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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꾸, 지렁 연합군에 밀리고 밀려....

靑竹2010.07.15 14:35조회 수 1168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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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기 동아시아까지 분포되어 있던 사자는 호랑이 등쌀에 밀려 인도까지 밀려가고 아프리카에 그들의 굳건한 왕국을 건설했으며, 유럽 대륙의 용맹한 색슨족들은 더 용맹한 훈족에 밀려 잉글랜드로 건너가 켈트족을 작살내고 앵글로색슨 왕국을 건설하게 된다.

 

 

 

 

 

 

나당 연합군의 등쌀에 못 견딘 대조영은 고구려 유민들을 이끌고 대륙으로 건너가 말갈족과 더불어 발해 왕국을 건설한다.

 

 

 

 

 

 

 

 

 

 

 

그런데 스키타이족인지 스카이족인지(일설에는 쭈꾸미족이란 설도 있다)와 앗시리아인지 아지롱이인지(일설엔 지렁이족이란 설도 파다하다)의 연합군에 밀린 청죽은 그 물 좋고 산 좋은 도락산 지경에서도 밀려나 결국 돌텡이길뿐인 척박한 길을 오르고 또 오르는 고난의 행군 끝에 오뚜기령과 강씨봉에 근거를 잡기에 이르렀으니 이 어찌 통분할 일이 아니겠는가.

 

지둘려라. 고토를 회복할 날이 머잖아 오리라. 오늘도 청죽은 강씨봉 정상에서 안장에 올라 말 아니, 자전거 아래로 산하를 굽어보며 발해의 꿈을 꾼다. 음훼훼.

 

음...암튼지간에 이 무더운 여름, 두 분 모두 건강하시길..

 

=3=33

 

 

 

 
 
 
 
 
 
 
 
 
 
오뚜기령~ 강씨봉에 오르다.

 

▲아침나절에 보이는 오뚜기령이 운무에 휩싸여 있다. 올랐을 즈음엔 거의 걷혔지만 신선처럼 운해 속에서

노닐 뻔했다.

 

 

 

 

 

歸天(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평이하고 무난한 길은 당시엔 일면 편하고 좋지만 기억에서 곧잘 사라지곤 한다.  섭씨 33~34도를 오르내리는 뙤약볕 아래서 수백 킬로미터의 장거리 라이딩을 감행했던 일들과, 진눈깨비에 옷을 적시고 이른 봄의 차디찬 비를 하루 종일 맞으며 덜덜 떨며 남해안 도로를 일주했던 일과, 영하 15도의 매서운 혹한의 강풍 속에서 울퉁불퉁 얼어붙은 퇴근길 40여km를 5시간 넘게 자전거로 달려 집에 도착했던 일 등은 여전히 기억 속에 생생하게 자리잡고 있다. 

 

 

 

 

 

 

 

 ▲장마철인 탓인지 사람의 왕래가 적어 길 가의 산딸기들이 거의 손을 타지 않았다. 오르다 둘이 따서 먹은 산딸기가 한 됫박은 족히 됐다. (간식은 왜 싸간 겨?)

 

 

 

이번에 오른 오뚜기령은 돌텡이 길이 끊이없이 이어지는 지리한 오르막길이라 젖은 흙이 달라붙은 자전거 바퀴가 미끄러지져 여간 오르기 힘든 곳이 아니다. 때로 가파른 돌텡이길 구간을 오르면서 힘을 내랴, 미끄러지는 자전거 위에서 중심을 잡으랴, 기진맥진하면서 올랐다. 이렇게 해서 정상까지 오른 기분을 그 누가 아랴. 천상병 시인은 이승에서의 삶을 소풍에 비유했다. 나 죽어 저승에 갔을 때 행여라도 이승의 기억이 남아 있지 않을까 두렵다. 평이하지 않은 고통이란 자극을 기억의 처방으로 쓰는 건 어쩌면 그래서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명리는 다 부질없는 것. 마음이 맞는 벗과 어울려 자전거로 산천을 누비며 소박한 기억들을 담으면 그걸로 족하다.

