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바님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장마시작이라더니 정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네요.
저는 죽지 않고 아직 살아있답니다.
인터넷 신문을 보니 국정원, 기무사, 경찰등에서 무차별로 민간인 사찰을 한다던데 (에구 무셔라)
사실 저라는 사람은 잃을 것도 별로 없는 사람인지라
제가 그런게 무서워서 쥐죽은 듯이 지냈던 것은 아니구요.
오늘 이렇게 문득 왈바에 들어와서 글을 남기는 것은...
우연히 인터넷에서 제 첫사랑의 사진들을 찾았는데
마음이 너무 싱숭생숭해지는지라...
그런데 어디에 이 속을 털어놓을데가 없더군요.
그래서 생존보고도 할겸 이렇게 몇자 끄적거리고 있습니다.
마음을 진정시키려구요.
벌써 25년 넘은 세월이 흘렀는데도
그녀가 흰색 블라우스 상의에 분홍색 바지를 입고 걸어가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저라는 사람은 어찌된게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들이 머리속에 사진처럼 저장이 되네요.
그리고 그게 세월이 지나면서 흐릿하게 퇴색되는게 아니라
오히려 더 또렷이... 그 장면이 선명하게 부각됩니다.
손가락에 낀 반지를 보니 결혼한 것 같고... 확실치는 않지만 애들도 있는듯 싶고...
근데 그 나이에 무슨 박사과정이고 무슨 유학을 계획중이라니...
사람의 인생이란게 예측불허네요.
저는 대학원 지도교수에게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고 학위도 필요없다 팽개치고 나왔건만
그녀는 그 늦은 나이에 석사를 하고 이제 박사과정에 있다니...
역시 사람은 뒷심이 있어야 하나봅니다.
이런저런 비밀스런 속내 얘기를 적고 있으려니
담배를 연신 피워대도 가라앉지 않던 제 마음이 진정되네요.
왈바에(그리고 왈바 게시판이 있다는 것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
살아있다는 안부인사만 올리고 다시 잠수합니다.
왈바님들 모두 건강하시고 격변하는 이 험한 세월속에서도 잘 버티시기 바랍니다.
장마철에 건강 조심하시구요.
다산 정약용 선생은 여유당이라는 호를 지으면서
살얼음판을 걸어가듯이 매사에 조심하고 또 조심하며 세상을 살아가자는 뜻으로 그리 지었다 하거니와
오늘 이 요지경같은 세상을 사는 우리들도 어쩌면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야 되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