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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잎클로버

靑竹2010.06.09 21:40조회 수 1366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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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년 만에 처음 찾은 네잎클로버

 

 

 

 

"청죽님은 눈을 아예 감고 다니시나 봐요. 호호호."

 

"엥? 왜요?"

 

"중랑천에 산보를 나갔는데 맞은편에서 달려오시기에

손짓 발짓을 열심히 했는데 못 보시고 그냥 지나가시더라고요."

 

안 그래도 벼멸구가 낀 눈이라고 자처하고 사는 터다.

자주 들리는 샵의 여주인이 눈뜬 장님이라고 놀리자 대답이 궁색해져

 

"거참, 이상하네?"

 

"왜요?"

 

"인물이 어느 정도만 받쳐 줘도 내 눈에 띄지 않을 리가 없는데?"

 

하며 얼버무렸는데

언제나 그러듯 여사께서는 절대로 말싸움에 지지 않는다.

 

"너무 눈이 부셔도 못 보시는 수가 있어요. 호호호홍."

 

 

 

 

 

 

 

 

 ▲한강변에서 세 번째 눈에 띈 네잎클로버. 두 번째 것까진 신기한 마음에 뜯었지만 세 번째부턴

그냥 두고 보기로 했다.

 

 

 

 

 

각설하고,

어려서 촌에서 자랐지만 네잎클로버를 한 번도 발견한 적이 없다. 친구들은 간혹 클로버 군락지를 더듬어 잘도 찾았지만 나의 눈에는 도통 띄지 않았으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서울로 이사온 뒤로도 이따금씩 네잎클로버를 찾아 나섰지만 나이 쉰둘이 되도록 결국 못 찾았는데 얼마 전에 생애 최초로 네잎클로버를 찾았다.

 

정말 부러운 사람들이 있다. 밖에서 한 번 잠시 스친 얼굴을 용케 기억해내고는 정확하게 화판에 스케치하는 사람들인데 이들의 타고난 눈썰미에 정말 감탄한 적이 있다. 여나므 번 이상을 내가 운영했던 가게에 방문해 외상 거래를 튼 거래처 사장을 몰라보고 "첫 거래시니 현금 영수증을 끊어 드려야죠?" 하고 묻다가 타박을 들은 적이 있을 만큼 눈썰미가 꽝인 위인인지라 어찌 그들이 부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마도 사물을 들여다 볼 때 하나 하나 차근차근 분별하는 게 아니고 전체를 그냥 막연하게 바라보는 습성 탓에 52년 동안 네잎클로버란 놈이 나의 눈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석계역에서 바라본 중랑천의 야경. 역시 야간 라이딩은 시원하기 이를데 없다.

 

 

 

 

 

그런데 지천명에 접어든 뒤 사물을 막연하게 보는 시각이 나도 모르게 변했나 보다. 네잎클로버를 한 번 발견한 뒤로 클로버 군락지에 앉아 찾기만 하면 꼭 발견하니 말이다. 시골에서 나고 자랐어도 풀, 꽃, 나무들의 이름을 별로 알지 못한다. 너른 풀밭에도 각기 이름을 가진 야생초들이 즐비하건만 내겐 그냥 한 가지로 보이는 풀밭일 뿐이었다. 꽃도 장미, 튜울립, 코스모스 등, 몇 종류를 빼고는 거의 알지 못한다. 엊그제 상암동까지 다녀오는 길에 중랑천 습지 식물들을 모아서 전시 재배하는 곳(석계역 근방)에서 한 시간 이상을 머물며 평소 막연하게 보고 지나치던 식물들을 찬찬히 들여다 보고 왔다. 

 

 

 

 

 

▲잠수교 아래서. "온바이크님, 제 자전거입니다. 로키마운틴 블리자드죠.ㅎㅎ."

 

 

 

자전거를 타면서 유구한 세월 반복되는 사계의 변화를 보통 사람들보다 아무래도 가까이서 체감하게 되면서 '누렇게 말라버린 황량한 들판에서 가장 먼저 싹을 틔우는 저 풀은 대체 이름이 뭘까?' 하는 궁금증이 요즘 들어 생기기 시작했는데 고놈들 이름을 알고 만나면 감격이 더할 것 같은데 당최 모르니 답답한 마음이 많았다. 식물도감이라도 하나 사서 차근차근 들여다 볼까 생각 중이었는데 눈에 낀 벼멸구가 나이가 들면서 걷히는 낌새가 드니 이제 꽃, 나무, 풀들의 이름들을 잘만 하면 눈에 새길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아주 좋다.

 

(그나저나 네잎클로버가 행운을 가져다 준다던데 요즘 매일 하나씩 찾으니 장차 굴러들 복을 다 어찌 감당할꼬?)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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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효효 (by 靑竹) 점점 활기차지는 왈바같아서 좋네요. (by 靑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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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9
  • 네잎클로버의 꽃말이 "행운"이라죠?

    그리고

    세잎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라고 합디다~~~~^^;

    난 초록글씨가 좋다~! ^^

  • 쌀집잔차님께
    靑竹글쓴이
    2010.6.11 20:54 댓글추천 0비추천 0

    예전에 네잎클로버를 찾다 찾다 못 찾아서 서운한 마음에

    '세잎클로버'란 글을 하나 쓴 적이 있습니다.

