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천변에 만개한 무궁화. 그런데 무궁화를 교배시킨 변종이라는 말도 있는데 그런 쪽에 문외한이라 자세히 모르겠다.
마누라가 워낙 마당발이라 날 형부라고 부르는 가짜 처제들이 열댓 명은 족히 된다. 그런데 벼멸구 잔뜩 낀 눈썰미에 서너 명의 처제들을 분별하는 일도 벅찬데 숫자가 많다 보니 어느 처제가 '누구 엄마'인지 몇 년이 지났어도 통 외워지지 않는다. 가끔 처제들의 남편들 중 눈에 익은 사람들도 있어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00 어머니도 무고하시죠?"하며 내 딴엔 친절한 인사를 건네 보지만 "네? 00 엄마라니요?" 하며 의아해하는 상대방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또 가상의 불륜관계를 만들었다는 자책감이 들곤 한다.
얼마 전에 마누라가 퇴근 무렵에 전화를 했다. "00엄마 생일인데 아줌마들 모여서 생맥주 한 잔 하기로 했어요." 중랑천을 달리다 전화를 받았는데 좀 있다 또 전화가 왔다. 어디쯤 달리고 계신가 궁금해서 걸었단다. "그래, 그리고 말야 00엄마 생일 축하한다고 전하고 내가 많이 사랑한다고 그래." 수화기 저쪽에서 아지매들이 웃느라 난리가 났다. "언니, 형부 바꿔 줘. 직접 들어야 내가 믿지." 하는 소리가 크게 수화기 너머로 들리기에 얼른 끊어버렸다. 켈켈.
"이거 ㅁㅁ엄마가 나 입으라고 사 준 거야" 하며 가끔 마누라가 집에 들어와 옷 자랑을 한다. 난 멀뚱멀뚱 바라보며 혼잣말을 지껄인다."망할 여편네들." "왜요?" "사람을 차별해도 분수가 있지 어째 내 선물을 한 번도 안 사 준다냐?" 말은 그렇게 하지만 사실은 선물을 많이 받는다. 홍탁을 비롯한 고향의 특산물이 올라오면 "언니, 이거 형부 갖다 드려요."하며 시시 때때로 받아 먹으니 말이다. 어디 그뿐이랴. 겉절이나 김장을 하면 으례히 가져온다. 어느 고장의 음식은 싱겁고 덜 자극적이고 어느 고장의 음식은 짜고 맵고 자극적이라는 통설을 난 이들을 통해서 확인한다.
세상사 옷깃 한 번 스치는 인연이 맺어지기 위해서 이루 셀 수 없는, 거의 무한대의 조건들이 맞아야 한다고 한다. 난 많은 사람들을 사귀진 않는 편이지만 인연을 무척 소중하게 생각한다. 선악연(先惡緣)일지라도 후선연(後善緣)보다 중시하는 나의 인간관계 철학은 한 번 맺어진 인연이 그만큼 소중하다는 걸 알기 때문일른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딸아이가 대학에 들어가자 이들 중 하나가 축하한다며 딸아이게게 노트북 컴퓨터를 선물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사업을 말아먹고 죽을 고비를 한 번 넘긴 뒤로 돈이라는 것에 대해 초탈하게 되어 "까짓 없으면 하루 죽 한 끼 먹으면 되고 돈 생기면 쌀 팔아서 쌀밥 좀 해 먹고 살면 되지 뭐." 하면서 살지만 이런 뜻밖의 선물은 내겐 커다란 부담이기도 하다. 한 가지 천만다행인 건 이 처제들이 모두 중년의 아지매들이라 내가 형부로서 이들을 시집보낼 부담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이다. 켈켈. 어쨌거나 마당발 마누라로 엮인 가짜 처제들이긴 하지만 이들은 모두 나의 소중한 인연들이다.
▲자전거를 끌고 동네 고샅을 어슬렁거리다 말술꾼들에게 걸렸다. 보리밭에만 가도 취하는 체질인지라 이들과 어울려 먹는 소주 석 잔에 만취다. (내 사진 안 올리기로 했는데 술김에 올린다. c~)
▲동갑내기라 그런지 내게 지극정성으로 대하는 갑장님. 만난 지는 5년여밖에 되지 않았지만 동시대를 살았다는 동질감 때문인지 금방 친해졌다. 이 친구 술을 좀 줄여야 할 텐데.
▲또 하나의 말술꾼. 둘이 만나면 "못 먹는 술을 저 사람이 가르치는 바람에 내가 이 꼴이 됐다."며 서로 우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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