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바이크 자체로는 수익이 거의 '제로' 에 가깝고 아니 오히려 모든 상황에서 극한의 마이너스 상황을 타개하고자 새로운 사업을 하나 준비중입니다.
뭐 별건 아니고 남들 다 하는것이고 예전부터 주위에서 제발좀 해라~~~고 말들이 많았지만 일부러 하지 않았던 일입니다.
일 열심히 하고 있는데, 글쎄 주말에 계속 비가 오네요.
비가 올땐 그저 산속에 들어가 멍때리고, 책읽고, 음악듣고, 영화보고, 꼼지락거리고, 술마시고 이래야 하거늘......하는 생각을 하다가 밤 늦게 쨌습니다.
제천에 도착하니 비는 추적추적 아~~~싸나이 가슴의 심연에 있는 회귀본능을 마구마구 휘젖느군요.
집에 도착해 문을 열자마자 화들짝 놀라 자빠지는줄 알았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죠? 제가 그렇게 산을 쑤시고 다녔으면서도 벌레에 극도의 히스테리가 있다는 사실.
그런데, 화장실 문을 열자마자 이런 제기찰녀석 같으니라구....식인벌레처럼 생긴 제 발 크기보다 큰 지네가
"나를 한번 밟아봐"
"눈 딱감고 밟아봐 요단강 건너는 느낌을 보여줄께~~~"
하고 버티고 있는 겁니다.
제가 어땠을까요~~아주 돌아버리는줄 알았습니다. 간신이 바구니로 유인하여 집밖으로 버리려는데 이게 마치 뛰쳐나와 얼굴로 달려들어 저는 잡아먹을듯이 날뜁니다. 메기잡았을때 처럼 말이죠.
으아악~~~~하며 뛰쳐나가 집밖에 숲으로 던졌습니다. 휴.....요단강의 실체를 확인할 뻔 했습니다.
얼굴로 달려들었다면 쇼크사했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했으니까요.
진정하고, 본연의 자세인 차분한 음주모드로 마인드 컨트롤을 합니다.
영화한편보고, 뭐 또 없나 하다가 "생로병사의 비밀"을 다운받아놓은게 있어 몇편 보았습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 한 자신을 발견합니다.
술과 담배로 이 밤을 지새우며 생로병사의 비밀을 본다? 흠.....흠....아무리 생각해봐도 궁합이 영..
동이 터오는군요.
부슬비를 맞으며 집주위를 한번 둘러봅니다. 술한잔 걸치고 숲을 보는 일은 매우 운치있는 일입니다.
비가 오니 참 운치있군요. 한여름이 되면 저 풀들이 꼭 악마같습니다. 집을 다 삼키려고 하죠.
야~~너 그만 기어 올라와 그거 방부목이야. 별로 좋지도 않으니 그 라인까지만 자라다오 응? 제발~
저 단단한 바위에 뿌리를 박고는 살아보겠다고 숨쉬는 생명이 정말 대단하군요.
열심히 살아야 겠습니다.
모름지기 살아있는 동안은 길가에 풀꽃 하나도 사랑하고 볼일이라는데, 잘 자라거라~~
겨울동안 영하 20도 가까운 살인적인 추위가 왔던 제천의 날씨를 힘들게 견딘 소나무가 힘없이 가지를 떨어뜨렸습니다.
집옆에 자라는 이름모를 나무도 쑥 쑥 잘 자라는군요. 아까버린 지네가 이걸타고 다시 넘어오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듭니다.
이제 아침이 되었으니 술도 취하고~~ 자야겠죠? 한국에 살면서 서양의 시차에 맞추어 사는 제 자신은 과연 무엇일까요?
모든 창을 열고 새소리를 들으며 한숨 때리고 일어났더니. 엥? 오후 4시네?
하루가 다 갔습니다.
뭐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할일도 없고, 해야할 일도 없고, 갈굴 사람도 없고, 지네도 없습니다.
