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에 중풍으로 쓰러졌다가 자전거타기로 기적같이 건강을 회복하신 분. 초창기에 같이 많이 탔었는데 전원생활을 하신다며 점촌으로 내려가 정착하는 바람에 못내 서운했다. 모처럼 상경한 이 형님을 샵에서 만났다.
외상값도 갚을 겸, 마실도 갈 겸해서 거세게 내리는 장맛비 속으로 자전거를 몰아 샵에 들렀더니 2년 전에 전원생활을 한답시고 경북 점촌에 내려가신 휘파람 형님이 모처럼 올라오셔서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는 그간 지낸 이야기들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통닭에 맥주 세 병을 시켜서 먹었는데 역시 비가 오는 날에 먹는 음식은 유난히 맛이 있는 것 같다. 엠티비를 처음 접하던 무렵에 이 형님과 자주 같이 라이딩을 했었는데 벌써 십여 년이 넘었으니 세월이 참 무상하다.
▲본격적인 장맛비에 중랑천 수위가 꽤 높아졌다.
그런데 술을 마시고 화장실에 들르는 걸 깜빡 잊었다. 비도 심하고 저녁도 되고 했으니 20km정도만 타고 집에 돌아가 저녁을 먹을 요량으로 휘파람 형님과 헤어져 중랑천을 달리는데 마신 술 탓에 방광이 당겨온다. 남들이 하는대로 해 보려고 보는 사람이 없는 교각 뒤로 돌아가 보았으나 역시 난 노상방뇨 체질은 못 되는 위인이라 도로 나와서 그저 참으며 달리려니 그도 참 고역이다. 마음이 급해지니 해괴한 발상을 하게 되었는데... 어려서 소변을 잘 못 가린다고 키를 쓰고 소금을 얻으러 다닌 적이 여나므 번 된다는 데에 생각이 미치니,
'그래, 옷에다 실례하는 건 어려서부터 내가 소질이 좀 있는 편이잖여?'
'이렇게 비가 퍼붓는데 우산을 들고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본들 눈치나 채겠어?'
'투명한 빗물과 색깔이 조금 달라도 설마 사람들 눈썰미가 그렇게까지 좋으려구.'
'중랑천의 수질에 조금은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겠지만 뭐 산책객들이 데리고 나온
견공들도 무수히 실례를 하는데 뭐.'
'그리고 어차피 집에 가면 금방 세탁할 옷들인데 뭐.'
'그리고 또 그래. 집에 도착할 무렵이면 내린 빗물이
바짓단 아래로 줄줄 흘러내릴 정도로 무지막지한 이 비에
옷에다 실례한들 거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을 정도일 걸?'
'건강을 위해서 자신의 소변을 마시는 사람들도 있다던데
몸에 바르는 것도 어쩌면 괜찮지 않을까?'
소변이 급하니 이처럼 별 어처구니 없는 망상을 하다가 급기야 예정된 거리의 절반 정도에서 기수, 아니 핸들을 돌려 집으로 허겁지겁 돌아오고 말았다. 득달같이 화장실로 달려가 볼일을 보고 나니 새삼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역시 남아 대장부는 이 정도는 참을 줄 알아야지. 아무렴.'
'문화인의 긍지를 지키려는 나의 이 노력은 참으로 숭고한 거라고 봐.'
마누라가 모르고 자전거 유니폼들을 세탁기에 넣고 빨다가 지퍼가 고장나는 바람에 엊그제 세탁소에 맡겨 거금 7천 원을 주고 튼튼한 지퍼를 새로 달았는데 이렇게 지퍼를 새로 단 옷이 세 벌이다. 세탁기에 지퍼를 망가뜨린 후로 자전거 유니폼은 늘 손빨래를 한다. 그런데 빨래를 하는 일이 귀찮아야 되는데 럴럴럴 콧노래를 부를 정도로 즐거우니 뭔 일인지 모르겠다.
장맛비와 바람에 자전거와 함께 녹아들다.
▲강한 비바람에 갈대들이 몸서리를 치다.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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