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이세요? 저00인데요?"
"응? 00아, 어쩐 일이냐?"
"이번에 제 학점이 왜 A플러스가 아니고 A제로죠?"
"그래, 그래도 네 점수가 젤 높은 거야."
"아니요, 그게 아니고 제 답안 중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어서 A플러스를 못 받았는지
알고 싶어서요."
"음....그게..그러니까..가만 생각해 보니 A플러스를 줘도 무방할 것 같구나.
다시 검토해 보고 수정해 주마. 내가 너무 짜게 학점을 매겼나 보구나."
딸아이가 어느 교수님과 통화하는 걸 옆에서 듣고 의아한 생각이 들어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교수님과 통화한 내용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해 주더군요.
거참, 우리 땐 그저 처분만 바랄 뿐이지 감히 스승께 부당함을 따질 겨를이 없었는데
요즘 세대는 다 이런가요? 어찌 보면 당돌한 것 같고 어찌 보면 참 당차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비로서 그 흔한 사설학원에 한 번 보내지도 못했는데
대학에 들어가 정말 열심히 공부만 하던 녀석이 엊그제 제게 그러더군요.
"아빠, 나 휴학계 낼 거야."
"헉? 왜?"
"해외 여행을 좀 다녀오려구."
"졸업을 하고 가면 안 되냐?"
"아니지. 고교때 놀다가 대학에 들어와 공부만 죽어라 하다 보니까
장차 내 인생에 거름으로 쓰일 추억거리를 못 만들 것 같아서 그래."
"그나저나 여행 경비는 어떻게 한다냐?"
"뭘 어렵겠수.ㅋㅋ 내가 몇 달 알바로 벌 생각유."
나중에 제 이야기를 전해들은 마누라는 펄쩍 뛰었지만
언제나 사리가 분명하고 자기 주장이 확실한 딸아이의 선택에
흔쾌히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인도에 먼저 간다는데 혼자서 간다니 허락은 해 놓고
왜 그리 날이 갈수록 근심 걱정이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당찬 녀석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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