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장마는 못 참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제부터 온 비인데도 몸이 찌푸둥하고 근질거립니다.
전에 자전거를 열심히 탈 때에는
가장 신경쓰이던 것이 날씨였는데
이제 그런 '병'은 없어졌는데도
역시 비가 오는 것은 반갑지 않습니다.
한 가지
이 비가 그치고 나면 폭포를 찍으러 갈 계획만이
내 머리속에서 반짝 거립니다.
하루 정도 있다가 가면 작년의 이 사진만큼의 사진은 찍을 수 있을테니~~
창 밖을 내다보니 안개가 산 허리를 휘감고
그 혓바닥을 날름거립니다.
흐르는 것은 시간 뿐이 아닙니다.
안개도 흐르고 내 수명도 시간과 함께 흐르고
추억마져도 안개처럼 흘러 갈 것입니다.
카메라를 꺼내서 되는대로 눌러 봅니다.
가는 시간,
흐르는 안개를 잠시 멈춰 놓았을 뿐인데
멈춰진 인생의 한 쪽이 슬픕니다.
'흐르는 것이 어찌 ….'라는 글이 생각이 나서
인터넷을 뒤집니다.
빈 차
-박상일-
봄에 피어서
가을에 지는 꽃
산구비 하나 돌아
버스 종점
화면이 바뀌듯
가을걷이가 끝난 들녘
제비처럼 네가 떠나고
멀리 플라타너스 숲 사이로
아이들 함성
소학교 운동장
이겨라 이겨라
한나절 반나절
햇살같은 것
사람 없는 빈 차가
도로 나가고
어찌 흐르는 것이
꽃잎 뿐이랴
불러도
이제 먼 사람아.
흐르는 것이 어찌 여울뿐이랴
-오세영-
어린 사미의 손목을 잡고
돌다리를 건너다 떨어뜨린
백동전 한 닢.
아이야,
그만 두어라.
흐르는 것 어이 여울 뿐이랴.
어제 네 놀던 연꽃 대좌엔
아침에 산까치가 와서 울더니
저녁엔 솔방울이 앉아 있구나.
흐르고 흘러서 어찌 산이 산이겠느냐.
어린 사미의 손목을 잡고
돌다리 건너 암자 가는 길,
흰 구름 굽이굽이 흘러가는 길.
종교성은 짙지만 아래의 오세영의 시가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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