 

 

여름 속에 머물다.

 

 

 

 

 

 

 

 

 

 

 ▲밀어를 나누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지리한 오르막길. 고산님과 나는 오르막길에서 헬멧을 쓰지 않기로 합의하다. 이 곳이 오뚜기령 등정길에 정해 놓은 포토 존.

 

 

 

 

 

 

 

 

 

 

 

▲원래 좋아하지 않았는데 신 과일을 정말 맛있게 먹곤 하던 마누라에게 물들어 나도 요즘은 신 과일을 곧잘 먹게 되었다. 시큼달달한 자두의 향이 오뚜기령의 수려한 풍광과 뒤섞여 입안 가득 퍼지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돌텡이길.

 

 

 

 

 

 

 

 

 

 

 

 

 

 

 

 

 

 

 

 

 

 

 

 

 

 

 

 

 

▲강씨봉으로 오르는 급경사 구간. 경사가 심한데다가 바닥이 너무 미끄러워 오르느라 애를 먹었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세상이 다 나의 것이다.

 

 

 

 

 

 

 

 

 

 

 

 

 

 

 

 

 

 

 

 

 

 

 

 

 

 

 

 

 

 

 

 

 

 

 

 

 

 

 

 

 

 

 

 

 

 

 

 

 

 

 

 

 

 

 

 

 

 

 

 

 

 

 

 

 

 

 

 

 

 

 

 

 

 

 

 

 

▲덕분에 대단히 즐거운 하루였소이다. 갑장님.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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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
  • 우오오오.. 저 돌탱이길 내리 쏘면 짜릿하겠는데요?

  • 낭만페달님께
    靑竹글쓴이
    2010.7.15 15:38 댓글추천 0비추천 0

    으흑흑. 안 그래도 내려오면서 아래 경치에 한눈팔다가

    땅에 박힌 커다란 돌에 앞바퀴가 덜컥 걸리는 바람에 굴러

    정강이를 대차게 찧었습니다. 그래도 뼈에는 이상이 없는 듯합니다.

  • 더 좋은 곳으로 가셨네요...강씨봉!

    저 돌밭만 지나면 다시금 임도가 펼쳐지지 나쁘지 않은데요...

  • 용용아빠님께
    靑竹글쓴이
    2010.7.15 15:41 댓글추천 0비추천 0

    오뚜기령, 강씨봉에 다녀온 기억이 선명하고 좋았기에

    또 갔습니다. 돌텡이길이 많아 오르기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다녀와 생각하면 기분 좋은 곳인 것만큼은 틀림없습니다.

  • 저 방화선.... 여름에 뭣 모르고 반바지입었다간.....   아주 난도질 당합니다....  2002 년인가 1 년에 2.3 에서 캬라멜에서 백운산거쳐 국망까지 간적이 있습니다.  대략 무릅에 이백개의 날램이 자국이.... 강씨봉에서 도마치봉까지도 방화선일텐데....   여름에는 죽음이지요....    오뚜기에서 반대편 청계산쪽도 귀목봉 갈림길까지 방화선이었던 기억이...    암튼 사진은 멋지네요....

  • 짱구님께
    靑竹글쓴이
    2010.7.15 16:10 댓글추천 0비추천 0

    ㅎㅎㅎ

    안 그래도 풀독에 약합니다.

    온틍 긁혔는데 마누라가 소개한 알로에 연고를 발랐더니 말끔합니다.

    무더운 여름철 건강하세요.

  • 방화선 수풀 길이 참 좋습니다.
    멀리서 보니 푸른초장이네요.

  • 구름선비님께
    靑竹글쓴이
    2010.7.15 21:34 댓글추천 0비추천 0

    ㅎㅎ 실제로 푸른초장이라 생각하면서 다녔습니다.

    '다 받아 주시겠지' 하는 마음에 무조건 드러누운 것이죠.^^ 

  • 강씨봉을 다 오르신후에 양쪽 정강이 상태가 눈에 훤합니다~~~~

    어쨌든 좋으셨겠습니다.

