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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시골에서 요양하다 올라왔습니다.

Bikeholic2010.05.25 23:02조회 수 1660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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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바이크 자체로는 수익이 거의 '제로' 에 가깝고 아니 오히려 모든 상황에서 극한의 마이너스 상황을 타개하고자 새로운 사업을 하나 준비중입니다.

뭐 별건 아니고 남들 다 하는것이고 예전부터 주위에서 제발좀 해라~~~고 말들이 많았지만 일부러 하지 않았던 일입니다.

 

일 열심히 하고 있는데, 글쎄 주말에 계속 비가 오네요.

비가 올땐 그저 산속에 들어가 멍때리고, 책읽고, 음악듣고, 영화보고, 꼼지락거리고, 술마시고 이래야 하거늘......하는 생각을 하다가 밤 늦게 쨌습니다.

 

제천에 도착하니 비는 추적추적 아~~~싸나이 가슴의 심연에 있는 회귀본능을 마구마구 휘젖느군요.

 

집에 도착해 문을 열자마자 화들짝 놀라 자빠지는줄 알았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죠? 제가 그렇게 산을 쑤시고 다녔으면서도 벌레에 극도의 히스테리가 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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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화장실 문을 열자마자 이런 제기찰녀석 같으니라구....식인벌레처럼 생긴 제 발 크기보다 큰 지네가

"나를 한번 밟아봐"

"눈 딱감고 밟아봐 요단강 건너는 느낌을 보여줄께~~~"

하고 버티고 있는 겁니다.

제가 어땠을까요~~아주 돌아버리는줄 알았습니다. 간신이 바구니로 유인하여 집밖으로 버리려는데 이게 마치 뛰쳐나와 얼굴로 달려들어 저는 잡아먹을듯이 날뜁니다. 메기잡았을때 처럼 말이죠.

 

으아악~~~~하며 뛰쳐나가 집밖에 숲으로 던졌습니다. 휴.....요단강의 실체를 확인할 뻔 했습니다.

얼굴로 달려들었다면 쇼크사했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했으니까요.

 

진정하고, 본연의 자세인 차분한 음주모드로 마인드 컨트롤을 합니다.

영화한편보고, 뭐 또 없나 하다가 "생로병사의 비밀"을 다운받아놓은게 있어 몇편 보았습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 한 자신을 발견합니다.

술과 담배로 이 밤을 지새우며 생로병사의 비밀을 본다? 흠.....흠....아무리 생각해봐도 궁합이 영..

 

동이 터오는군요.

부슬비를 맞으며 집주위를 한번 둘러봅니다. 술한잔 걸치고 숲을 보는 일은 매우 운치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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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니 참 운치있군요. 한여름이 되면 저 풀들이 꼭 악마같습니다. 집을 다 삼키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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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너 그만 기어 올라와 그거 방부목이야. 별로 좋지도 않으니 그 라인까지만 자라다오 응?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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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단단한 바위에 뿌리를 박고는 살아보겠다고 숨쉬는 생명이 정말 대단하군요.

열심히 살아야 겠습니다.

모름지기 살아있는 동안은 길가에 풀꽃 하나도 사랑하고 볼일이라는데, 잘 자라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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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동안 영하 20도 가까운 살인적인 추위가 왔던 제천의 날씨를 힘들게 견딘 소나무가 힘없이 가지를 떨어뜨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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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옆에 자라는 이름모를 나무도 쑥 쑥 잘 자라는군요. 아까버린 지네가 이걸타고 다시 넘어오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듭니다.

 

이제 아침이 되었으니 술도 취하고~~ 자야겠죠? 한국에 살면서 서양의 시차에 맞추어 사는 제 자신은 과연 무엇일까요?

 

모든 창을 열고 새소리를 들으며 한숨 때리고 일어났더니. 엥? 오후 4시네?

하루가 다 갔습니다.

뭐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할일도 없고, 해야할 일도 없고, 갈굴 사람도 없고, 지네도 없습니다.

꼼지락 꼼지락, 촛대를 한번 만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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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땅콩은 전날 술안주가 될 운명이었으나 운좋게 탈영한 넘입니다.

넌 죽다 살은겨~~~

근사한 촛대가 완성됬습니다. 그런데 만들어 놓고 불을 켜보니.......

아 이거 한편의 예술작품 아닌가~~ 하는 자/뻑/에 도취되고 말았습니다.

 

왜냐하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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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런 모습이었으니까요.

마치 성스러운 여인이 아이를 안고 있는 듯한 모습, 저 꾸알라스러운 날개하며.

그런데, 지금와서 보니 자뻑은 자뻑이고 어떻게 보면 아이를 불속에 던지려는듯한 모습은 아닐까? 하고 기괴하고 호러하며, 공포스러운 생각도 듭니다.

재물로 바치는듯한....(뭐 맨날 이러고 놉니다)

 

심심해서 두개 더 만들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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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삼각뿔 모양으로 생긴 "향" 을 피우는 향대입니다. 사이즈가 딱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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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집에도 하나 만들어놓은것과 비슷한 일반 스틱형 향을 피우는 향대죠.

