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크로몰리와 해후하다

靑竹2010.05.28 10:21조회 수 1441댓글 11

    • 글자 크기


 

 ▲도시, 자연, 달, 그리고 자전거.

 

 

풀샥이냐 하드테일이냐의 선택의 기로에 서서 고민한다는 건 아마도 두 기종을 모두 장만하기가 여의치 않은 경제 사정 때문일 확률이 높다. 풀샥 자전거를 워낙 좋아해서 먼지가 풀풀 날리는 살림살이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여전히 눈독을 들이곤 한다.

 

크로몰리 하드테일 자전거를 꾸미고 나서 1년여인가 열심히 도로 라이딩 위주로 누비다가 불현듯 싱글 코스에서 안정감을 주는 풀샥이 그리워졌고 산을 주로 타고 싶어지는 바람에 부속을 모두 풀샥으로 옮기고 이 크로몰리 프레임을 장롱 위에 얹어 두었었는데 그게 벌써 2년쯤 되었나 보다.

 

 

 

 

 

 ▲52년생이신 디지털 님. 280랠리에 참가, 26시간 대의 엄청난 기록으로 13위를 차지하는 무시무시한 체력의 소유자시다. "같이 갑시다 청죽님." "네? 아이고, 싫습니다. " "왜요?" "제가 어려서 무슨 힘을 쓰나요? 제가 디지털님 나이가 되면 한 번 나갈까 합니다." "핫핫핫" 하여간 부러운 분이다.

 

 

 

어려서부터 한강은 내게 많은 추억을 안겨 주었다. 30년을 살던 서울을 떠나 의정부로 이사온 지 이제 십 년이 다 되었다. 의정부에서 한강까지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어려서는 전설이었고 자라서는 추억이었던 한강이 이따금씩 보고 싶어서 한강을 자주 다녀오곤 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나도 모르게 한강에 다녀오는 횟수가 점점 줄어드는가 싶더니 이제 가 본 지도 벌써 한 해 하고도 반 년은 더 지난 것 같다. 뭐 홀로라이딩이라 풀샥으로 다녀도 상관은 없지만 체력 소모도 그렇고 시간이 좀 많이 걸린다는 점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한강이 더할 수 없이 그리워졌다. 그래서 다시 크로몰리를 장롱 위에서 내려 꾸몄다. 역시 풀샥에 견주어 보면 같은 힘으로 페달링을 할 경우 대략 4~5km/h 정도 평속이 더 나오는 것 같다. 그렇지만 산악지대의 울퉁불퉁한 노면의 정보를 내게 그대로 전달하지 않고 즐거운 왜곡을 선물했던 올마운틴에 길들여졌던 탓에 아무 생각 없이 작은 요철을 보고도 그냥 안장에 앉아서 달리다가 '탕'하고 엉덩이에 전해져 오는 강한 충격에 화들짝 놀라곤 한다.

 

야심한 밤, 중랑천을 달리면서 사색하기 위한 조건이 있다. 첫째, 저속일 것. 둘째, 어느 정도 고단 기어일 것이 그것인데 너무 저단으로 놓으면 페달링을 하는 발놀림이 바빠 자칫 산만해지기 때문이다. 한여름일지라도 중랑천의 야간 라이딩은 언제나 시원했다. 요 며칠 그렇게도 무던히 쏘다녔던 중랑천의 호젓한 밤길을 달리노라니 당시에 느꼈던 감각이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하드테일의 마지막 선택이라 생각하는 이 크로몰리 자전거와의 해후는 가끔 '내가 매너리즘에 빠진 건 아닐까?'하던 생각들이 기우였다는 걸 증명해 주었다. 마흔 살에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느꼈던 벅찼던 감동과 열정 가득했던 시절들의 세세한 추억이며 느낌들이 이 쫄깃쫄깃하고 날렵하게 생긴 크로몰리 자전거로 중랑천의 밤길을 달리면서 다시 새록새록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반갑다. 크로몰리야.

