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성전에 있어서 수비하는 쪽은 공격하는 쪽보다 군사의 수가 훨씬 적어도 효율적으로 방어가 가능하다. 견고하고 높은 성벽이 주는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전거도로를 달리다 보면 공성전도 아닌데 길과 길의 경계에 성벽처럼 위압감을 느끼게 만드는 설치물들이 많이 보이니 안타깝다. 남북 분단이란 태생적인 불행을 안고 있는 우리 겨레의 본능적인 경계 심리의 표출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얼마 안 있으면 헬멧 착용을 의무화한다고 해서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지금 노인, 주부, 여성, 아이들 대부분이 헬멧도 없이 이 위험한 길을 자전거로 달리고 있다. 헬멧을 쓰고 있어도 아슬아슬한 기분이 들기는 마찬가지지만...
▲배수로와 자전거길의 경계에 과연 이런 돌출된 경계 설치물이 꼭 필요한 것일까? 밤엔 조명도 별로던데공연히 자전거가 부딪혀 사고가 날까 무섭다.(한강변)
▲산책로와의 경계에 화강석으로 경계석을 설치했는데 헬멧을 쓰고 다녀도 이 경계석을 바라보노라면 늘 긴장한다. 날카로운 모서리의 예각을 살짝 갈아서 처음보다는 덜하지만 무슨 효과가 있을까? 실제로 넘어져 경계석에 부딪혀 다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의정부)
▲화단의 경계에 설치된 나무 기둥의 끝은 왜 이렇게 끝을 뾰족하게 해 놓는 것일까? 예전에 중랑천 자전거도로 공사 구간에서 간혹 화단 경계에 나무 기둥 대신에 철근을 꽂아 비닐로 된 끈을 연결해 놓은 모습이 아슬아슬해서 민원을 넣은 적이 두어 번 있는데 그것보단 낫겠지만 굳이 끝을 뾰족하게 만들어 설치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잠수교의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는 흰 실선 하나로 경계를 구분지었다. 이 얼마나 보기 좋은가.
▲내가 좋아하는 길 중의 하나인 한양대 맞은편의 둑방길. 여기도 산책로와 자전거도로의 경계가 점선으로 구분지어져 있다. 난 호젓하기 이를데 없는 이 길을 천천히 달리며 말할 수 없는 평화로움을 느낀다.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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