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드컵을 보면서 "나 원래 야구광인데 이번에 8강에 올라가면 축구팬 할 거야."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곤 했는데 8강 문턱에서 탈락한 건 정말 아쉽다. 그러나 한국 축구의 희망을 많이 보여 준 이번 대회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 첫째가 2004년 유로컵 챔피언인 막강 그리스를 2대0으로 간단히 일축하면서 유럽 컴플렉스를 극복한 점이고 둘째는 해외로 진출한 선수들의 경험으로 인한 공격력의 대단한 향상이 그것이다.
첫 원정 16강을 이룬 마당에 8강 진출에 실패했다고 해서 우리 장한 선수들을 원망하거나 나무랄 생각은 조금도 없다. 다만 더 높은 열망을 이루지 못하고 우는 선수들이 안쓰러울 뿐이다. 그들이 흘리는 눈물은 장차 한국 축구의 더 높은 도약을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리라 확신한다.
두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다.
첫째, 수비의 절대 원칙인 '사람을 놓치지 말라'를 우리 선수들이 종종 잊고 허무하게 골을 먹는 일이다. 수십 년 동안 겪은 일이면서 변함없이 재연되곤 하는 이런 장면들은 정말 앞으로는 보지 않았으면 한다. 뒤로 돌아서 들어오는 상대 공격수를 보지 않고 숫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공만 쳐다보다가 허무하게 선제골을 먹는 바람에 졌다는 생각은 우리 선수들이 한국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위업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떨치지 못할 것 같다. 공격력이 진화하는 만큼 수비력도 원칙을 철저히 지켜 향상된다면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둘째, 볼 키핑력 부족이다. 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다투는 일본과 비교해 봐도 우리 선수들의 볼 키핑력은 정교하지 못한 것 같다. 상대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공을 받으면서도 키핑력 부족으로 공을 빼앗기는 장면을 너무 많이 보았다. 이 점만 향상된다면 유럽뿐만 아니라 정교한 드리블을 자랑하는 남미 팀들과 겨루어도 절대로 밀리지 않을 것이다.
장하다 우리 선수들. 비록 8강 진출에는 아깝게 실패했지만 원정 16강의 위업을 달성하면서 이탈리아나 프랑스 같은 축구 강국들의 국민들도 맛보지 못한, 크나큰 기쁨의 6월을 선사한 너희들을 많이 사랑한다. 대한민국 화이팅!! 태극전사 화이팅!!!
'8강에 못 올라갔어도 나 앞으로 축구팬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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