 

많이 그리웠단다. 

 

 

 

 

자전거가 좋다

 

  



    • 글자 크기
헛걸음 (by 구름선비) 바보이반님의글을 보며~ (by 진돌이)

댓글 달기

댓글 11
  • 록키 블리자든가요??? 선인가??? 둘 다 명품이죠....감질나게 가리지 마시고 전라 사진 좀 확 보여주세요. ^^

  • 참 감칠 맛 나게 글을 쓰십니다.

    부러워라~~~~

  • 두 번째 사진 오른쪽 손을보니 캡틴님 손같군요...^^

    야심한 밤에 호젓하니 라이딩 하실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게 부럽사옵니다.

    2010들어 야간 라이딩을 해본적이 없으니....조만간 홀로 심야 야간 라이딩의

    짜릿함을 느끼기 위해 준비중임돠...처녀 구신이라도 만나야지...^^

    크로몰리 자전거의 매력에 담뿍 빠져 5년 째 그것만 타고있는 친구가 있죠.

    그것만 봐도 크로몰리의 매력이 많은가 봅니다.

    오랫만에 왈바에 보이시니 무척 방가워유~!!^^    캡틴님표 커피 맛좀 보러도 가야하는디...

  • 청죽님이 또 제게 크로몰리 뽐뿌질을 하시네요.

    안 그래도 얼마 전에 하드텔을 하나 조립했었습니다. 한데, 풀샥에 길들여진 엉덩이에 통통 튀는 진동을 참기 어려워 분해 후 판매해 버렸지요.

    크로몰리는 아직 접해 보지 못했습니다만, 자꾸 눈길이 가네요. ^^ 나중에 크로몰리 조립하면 다 청죽님 탓입니다. 책임지세요!

  • 그게...벌써...수년이 되었네요....

    청죽님 뵙고 커피 한잔 사드리겠다고 하면...

    의정부에서 한강 반포까지..달랑 커피 한잔 마시려...(물론 그것 때문은 아닌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그 먼길을 내달려 오시고...또 다시 밤새 돌아가시던...

    가시다 졸리시면...중랑천에서 낚시하는 사람들 구경 하시다가 또 가고...

     

    근데...이젠...큭큭큭..드뎌!!! 논네가 되시네요.....

     

    어느 날 갑자기(??)....산으로 들어가시는 (?????) 청죽님이 무서워서리(???)

    피해 다닌지 수년......그나마 요즘...중랑천 배회 하실 때..만나 뵙긴 해야겠는데......

  • 저는 직장생활하면서 첫 적금 만기 선물?로 질러서 잘 탔던 블뤼르(Blur)를 얼마전 처분하고,
    Jamis 드래곤 팀 크로몰리 프렘으로 교체했습니다..
    (다른 크로몰리들은 가격에 안습이..ㅠㅠ)

    뒷샥과 링크 등의 유지보수도 신경쓰지 않기 위해서라는 게으름을 앞세운 이유도 있고,
    물건에 정을 잘 두는 성향 때문에 죽을 때까지 바꾸지 않고 곁에 두고 싶은 이유도 있지만,
    입문으로 블뤼르 전 1년여 동안 탄 99년식 블랙캣을 타며 느꼈던 자전거의 단순함과 성실함이 그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단순함과 성실함은 그 당시 열정이라는 연료로 타올랐던 거 같고요..ㅎㅎ
    업힐이 잘되고 평속이 좋아지고..하는 것보다는
    든든하고 오래 함께 할 친구가 있어 마음이 편안합니다..ㅎㅎ

  • 청죽님 잘 계시지요? 저는 며칠전 지인의 엄청난 도움으로  XC풀샥을 하나 장만했습니다.

    동네만 샤방 다녔는데 역시 풀샥이 주는 푸근함은 대단하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진정한 느낌을 받으려면 산으로 가봐야 되긴 하지만요...

