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이네요.
여러분은 복날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저는 가까운 곳으로 사진을 찍으러 갔다 오다가
마누라의 심부름으로 마트에 가서 약병아리 몇 마리 사 가지고 왔습니다.
바람은 부는데도 날씨가 뜨거웠습니다.
남들과 같지 않은 생활을 하다 보니
나 혼자의 시간은 많아도
남들과 어울릴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나 혼자의 시간이 많다고 해도
그 많은 시간의 여유가 겨우 한나절입니다.
밤을 새우고 들어와서 오전에 자고 오후의 한나절,
밤 근무를 들어가기 전에 아침나절
그러다 보니 남들과 약속을 하기는 어렵고
더군다나 썰렁한 성격에
주변에 사람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남들이 '격무'라고 쳐 주기도 했던 업무가
요즘은 더 힘들어졌습니다.
조직이 방대하다보니 별 사람이 다 있게되어 있고
그 중에 '한 마리 미꾸라지'는 있게 마련입니다.
모르죠.
내가 그 미꾸라지가 될 수도 있으니까. ㅎㅎ
그래서 요즘엔 걸핏하면 '인권위 제소'입니다.
근무하는 곳이 서울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고
그 중에서도 큰 아파트 단지가 있는(아마 우리나라에 이만한 단지는 많지 않을 듯)곳에서 근무하다보니
시쳇말로 '강남에서는 밀려났어도 주변에서는 돈 벌었다고 들어오는' 아파트 주민들은
안하무인인 사람이 많습니다.
주차장에 가 보면 외제차의 비율이 높고
저 같으면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평수에 사는 사람들이니
'콧대'를 세울만도 하죠.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땅투기라도 해서 돈을 벌었는지 매너가 좋지 않은 사람이 많음은 물론
가정폭력, 자살 또 우울증이나 정신병자도 많은 듯합니다.
우리 세대의 아픔이 그대로 녹아있는 곳이죠.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게 아닌데
글이 옆으로 흘렀네요.
여하튼 혼자 시간을 보내다 보니
혼자하는 일이 좋아지기도 했습니다.
원래 사교성은 거의 없는 자폐성의 사람이
그런 환경이니 그럴 수 밖엔 없다는 생각도듭니다.
다람쥐쳇바퀴 돌듯
같은 생활의 연속이다보니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장마가 소강상태이니 몸이 근질거립니다.
자전거를 끌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작년에도 갔던 흙탕물이 잦아 든
천마산 계곡에 가 볼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겁니다.
산은 꽤 높은데 계곡이 없는 것이 제가 사는 주변의 환경입니다.
장마때나 수량이 늘어나서 사진을 찍을 정도가 되는 것이죠.
차를 타고 가면 마누라가 잔소리를 할 터
반바지에 샌달을 신고 버스를 탑니다.
전에 근무하던 지역이지만 현재 근무하는 곳과 집에서 볼때 반대라
길을 새로 내거나 터널을 뚫거나 하는 일들이 많이 진행되었습니다.
목적을 가지고 가는 길은 항상 즐겁습니다.
버스에서 내려서 아파트 신축현장의 보행자통로를 가면서도
잠시 후면 나타날 맑은 물, 시원한 공기를 떠올리며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길이고 등산을 가던 길이며
근무중엔 오토바이를 타고도 다녀 본 길이지만
카메라를 메고 오르는 길이 더 좋습니다.
나무 하나 하나
꽃 하나 하나를 점호하듯이
세듯, 사진을 찍듯 음미하면서 갑니다.
군립공원이라는 간판이 나오고
산길에 접어들었을때
산의 향기가 맞습니다.
산에서 태어나서 산이 생활의 터전이었던 유년시절에
그 때부터 느꼈던 향기입니다.
칡꽃 향기거나, 누리장나무의 꽃의 향기거나
다른 어떤 것
무엇인지 모를 향기라도
출처를 모를 뿐
그 향기는 이미 알고 있는 것입니다.
아람들이는 되지 못하지만 꽤 큰 낙엽송과
가문비나무, 아까시까지 이 산에는 나무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그 그늘속으로 난 길은 경사가 꽤 되지만
자전거를 타서 조금 낫던 아니던 간에
사진을 찍으러 간다는 기쁨에 머리를 앞으로 내밀고 부지런히 올라갑니다.
물소리가 점점 커지면 내가 전에도 사진을 찍던 장소
작은 폭포에 온 것입니다.
혹시나 누가 폭포에 있지나 않을까
그러면 그냥 다른 곳으로 가야되나 아니면 조금 기다릴까?
다행히 아무도 없습니다.
삼각대와 카메라 가방을 내려놓고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한 얼굴을
한 웅큼 웅킨 물로 씻습니다.
여러 번 씻으면
이 예쁜 자연에게 결례를 하는 것 같아
딱 두 번 얼굴을 문지릅니다.
손을 물에 넣고 얼굴을 두 번 문지른 것은
낯익은 자연, 오늘도 찾아 온 자연에 대한 악수도 됩니다.
작년보다 수량이 작던, 작년에 고민하게 하던 관솔이 옆으로 이동되어 있던
그냥 이 자리,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러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뜁니다.
설혹,
노출이 맞지 않거나 촛점이 덜 맞고
구도가 적당하지 않더라도 대수는 아닐 것입니다.
카메라가 발전하고 사진 찍는 기술이 발전하였어도
내가 좋아하는 방식, 내가 즐기는 방식으로 찍으면
'자폐성' 아마추어작가는 만족입니다.
돌과 돌 사이, 떠내려온 나뭇가지 등을 치우면서
지난 번에 펑크를 때울 때 쓰는 본드로 붙인 샌달의 밑 바닥이 떨어져서
걸을 때마다 우수꽝쓰러워도
한 걸음 한걸음 걷는 발걸음엔 기쁨이 있습니다.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한나절'은 잘 보낸 것입니다.
오늘 찍은 사진입니다.
(혹시 자세히 보지 않으시더라도 제일 괜찮은 것 하나만 선택해주세요.
한 장 빼서 집에 놓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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