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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나 눈이 오나

구름선비2010.06.14 12:42조회 수 1156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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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가 장맛비처럼 내리더니 소강상태입니다.

소강상태란 말은 행동을 해야 할 시간이라는 말도 됩니다.
몇 군데 가입하지 않은 까페나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다가
그것도 식상할 즈음,
비가 그치는 분위기니 또 나가 봐야지요.

어제 오후에 장미를 찍어봤는데 실력이 일천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마누라는 그럽니다.
'뭘 찍은 걸 또 찍고 난리냐'고~~

그러나 사진작가는 아니라도 그럴듯한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사진찍는 동기가 되어주곤 합니다.

빗방울이 카메라에 내려 앉습니다.
싸구려 후드지만 후드라도 끼워야 조금 더 낫겠습니다.

적정노출로 찍으면 흑장미의 색깔은 '보도 듣도 못한' 그런 것이 나옵니다.
카메라가 시원찮아서 그런지 실력이 그런지~~

어제 날려버린 장미 색깔을 오늘은 찾고 싶습니다.

우산을 쓰고 셔터를 끊는 것은 묘기나 다름없습니다.
우산을 어깨에 적당히 대고 촛점과 노출을 맞추다보면
우산이 '팽'돌아서 장미를 가려 버립니다.

몇 번 그렇게 하다보니 안되겠습니다.
우산을 옆에 놓고 찍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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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색깔이 제대로 나면서 음영이 있어야 하고,
물방울이 꽃잎에 맺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라서 노출을 여러가지로 변경하고
결과를 확인하고, 다시 찍고~~

내 가까운 출사지인 이웃 아파트,
몇 년 전에 거기서 2년 동안 산 적이 있어서 어떤 꽃이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거길 가 보기로 하고 우산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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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이 적당히 꽃잎에 내려 앉아야 한다는 것
적당한 구도여야 한다는 것
원칙은 있지만 내가 즐기면 그만,
이렇게도 찍고 저렇게도 찍는 것이 아니고
내 '틀'대로 찍습니다.

나무를 가꾸는 즐거움 중에서 내 마음대로 모양을 만들어 가는 재미가 제일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누가 뭐라던 내 세계는 내 방식대로 즐기는 것

비가 온 후라 보도블럭 사이에도 풀들이 삐죽이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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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비가 내렸다면 조금 더 아기자기한 모습일텐데
들어붓는 듯한 비가 내렸으니 꽃이 '좀 피곤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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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꽃의 강렬함 위에도 굵은 물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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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약한 유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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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이름 모를 꽃도 피곤하기는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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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잎새마다 물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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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경은 검을 수록 좋습니다. 그리고 피사체는 밝아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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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모습을 담다가 생각하니 이 순간이라는 것이 그야말로 '순간'이며 영원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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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즐거운 일일지라도, 아무리 좋은 일이나 슬픈 일이라도 영원한 것은 아니고 그저 순간이라는 것,
내가 이 세상에 와서 남기고 갈 흔적이라는 것은 미미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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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흐르는 것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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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바퀴를 돌아서 다시 장미 앞에 섰습니다.
카메라의 작은 창으로 보면 사진이 잘 나왔는지 모릅니다.
다시 카메라를 댑니다.
애써 향기를 맡아 보고는 또 생각합니다.
'이 향기, 이 모습도 영원한 것은 아니다. 먼 훗날이 아니더라도 내일, 아니면 다음 주에는 이 향기나 모습은
잊혀진 상태일 것이고 다행히 사진이나 한 장 남을 지 모른다는 것'

뇌 한 쪽 어느 부분엔가 향기와 모습이 남아서 추억하게 될려는지는 몰라도
이 순간 이 행복감을 오래 간직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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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름답다고 기억한 이 모습, 이 향기가 나중에 심경의 변화가 일어나 한 낱 쓰레기처럼 취급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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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추억처럼 오래 갈 수 있는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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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진은 물방울이 괜찮고, 어떤 사진은 꽃잎의 배치가 제대로 찍혀 괜찮지만
보는 이는 다르게 느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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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내 사진을 보고 조금이라도 같은 생각을 갖는다면, 한 번쯤 찍은 놈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꼈는지 같이 동감한다면 그만큼 감사할 일은 없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좋은 오늘의 사진은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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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꽃사진을 보면서 인생에 있어서의 하 나의 순환이자,

    윤회라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나이를 먹어 갈 수록 한 두개 정도의 취미만이 남고 주변에는 아무도 없게 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결국엔 남는 것과 유일한 친구이자 벗은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취미라고 하더군요.

    여간,

    선비님 덕에 사진 구경 잘 하고 있구요.    열정이 보기 좋습니다..^^

  • eyeinthesky7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0.6.16 07:40 댓글추천 0비추천 0

    스카이님 말씀을 듣고 나니
    정말 그런가 하는 생각이듭니다.

    친한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요즘은 카메라 하나 가지고 놉니다.

  • 자전거와 이동성을 고려해 우선 편의성이 좋은 똑딱이로 했는데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dslr을 구입하고 싶네요.

    물론 선비님 실력이 되려면 공부도 많이 해야겠지만요.

    사실 카메라도 카메라지만 렌즈들의 가격을 보고 놀라 

    '이거 잘못 빠지면 패가망신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더랬습니다.ㅋㅋㅋ 

    언젠가 아는 분께서 500만 원을 넘는 풀샥을 장만하시고는

    "애지중지하던 렌즈 한 개 팔아서 산 겨"하시는데도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막상 카메라 사이트에 들어가서 확인한 뒤로 이해가 금방 가더군요.

  • 靑竹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0.6.16 07:44 댓글추천 0비추천 0

    다른 취미도 그렇지만 빠지면 물불을 안가리게 되더군요.
    카메라도 그런 장난감 중의 하나인데
    자신이 매니아적 성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처음부터 최고의 장비를 사야하고
    그렇지 않고 저처럼 그냥 즐기려면 좋은 장비가 아니어도 됩니다.

    다만 카메라는 유행이 빠른 편이라 중급 정도가 좋고
    렌즈는 유행에 좀 둔한 편이니만큼 좋은 것으로 사는 것이 좋겠죠.
    (물론 저는 렌즈도 싼 것만 사용합니다. 돈이 읍슈)

    매니아가 되실 것이 아니라면
    장난하는데 싼 카메라면 충분합니다.

    하나 사세요. (<= 뽐뿌, 뽐뿌)

  • 선비님께서 육안을 통해서 보이는 세상에 식상하셨는가 봅니다.

    렌즈 구멍 들여다 보기를 좋아하신거 보니...

    편안하시지요?

  • 탑돌이님께
    구름선비글쓴이
    2010.6.16 07:47 댓글추천 0비추천 0

    안녕하세요?
    그곳 날씨는 어떤가요?

    얼마전부터 직장에 대한 애정(?)이 식으면서
    도피할 것이 없더라구요.

    자전거도 전만 못하고….

    그래서 옛날에 가지고 있던 취미인 사진에 다시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실력이 문제이긴 하나 디카의 좋은 점이 되든 안되든
    필름 값은 들지 않으니 좋습니다.

    그냥 찍어보는거지요.
    찍는 순간은 아무것도 부럽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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