 

쇼파에 앉아 바지를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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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이 나있습니다.

몇년전 빠이어님과 함께 격렬비열도로 선상 농어 루어낚시를 갔을때죠.

빠이어님의 캐스팅이 실수해서 제 바지에 걸렸습니다. 그것도 지대루 말이죠.

그런데, 아픕니다. 이런....살속에 박혔습니다.

이미 당시는 제가 한수 걸었을 상황....농어란 놈은 한놈 놓치면 우르르 다 섬을 빠져나가는 넘들인지라, 급한 마음에 "얼른 던져요~~~~~~~~~~~~~~~~~~~~얼른~~"

을 외치며, 앞 뒤 안가리고 바늘을 잡고 뜯었습니다.

바지 종아리로 뜨뜻한 느낌이 들더군요...참 비싼 낚시 했습니다.

 

당시 빠이어님말로는 "손맛" 이 아닌 "몸맛" 이 죽였다는....

 

어라? 11시가 넘었네? 마시자~~~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났습니다.

 

이번에는 2시에 일어납니다.

 

"음.....오늘 하루는 꽤 길것같군"

밖에 나가자 마자 아카시아 향이 코를 자극합니다. 아카시아 향을 맡으면 몸과 마음이 대학시절로 돌아가는듯한 느낌입니다.

아카시아 향을 워낙 좋아해서, 집에서 만들어먹는 요거트도 아카시아 꿀을 넣어 먹습니다.

 

"아~~ 아카시아 꽃 술을 담가야 겠군"

 

불현듯이 작년에 맛본 이 술의 향취가 떠오릅니다.

비를 맞아가며 나무에서 떨어지는 우수수 빗방울들을 얼굴에 쳐바르며, 세상의 아카시아는 모두 따서 술을 만들고 말것이라는 다짐이라도 한듯 열심히 땁니다.

우쒸.....벌레가 있습니다. 화들짝 놀랩니다.

지네가 생각납니다. 나무에 숨어있다가 얼굴로 확 덮칠것 같습니다.

무섭습니다.

포기하고 옆 나무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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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한바구니, 그리고 저 양의 반정도를 더 땄습니다.

집에는 지금 1.8리터 패트병 2개에서 아카시아 꽃 술이 향긋하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4~6개월후에는.....생각만 해도 행복합니다.

 

쇼파에 앉아 책한권을 다 읽고 시계를 보니 밤 10시.

서울로 가자, 서울로....

 

술을 많이 먹어서 뒷골은 살짝 땡기지만, 어쨌든 바쁜 와중에 며칠 쉬고 왔더니 마음이 맑아졌습니다.

이제 열심히 일해야지요~

 

 



왈바서버 해킹한 놈들 걸리기만 해봐라. 다 주거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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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좋긴 좋네요... (by rocki) 회사라는게.. (by 듀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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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 부럽습니다.

    언제고 자기의 생각대로 움직일 수 있는 홀릭님이...

  • 나도 딱 이틀만 이틀만 이렇게 살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새같은 나방은 아직 없을 때라서 다행이었습니다. 그쵸? 흐흐흐

  • 군대 있을때 지네에 물렸는데 그건 바늘로 쑤욱 찌르는 느낌이었답니다...자다가 악 ~! 소리를 ~~~

  • 홀릭님, 지네 실로 감아서 말려놨다

    허리 아플 때 구워서 소주잔에 타서 먹으면

    효과 좋은디...^^

    산밑에 살 때 옷속에 들어있던 지네에게 두 번 물려봤는데 별거 아닙디더.

  • 저도 지난 초파일 연휴에 고향(하동)에 갔다가 지네를 세마리나 발견했습니다

    그 중에 두마리는 거실에서 자고 있던 제 동생과 사촌 형님을 급습해서

    사촌형님의 목 부위를 물었네요 ㅜㅜ

    고향에 다녀오면 돌아올 때는 몸이 피곤하지만 마음은 항상 즐겁습니다

  • 음주중일 수록 생로병사는 더더욱 잘 맞는 조합이 아닌가유?....ㅎㅎㅎ

    그나저나 싸나이 40km는 잘 하시고 계슈...?....조만간 홀릭님 꽤어 뺑뺑이 심야 라이딩 좀 해볼까 하는데요..^^

  • 호기심과 손제주가 많은 홀릭님은 심심하지 않겠다...

    5개월 동안 혼자 놀았는데.... 

  • 후발주자일수록................더 많은  준비가 있어야합니다

    늦었지만....

     

     남들보다 앞서가면 됩니다

  • 멋지게 사시는 분 같아 부럽습니다.

    수입이 많거나 적거나 남들처럼 하든 그렇지 않든~~

  • 요양이라는 단어를 쓰실 정도로 건강이 나쁘신 건 아니시죠?

    걱정되잖아요.^^

  • 왈바의 수익이 제로라니...안타깝습니다.자전거 프렘이나 부품 수입같은 사업을 하신다면 잘하실 듯한데....글을 자세히 읽어보니 재미있는 글인데 우울해 보입니다. 살면서 찾아오는 슬럼프는 많이 있겠지만 빨리 극복하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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