    세잎클로버의 꽃말이 행복이라면 굳이 네잎클로버를 찾을 이유가 없겠군요.

    이처럼 행복은 항상 손아귀에 있는 걸 모르고 사람들은 대개 뜬구름을 좇는 것 같습니다.

  • 아래에 있는 것 같이 네 잎 클로버의 잎사귀 배치가 같은 각의 것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도 있네요.
    복이 많이 들어오시면 아랫동네에도 좀 떨궈 주세요.
     

    난 초록글씨가 좋다~! ^^  2

  • 구름선비님께
    靑竹글쓴이
    2010.6.11 20:52 댓글추천 0비추천 0

    남양주까지 복을 담아 나를 수 있는 마땅한 용기를 구하는 중입니다.ㅎㅎㅎ

  • 오~홍~!!^^     한동안 않보이신다 했더니 저 크로몰리 잔차 타시느라

    심취해 계셨구만요....어찌 앞태는(?^^) 좀 정리가 되셨남유?..ㅎ

    그렇잖아도 2주 전에 **바이크에 들려 안부를 여쭸더랬는데 자주 출현 하신다는 언질을 듣고 왔지요..^^

    청죽님과 네잎 클로버 거기에 녹음이 녹아든듯한 서체가 아주 잘 어울리십니다.

    너무 반가워유~!!!^^

  • eyeinthesky7님께
    靑竹글쓴이
    2010.6.11 20:51 댓글추천 0비추천 0

    앞태 정리는 뭘 이르시는 말씀이시어요? ㅋㅋㅋ

    다녀서 가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 학창시절 도덕 재무장이라고 해서 MRA였던가요? 그 단체의 마크가 네잎 클로버였던 것으로 기억 합니다.

  • 잔차나라님께
    靑竹글쓴이
    2010.6.11 20:50 댓글추천 0비추천 0

    네 맞습니다.

    예전엔 중'고교내 특활반에 MRA반이 꼭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 행운을 찾기 위해 행복을 밟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는 네잎 클로버 찾는 일을 접었더랬었지요.

  • 송현님께
    靑竹글쓴이
    2010.6.11 20:48 댓글추천 0비추천 0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말을 들었기에

    세 번째 발견한 것부터는 다른 사람이 발견할 수 있도록 뜯지 않았습니다.

    뭐 꼭 그 말을 믿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더군요.ㅎ~

  • 그래도...

     

    부럽심다.

  • 뽀 스님께
    靑竹글쓴이
    2010.6.11 20:47 댓글추천 0비추천 0

    허이고~ 갑장님.

    무에 그리 부럽십니꺼? ㅋㅋㅋ

    남들에게 부러움을 살 만한 구석이 하나도 없는디요.

  • 예전...어릴 때 두번 네잎 클로버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직접 풀밭에서 찾아서 책갈피에 끼어 놓았었는데......시간이 지나면서...책조차 분실했다는...

    그리고 또하나는 전학가면서 옆짝꿍 여학생이 비닐에 접어서 (당시에는 코팅이란 개념이 없었음)

    주었는데...한동안 일기장에 넣었었는데....그 일기장도 없어지고....

     

    중학교 때 담임 선생님(후에 모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님이 되셨지요)이 그러시더군요... 

    네잎 클로버는 일종의 돌연변이라고....

    요즘 흔하게(??) 발견되는 것은 그만큼 환경의 변화로 변종(??)이 생긴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특히..벼멸구 낀 (??) 청죽님 눈에 띌 정도라면....

  • 풀민님께
    靑竹글쓴이
    2010.6.11 20:46 댓글추천 0비추천 0

    돌연변이란 건 아는데

    그래도 벼멸구가 걷히는 중이라니깐? ㅋㅋㅋ

  • 그러고 보면 저는 네잎클로버를 한번도 본적이 없네요...죽어라고 달리기만 했네요...

    에휴 이제 좀 여유를 가지고 땅을 바라보는데 동전만 보입니다. ㅋㅋㅋ

    산으로 가야 보일라나요? 어디가면 볼 수 있는지요?

    청죽님 잘 계시지요...간다 간다 간다 한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못가고 있습니다...에휴...

  • 선인님께
    靑竹글쓴이
    2010.6.11 20:43 댓글추천 0비추천 0

    뵌 지 오래니 선인님이 어떻게 생기셨나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ㅋㅋㅋ

    언제 한 번 놀러 오세요.

  • 청죽님, 안녕하신지요.

    네 잎 클로버를 본 적은 없지만, 우연이라도 보고 싶습니다.

    잔차 타다 넘어져 옆을 보니 네잎클로버,,,

    아마 좋은 일이 있을 듯합니다.

  • armahot님께
    靑竹글쓴이
    2010.6.11 20:45 댓글추천 0비추천 0

    네, 안녕하세요?

    저도 처음 발견한 게 실로 우연이었습니다.

    길 가에 클로버가 여나므 줄기밖에 없었는데

    한눈에 확 뜨이더군요.

  • 언제가 마음먹고 찾아보니 ....예상보다는 많더군요

     

    사실.....잎이 4개인게 정상은 아닐거라는 생각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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