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라이딩.
의정부~성수대교~의정부 - 64km.
▲무궁화를 닮은 이 화사한 꽃의 이름이 뭘까? 구름선비님께서 아실 겨.
"비가 이렇게 오니 당신 오늘 날궂이 하시겠네?"
비가 내리면 가슴이 쿵쾅거릴 정도는 못 돼도 삶는 옥수수 익는 냄새를 맡는 정도의 소박한 설렘 속에 자전걸 끌고 나가 늘 빗속으로 향한다. 오늘은 비가 제법 내렸다. 빗속에서 미동도 않고 다만 페달링을 하노라면 자전거가 움직이지 않고 자전거도로의 점선들이 쉴 새 없이 다가와 뒤로 밀려간다. 헬멧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빗방울들의 희끄무레한 실루엣은 나의 이 즐거운 항해에 있어 푯대가 되어 준다.
돈이 많은 어떤 이들은 연인과의 오붓한 식사 한 끼를 위하여 고급 식당을 몽땅 전세를 내던데 난 그들보다 더 부유한가 보다. 이렇게 장맛비가 내리면 호젓한 길을 유유자적 라이딩하기 위해 엄청난 길이의 자전거도로를 몽땅 전세낼 수 있으니 말이다. 오가다 만난(거의 생활자전거였다.) 스물 남짓의 라이더들은 내가 전세낸 사실을 모르는지 나와 조우했으나 그리 큰 방해가 되지 않아 묵인해 주기로 했다. 성수교에 다다를 무렵부터 빗줄기가 거세져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 바퀴가 몽땅 잠긴 채 죽은 쥐들이 둥둥 떠다니는 자전거도를 잠수 라이딩했던 일을 또 경험할까 돌아가는 길이 저으기 걱정되었다.
다행히 돌아오는 길에 빗줄기가 제법 잦아들어 그런 일은 없었지만 호사에는 마가 끼는 법, 거센 빗줄기 속에서 낭만을 찾는 일이 혹 불경하여 물난리를 겪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낭만도 절제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다.
▲뒤태도 아름답다.
▲오늘 고생한 나의 애마 블리자드. 물과 상극이라는 크로몰리를 타고 비만 오면 쏘다닌다. "흥? 녹 나서 부러질 때까지만 타라지."
▲거센 빗줄기 속에 유람선이 뿌옇다.
▲내가 좋아하는 이 둑방길을 한 컷 안 찍고 지나칠 수는 없지?
▲내가 오늘 전세낸 자전거
▲환경 재앙이 닥칠지도 모를 험난한 미래를 생각하면 덜컥 낳아놓은 아이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왜 자기 물건들은 끔찍히 아끼면서 '나의 지구'는 아끼지 못하는 걸까? 어느 대기업 임원 한 분이 몇 년째 물을 마시는 컵으로 종이컵 한 개로 버티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빈한한 살림이라 뭐 하나 제대로 팔아 주지도 못하면서 들르면 줄창 축내는 커피이기도 하거니와 가격 대비 무게 최강, 성능 최강인 이 종이컵이라도 절약하자 싶어 "일 년이고 삼 년이고 쓸 테니 버리지 말구랴." 부탁했다.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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