    다시 XC로 오셨다니 예전의 손살같이 달리시건 추억이 생각납니다. 샤방 30KM

    다시 그때의 속도로 달리시려고 그러시는거죠? 따라갈라면 너무 힘들어요...ㅋㅋㅋ

  • 청죽님

    크로몰리의 세계로 돌아오심을 환영합니다

    "싸나이는 크로몰리야 ㅋㅋ"

     

    지난주 일요일날 20대의 모 학생이 크로몰리 타고 일산 오다가

    게거품을 물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전 차마 제 입으로 누구라고 밝히지 못한다는...

  • '크로몰리 종족'임을 망각하시고 한동안 풀샥만 아끼시더니.

    귀향 하셨군요.  

  • 자전거는 그저 '운동으로 잠시 타는 것'이 되어 버린 저와는 반대로
    옮기실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계시네요^^

    자전거는 덜 타도 하드테일 하나 꾸미고 싶은 생각은 가끔 나니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습니다.

    편안함 보다는 속도와 거리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靑竹님은
    아직 '청춘'이심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 청죽님! 안녕하시죠?~...

    정말 오랜만이네요. 전에 richking 이라는... 지금은 '자전거다' 라는 닉을 쓰는 놈입니다.

    여전히 산으로 많이 다니시죠?~...

    전 여전히 자전거타고는 출퇴근만 할줄 아는 사람입니다.

    저도 트리곤 카본 MTB를 타다가 3월에 프레임을 크로몰리로 바꾸어 타고 있는데

    자잘한 충격은 잡아 먹어주고 탄성과 관성이 붙으면 쭉쭉 나가주는 크로몰리의

    매력에 살짝 빠져 있지요...

     

    항상 산타記와 맛깔나는 재미있는 연재를 읽을 수가 있어 좋았는데 앞으로도 종종

    들러 청죽님의 문재에 빠져 볼까? 합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한 라이딩하시길 빕니다.      '자전거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40 Bikeholic 2019.10.27 3108
4063 이젠 궁극으로 가야 할 시간인가봅니다.9 bycaad 2010.05.22 1784
4062 안녕하세요 공익이 입니다3 박공익 2010.05.23 1856
4061 시청광장4 뽀 스 2010.05.23 1814
4060 "논밭 뭉개는 '불도저 길'을 '자전거 길'로 우기지 말라!"6 바보이반 2010.05.24 1794
4059 그래도 바셀 보다 왈바가 낫네요...8 rocki 2010.05.24 2109
4058 한나라당 '북풍 조장'-'노풍 차단' 대외비 문건 공개32 바보이반 2010.05.24 1878
4057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현실에서.7 바보이반 2010.05.25 1628
4056 회사라는게..4 듀카티 2010.05.25 1295
4055 주말에 시골에서 요양하다 올라왔습니다.11 Bikeholic 2010.05.25 1660
4054 서울이 좋긴 좋네요...3 rocki 2010.05.26 1475
4053 어제 국립현충원을 다녀왔습니다.4 열린마음이고픈 2010.05.26 1416
4052 정말 억울하고 머리아파서 타이레놀 5알 먹었습니다.ㅜㅜ3 dadm2003 2010.05.26 1769
4051 팔도 막걸리 달려갑니다^^ 난리박 2010.05.26 1404
4050 구멍가게 아저씨의 환율 걱정3 목수 2010.05.26 1530
4049 날씨 참 좋다.7 우현 2010.05.26 1308
4048 여기에도 몇몇분들이 아니라고 우기고 계십니다만..12 lysoo 2010.05.26 1850
4047 대학생 부재자 인원 선관위 실수로 대거 누락2 sura 2010.05.27 1446
4046 헛걸음12 구름선비 2010.05.27 1326
크로몰리와 해후하다11 靑竹 2010.05.28 1441
4044 바보이반님의글을 보며~11 진돌이 2010.05.28 1168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