(正)이라 여긴다.
是者是其所是
(시자시기소시) : 시(是)란 그들이 옳다고 여기는 것이 시이고,
非者非其所非
(비자비기소비) : 비(非)란 그들이 그르다고 여기는 것이 비이니,
此皆由公不能勝私而然也
(차개유공불능승사이연야) : 이건 모두 공(公)이 사(私)를 이길 수 없는 이유로 그런 것이다.
誠使大人君子學行才識
(성사대인군자학행재식) : 진실로 대인군자(大人君子)로서 학행(學行)과 재식(才識)이
爲一時表率者
(위일시표솔자) : 한 시대의 대표되는 사람으로 하여금
出而在上位
(출이재상위) : 나와서 높은 지위에 있도록 하여,
以風勵具僚
(이풍려구료) : 모든 관료들을 권장해 주고,
使薦紳大夫
(사천신대부) : 신분 높은 대부(大夫)들로 하여금
皆知其守正奉公
(개지기수정봉공) : 모두 바름을 지키고 공(公)에 봉사하며
明是非之分
(명시비지분) : 시비(是非)의 분별을 밝힐 줄 알게 해 준다면,
一時淫朋
(일시음붕) : 한 시대의 음흉한 붕당 떼거리들이
將革面之不暇
(장혁면지불가) : 장차 면모를 개혁하는데 시일이 걸리지 않으리라.
安敢四分五裂
(안감사분오렬) : 어떻게 감히 사분오열(四分五裂)하여
恣其跳梁如近日乎
(자기도량여근일호) : 함부로 날뛰는 짓을 요즘같이 하겠는가?
然則淫朋之害
(연칙음붕지해) : 그렇다면 음흉한 붕당 떼거리들의 해로움은
有甚於小人之專朝也較矣
(유심어소인지전조야교의) : 소인들이 국권을 전횡함보다 심한 것이 분명하다.
國之惡小人者
(국지악소인자) : 나라에서 소인들을 미워하는 것은
惡其病國而害民也
(악기병국이해민야) : 그들이 나라를 병들게 하고 백성들을 해롭게 하는 것을 미워해서이다.
今則害于國而病乎民者
(금칙해우국이병호민자) : 오늘날 나라에 해를 끼치고 백성을 병들게 하는 것은
不待權奸之秉政
(불대권간지병정) : 권간(權奸)이 국정을 쥐지 않고도
而若此之極
(이약차지극) : 이처럼 극도에 이르렀음은,
是皆私意大行
(시개사의대행) : 모두 사의(私意)가 크게 행해져서
權不出於一
(권불출어일) : 권한이 한 곳에서 나오지 않고,
而紀綱已壞
(이기강이괴) : 기강(紀綱)이 이미 무너져
不可復振之故也
(불가부진지고야) : 다시는 진작시킬 수 없는 때문이다.
蓋所謂權奸者亦有之矣
(개소위권간자역유지의) : 이른바 권간(權奸)이라는 자들도 있었다.
安老嘗弄之
(안로상롱지) : 김안로가 일찍이 농간을 피웠고
元衡嘗擅之
(원형상천지) : 윤원향도 일찍이 전권을 휘둘렀다
近日永慶亦欲專之
(근일영경역욕전지) : 요즘에는 최영경 역시 전횡하고자 하여
其自利而斥異己
(기자리이척이기) : 자기 자신만을 이익되게 하고 자기와 뜻을 달리하는 사람들을
則同一揆也
(칙동일규야) : 배척했음은 동일한 방법이었다.
至於國之經紀則自若焉
(지어국지경기칙자약언) : 그러나 나라의 기강에 있어서는 여전했었으니
是无他
(시무타) : 이건 다름이 아니라
權出於一
(권출어일) : 권한이 한 곳에서 나왔던 까닭으로,
故專擅之者絀
(고전천지자출) : 전천(專擅)하던 사람이 물러가면
則旋復其舊也
(칙선부기구야) : 곧바로 예전대로 회복되었기 때문이다.
今則不然
(금칙불연) : 지금은 그렇지 않아
權之出者多門
(권지출자다문) : 권한이 나오는 곳이 여러 군데이고,
而自利而斥異己者
(이자리이척이기자) : 자신만을 이롭게 하며 자기와 달리하는 사람을 배척하는 것은
人人皆是
(인인개시) : 사람마다 모두 그렇다.
欲絀之則不可勝絀
(욕출지칙불가승출) : 그런 것을 물리치려고 한다면 이루 다 쫓아낼 수가 없고,
而國綱終无以收拾矣
(이국강종무이수습의) : 나라의 기강도 끝내 수습할 수가 없게 된다.
嗚呼
(오호) : 오호라,
安得小人者俾
(안득소인자비전국방) : 어떻게 하여야 소인들이 국권을 전횡하게 했다가,
及其來張而擊去之耶
(급기래장이격거지야) : 그들이 세력을 펼치지 못할 때 공격하여 제거할 수 있을까?
亦安得大人君子者出而風之
(역안득대인군자자출이풍지) : 또 어떻게 하여야 대인 군자(大人君子)가 나와서, 풍동(風動)하여
以散其淫朋耶
(이산기음붕야) : 그처럼 음흉한 부당들을 해산시킬 수가 있을까?
故曰方今國家无小人
(고왈방금국가무소인) : 때문에,"지금의 국가에는 소인도 없으니
亦无君子也
(역무군자야) : 또한 군자도 없다."하였다.
抑有說焉
(억유설언) : 또 하나를 말해보면,
古之所謂小人者
(고지소위소인자) : 옛날의 이른바 소인이라던 자들은
其學足以濟其辨
(기학족이제기변) : 그들의 학문은 그들의 변설(辯說)을 돕기에 충분했으며,
其行足以欺夫俗
(기행족이기부속) : 그들의 행실은 세속을 속이기에 충분했었고,
其才足以應乎變
(기재족이응호변) : 그들의 재주도 사태의 변화에 적응하기에 충분하였다.
故其在位也
(고기재위야) : 그러므로 그가 지위에 있는 동안에는
人不測其中
(인불측기중) : 사람들이 그의 내심을 헤아리지 못했고,
而足以行其所欲爲
(이족이행기소욕위) : 충분하게 그가 하고 싶은 대로 행하였다.
其與君子異者
(기여군자이자) : 그들이 군자와 다른 것은
特公私一毫髮之差
(특공사일호발지차) : 오직 공(公)과 사(私)라는 아주 작은 차이지만
其禍猶慘
(기화유참) : 그들이 끼치는 화란은 오히려 참혹했으니,
況无才行學識
(황무재행학식) : 하물며 재행(才行)과 학식(學識)도 없으면서
而唯好官是饕
(이유호관시도) : 오직 좋은 벼슬만 탐내며
逐逐於津要
(축축어진요) : 요직에만 기를 써서,
爲狗苟態者
(위구구태자) : 구차스러운 태도를 하는 사람들이
盈朝滿庭
(영조만정) : 조정(朝廷)에 가득 찼다면,
則其禍終如何耶
(칙기화종여하야) : 그 화는 마침내 어떠한 정도이랴.
故曰淫朋之害
(고왈음붕지해) : 그러므로, "음흉한 붕당의 해는
有甚於小人之專朝也較矣
(유심어소인지전조야교의) : 소인이 조정을 전횡하는 것보다 심하다는 것이 분명하다."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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