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라이딩.
의정부~청담대교~ 잠수교 남단~ 제1한강교~의정부 - 83km.
▲썩 잘 두진 못하지만 그나마 아마 4단 정도의 기력을 쌓기 위해 얼마나 바둑에 미쳤었던가. 내가 만든 바둑판을 여러 차례 부수셨던 아버님께서 나의 결혼 선물로 친구들이 돈을 모아 고급 바둑판을 사 주자 결국, "내가 졌다. 이제 애비 눈치 보지 말고 실컷 두려므나."하셨었다. "바둑을 두시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네요. 죄송하지만 사진 좀 찍어도 되겠습니까? 하자 "그참, 인물들이 션찮아서...핫핫핫." 요즘 날씨답지 않게 시원했던 날, 중랑천 바람에 탁배기 한잔 곁들이면서 묘수를 짜내려 골몰하는 두 분의 진지한 모습이 평화롭다.
열대야가 극심한 때에도 중랑천으로 나가 한강까지 야간라이딩을 하노라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사색을 하면서 느릿느릿 달리기도 하고 이따금씩 경쟁자를 택해 호승심을 발휘해 보기도 하는 야간 라이딩은 낮에 타는 것과 그 느낌이 전혀 다르다. 무엇보다도 사위는 어둡고 간결한 조명들뿐인 세상은 일상의 시름을 생각할 여지를 좁힌다. 산악라이딩에 한동안 골몰하느라 이 감칠맛 나는 야간 라이딩을 깜빡 잊고 있었구나.
▲장마의 예감
마누라는 축구에 별 관심이 없다. 우루과이전에서 분패하는 바람에 못내 아쉬워하는 날 보면서 "뭘 그렇게 신경을 써요?" 한다. 사실 마누라 말이 맞다. 그러나 사랑이 없으면 사랑으로 인한 가슴앓이도 없을 것이다. 애초에 무연(無緣)이었으면 탈이 있을 리 만무지만 맺어진 소중한 인연은 때로 세상에서 가장 큰 아픔을 주기도 하는 게 세상사 아니던가? 에잇! 재미 하나도 없는 세상, 축구나 보면서 시름을 달래 보렸더니 시름을 더하게 되고 말았으니 세상사 이치를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지천명에 헛발을 들여놓은 머저리 중생의 한계를 절감한다.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다. 일상의 시름을 잊는 데는 역시 자전거만한 게 없다.
▲청담대교
▲성수대교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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