꼼지락 꼼지락, 촛대를 한번 만들어봅니다.
옆에 땅콩은 전날 술안주가 될 운명이었으나 운좋게 탈영한 넘입니다.
넌 죽다 살은겨~~~
근사한 촛대가 완성됬습니다. 그런데 만들어 놓고 불을 켜보니.......
아 이거 한편의 예술작품 아닌가~~ 하는 자/뻑/에 도취되고 말았습니다.
왜냐하믄~~
바로 이런 모습이었으니까요.
마치 성스러운 여인이 아이를 안고 있는 듯한 모습, 저 꾸알라스러운 날개하며.
그런데, 지금와서 보니 자뻑은 자뻑이고 어떻게 보면 아이를 불속에 던지려는듯한 모습은 아닐까? 하고 기괴하고 호러하며, 공포스러운 생각도 듭니다.
재물로 바치는듯한....(뭐 맨날 이러고 놉니다)
심심해서 두개 더 만들어 봅니다.
요건 삼각뿔 모양으로 생긴 "향" 을 피우는 향대입니다. 사이즈가 딱 맞아요~
요건 집에도 하나 만들어놓은것과 비슷한 일반 스틱형 향을 피우는 향대죠.
쇼파에 앉아 바지를 보니.
구멍이 나있습니다.
몇년전 빠이어님과 함께 격렬비열도로 선상 농어 루어낚시를 갔을때죠.
빠이어님의 캐스팅이 실수해서 제 바지에 걸렸습니다. 그것도 지대루 말이죠.
그런데, 아픕니다. 이런....살속에 박혔습니다.
이미 당시는 제가 한수 걸었을 상황....농어란 놈은 한놈 놓치면 우르르 다 섬을 빠져나가는 넘들인지라, 급한 마음에 "얼른 던져요~~~~~~~~~~~~~~~~~~~~얼른~~"
을 외치며, 앞 뒤 안가리고 바늘을 잡고 뜯었습니다.
바지 종아리로 뜨뜻한 느낌이 들더군요...참 비싼 낚시 했습니다.
당시 빠이어님말로는 "손맛" 이 아닌 "몸맛" 이 죽였다는....
어라? 11시가 넘었네? 마시자~~~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났습니다.
이번에는 2시에 일어납니다.
"음.....오늘 하루는 꽤 길것같군"
밖에 나가자 마자 아카시아 향이 코를 자극합니다. 아카시아 향을 맡으면 몸과 마음이 대학시절로 돌아가는듯한 느낌입니다.
아카시아 향을 워낙 좋아해서, 집에서 만들어먹는 요거트도 아카시아 꿀을 넣어 먹습니다.
"아~~ 아카시아 꽃 술을 담가야 겠군"
불현듯이 작년에 맛본 이 술의 향취가 떠오릅니다.
비를 맞아가며 나무에서 떨어지는 우수수 빗방울들을 얼굴에 쳐바르며, 세상의 아카시아는 모두 따서 술을 만들고 말것이라는 다짐이라도 한듯 열심히 땁니다.
우쒸.....벌레가 있습니다. 화들짝 놀랩니다.
지네가 생각납니다. 나무에 숨어있다가 얼굴로 확 덮칠것 같습니다.
무섭습니다.
포기하고 옆 나무로 갑니다.
요렇게 한바구니, 그리고 저 양의 반정도를 더 땄습니다.
집에는 지금 1.8리터 패트병 2개에서 아카시아 꽃 술이 향긋하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4~6개월후에는.....생각만 해도 행복합니다.
쇼파에 앉아 책한권을 다 읽고 시계를 보니 밤 10시.
서울로 가자, 서울로....
술을 많이 먹어서 뒷골은 살짝 땡기지만, 어쨌든 바쁜 와중에 며칠 쉬고 왔더니 마음이 맑아졌습니다.
이제 열심히 일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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