  • Bikeholic님께
    靑竹글쓴이
    2010.7.15 21:35 댓글추천 0비추천 0

    눈에 훤한 정강이며 팔뚝에 알로에 연고를 발랐더니

    평소에 가려워 못 견뎠는데 신기하게 말끔합니다. 켈켈.

  • 돌탱이는 좋은데 풀숲은 시러요....ㅠㅠ;

    풀독이 잘 오르는 채질이 되어서 여름철에는 항상 고생합니다......

    멋집니다.. 사람도 사진도요 ㅎㅎㅎㅎㅎ

  • 쌀집잔차님께
    靑竹글쓴이
    2010.7.15 21:39 댓글추천 0비추천 0

    오래 전, 어느 여름에 친구와 투망질을 한답시고

    맨발로 개천가 풀숲을 하루 종일 헤집고 다니다가

    발등에 상처가 거미줄처럼 났었는데 방치했다가

    결국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습니다.

    발등을 긁었던 가시풀이 무슨 독성이 강한 풀이라나요?

    그 뒤로 조심합니다.ㅋㅋㅋ

    무덥습니다. 건강 잃지 않도록 조심하시고 늘 행복하세요.

     

    아참참, 경기 북부엔 어제 지나가십니까?

     

    (통행세 받아서 이번에 기필코 팔자를 고쳐야지)

     

  • 쮸야!!!

    내가 천보산은 가지 말라켓쥐...

    나이가 묵으면,,,원한이 사무친다 했어,,안했어...ㅋㅋ

    좌우지 당간...

    한강 성산지구에 자주 출몰한다는 정보를 입수,,검은안경에 카메라들고

    잠복을 (이유야 다른데 있지만)했는데..그리로 튀셨구려..좌우지간 눈치는 9단입니다.ㅋ

    ,

    싸나이가 말이야!!!

    오뚜기고개를 오랐으면,,광덕고개(일명 캬라맬고개)로 고고싱을 하시던가..

    아니면 건너편으로 내려서 연인산으로 가시덩가...강씨봉이 뭡니까,,강씨봉이...

    ,

    여름철에는 왠만하면,ㅋㅋ절대로 그동네 안갑니다..ㅋㅋ

  • 산아지랑이님께
    靑竹글쓴이
    2010.7.15 21:32 댓글추천 0비추천 0

    사실 스카이님과 샵에 들르셨다는 소식을 접하면

    죄송스런 마음을 금하기 어렵습니다.

    언젠가 커피 한 잔 나누며 함께 웃을 날을 기대합니다.

    (ㅋㅋㅋ 잠복을...아그들 풀어놓기를 잘 했지..)

     

    =3=33=33333

  • 자전거만 바꾸시면 .................다운힐러가 되시겠네요 ㅎㅎㅎ

  • stom(스탐)님께
    靑竹글쓴이
    2010.7.15 21:40 댓글추천 0비추천 0

    아무리 생각해도 올마가 한계지 다운힐은 좀 무리인 듯싶어요.ㅎㅎ

  • 잔차를 한손으로 번쩍 드시느것을 보니...

    아직 근력이 괜찮으신가 봅니다...

    전 못하겠던데요....ㅎㅎㅎ

  • 仁者樂山님께
    靑竹글쓴이
    2010.7.17 04:56 댓글추천 0비추천 0

    늙었다고 자전거 하나 못 들면 밥숫가락 놓아야 되는 거 아닙니까? ㅋㅋ

     

  • 인자요산님... 요산님은 애가 셋이잖아요... 청죽님은 둘... 당연한거지.. ㅋㅋㅋ

  • 십자수님께
    靑竹글쓴이
    2010.7.17 04:59 댓글추천 0비추천 0

    허기사..ㅋㅋ

    그런데 십자수님요.

    천상병 시인의 '歸天'을 클릭질이 빗나가는 바람에

    일천천(千)자가 찍힌 걸 여태 모르고 있었는데

    왜 이번엔 지적을 안 해 주시는 겁니까? 으르릉.

    (천할 천 자나 우물 천 자를 안 찍기 다행이지..에효효~죽으면 늙어야 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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