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의 일이다.
도락산을 다녀오기 위해 집을 나서려는데 어딘가 찜찜하다.
"다녀오세요."
"응, 그래, 그런데 이상하다."
"왜요?"
"꼭 뭘 빠뜨린 것 같어. 다 챙긴다고 챙겼는데 말야.
기분이 이럴 땐 나중에 가서야 꼭 발견한다니까?"
"아빠가 잘 빠뜨리는 게 별 거 있겠수? 휴대폰? 카메라? 지갑? 헬멧? 고글?
머리띠? 펑크 수리 장비? 공구? (아비가 자전거에 십여 년 이상을 미치고 보니
알 건 다 안다.)"
"다 있어. 그런데 어딘가 캥기는 게 미심쩍단 말야."
'기우겠지' 하면서 집을 나섰는데 산아래 초입부터 갈증이 밀려온다.
물을 마시려고 다운튜브 쪽을 더듬으니 있어야 할 물통이 없다.
'이런! 역시, 물통이었어."
'얼음까지 몇 덩이 넣었는데 젠장, 김치냉장고 위에다 그냥 놓고 왔군.'
▲사패산에서
나가야 별로 돈을 쓸 일은 없지만 꼭 돈을 써야 할 일이 생길 때는 지갑이 없다.
목록을 열심히 체크하면 뭘 하나? 카메라를 챙긴다고 챙겼으나 충전 중인 배터리를
충전기에 꽃아둔 채 껍데기만 덜렁 들고 나가서 백날 셔터를 누르면 뭘 한단 말인가.
가장 잘 놓고 다니는 것이 휴대폰이다.
다시 입에 댄 이래 하루 평균 세 갑 정도 피우는 담배도 곧잘 잊는데
라이터 또한 수시로 빠뜨린다. (이 화상아, 이제 제발 끊자. 끊자. 끊자고!!!!!!!!!)
비오는 날 라이딩이 잦아 빗물에 젖은 깜빡이나 후미등이 멋대로 점멸을 하는 통에
배터리를 분리해 말리곤 하는데 요놈들도 주로 빠뜨리는 목록 중의 하나다.
무엇보다 고달픈 건
펑크 수리장비를 챙기지 않는 날을 골라 펑크가 나는 일이다.
워낙 덜렁대고 건망증이 심한 내게
그저께인가 마누라가 앙증맞은 대바구니를 하나 선물해 주었다.
"당신 자전거 타시고 들어오시면 중요한 물건들 이 바구니에 담으세요.
그래야 나가실 때 좀 조용하시지. 호호."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목록도 외우고 옆에서까지 이렇게 챙겨 주어도 사건은 또 터진다.
완벽한 준비를 마쳤다고 의기양양하여 집을 나서려다,
'가만? 어제 세탁한 새 옷을 놓고 왜 이 옷을 입었지?'
'오늘은 빨간 옷이 어쩐지 좋을 것 같아.'
'오늘같이 더운 날의 복사열 차단엔 흰색 옷이 좋을 거야.'
등등의 변수가 생기는데
다시 돌아와 옷만 덜렁 갈아서 입고는
주머니들에 들어 있는 소지품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대실수를 범하고 마는 것이다.
그런 경우엔 한 가지가 아닌 여러 목록들이 이탈하고 만다.
쇳덩어리를 삼켜도 소화시킬 창창한 쉰둘의 청춘에
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으흑흑.
에효....저만 그런가요?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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