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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딩 준비물 - 그 불완전함

靑竹2010.07.22 22:35조회 수 1352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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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의 일이다.

도락산을 다녀오기 위해 집을 나서려는데 어딘가 찜찜하다.

 

"다녀오세요."

 

"응, 그래, 그런데 이상하다."

 

"왜요?"

 

"꼭 뭘 빠뜨린 것 같어. 다 챙긴다고 챙겼는데 말야.

기분이 이럴 땐 나중에 가서야 꼭 발견한다니까?"

 

"아빠가 잘 빠뜨리는 게 별 거 있겠수? 휴대폰? 카메라? 지갑? 헬멧? 고글?

머리띠? 펑크 수리 장비? 공구?  (아비가 자전거에 십여 년 이상을 미치고 보니

알 건 다 안다.)"

 

"다 있어. 그런데 어딘가 캥기는 게 미심쩍단 말야."

 

'기우겠지' 하면서 집을 나섰는데 산아래 초입부터 갈증이 밀려온다.

물을 마시려고 다운튜브 쪽을 더듬으니 있어야 할 물통이 없다.

 

'이런! 역시, 물통이었어."

 

'얼음까지 몇 덩이 넣었는데 젠장, 김치냉장고 위에다 그냥 놓고 왔군.'

 

▲사패산에서 

 

 

 

나가야 별로 돈을 쓸 일은 없지만 꼭 돈을 써야 할 일이 생길 때는 지갑이 없다.

목록을 열심히 체크하면 뭘 하나? 카메라를 챙긴다고 챙겼으나 충전 중인 배터리를

충전기에 꽃아둔 채 껍데기만 덜렁 들고 나가서 백날 셔터를 누르면 뭘 한단 말인가.

 

가장 잘 놓고 다니는 것이 휴대폰이다.

다시 입에 댄 이래 하루 평균 세 갑 정도 피우는 담배도 곧잘 잊는데

라이터 또한 수시로 빠뜨린다. (이 화상아, 이제 제발 끊자. 끊자. 끊자고!!!!!!!!!)

비오는 날 라이딩이 잦아 빗물에 젖은 깜빡이나 후미등이 멋대로 점멸을 하는 통에

배터리를 분리해 말리곤 하는데 요놈들도 주로 빠뜨리는 목록 중의 하나다.

 

무엇보다 고달픈 건

펑크 수리장비를 챙기지 않는 날을 골라 펑크가 나는 일이다.

 

 

워낙 덜렁대고 건망증이 심한 내게

그저께인가 마누라가 앙증맞은 대바구니를 하나 선물해 주었다.

 

"당신 자전거 타시고 들어오시면 중요한 물건들 이 바구니에 담으세요.

그래야 나가실 때 좀 조용하시지. 호호."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목록도 외우고 옆에서까지 이렇게 챙겨 주어도  사건은 또 터진다.

완벽한 준비를 마쳤다고 의기양양하여 집을 나서려다,

 

'가만? 어제 세탁한 새 옷을 놓고 왜 이 옷을 입었지?'

 

'오늘은 빨간 옷이 어쩐지 좋을 것 같아.'

 

'오늘같이 더운 날의 복사열 차단엔 흰색 옷이 좋을 거야.'

 

등등의 변수가 생기는데

다시 돌아와 옷만 덜렁 갈아서 입고는

주머니들에 들어 있는 소지품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대실수를 범하고 마는 것이다.

그런 경우엔 한 가지가 아닌 여러 목록들이 이탈하고 만다.

 

쇳덩어리를 삼켜도 소화시킬 창창한 쉰둘의 청춘에

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으흑흑.

 

 

에효....저만 그런가요?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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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9시 뉴스에서 자전거 도로에 대해서 한다고 합니다. (by next) 역시..!! 총통입니다. (by 뽀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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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7
  • "쇳덩어리를 삼켜도 소화시킬 창창한 쉰둘의 청춘"

    도 안된 저는

     

    오늘 아침 출근하고 보니

    열쇠를 안갖고 갔더군요

    경비업체에 열쇠좀 열어달라고 부탁하고

    땡볕에서 무려 35분동안... (이놈의 업체를 바꾸고 말지)

     

    점심을 먹으려고 점심를 시켰더니

    수저를 안갖다 주더군요

    젓가락으로 후루룹 쩝쩝...

     

    저녁엔 문을 닫고 보니

    지갑을 두고 나왔더군요

    흑흑흑...

  • 목수님께
    靑竹글쓴이
    2010.7.22 22:59 댓글추천 0비추천 0

    흐이구~ 목수님께서 오늘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셨겠습니다.

    삼가 위로의 말씀 올립니다.

     

    (휴...그런데 밀려드는 이 안도감의 근원이 어딜까?)

  • 靑竹님께

    그 위에 글쓴 이....ㅋㅋ

    3초면 망각한답니다.

     

     

    근데 그것보다 안도감을 느끼시면...곤란합니다. ㅋ...

  • 그래도 산에서 길 잃은적은 없으신가요?

    그래야 집에도 못가고 길거리에서 주무시거나

    구름선비님에게 찾아가서 재워 달라고 하실텐데 ㅋㅎㅎ

  • stom(스탐)님께
    靑竹글쓴이
    2010.7.23 09:08 댓글추천 0비추천 0

    천보산에서 길을 잃고 헤맨 적이 있죠.

    어둑어둑해질 무렵에 간신히 빠져나왔습니다.

     

  • 나도 저 나이(???)가 되면 저러려나???

     

    하지만 청죽님의 건망증은 이젠 거의 치매(???)수준....

    아마 내가 알고 있는 횟수로만 따져도 금연을 외치신지가 몇번인지....쯧쯧....

    본인이 금연 중이었다는 것 조차 잊고 사시나요????

     

    (그나저나...이젠 제 얼굴이나 기억하실런지...원~~~)

  • 풀민님께
    靑竹글쓴이
    2010.7.23 16:33 댓글추천 0비추천 0

    대관절 내가 언제 금연을 외쳤다고...(우기고 보잣!!)

     

    다른 사람은 몰라도 풀민님 얼굴을 잊을 리 있겠습니까? ㅋㅋ

  • 가족들이 서울에 가고 여름내내 혼자 지내는데....

    잔차 끌고 나갔다가 잊은게 있어 다시 집에 들러 챙기고는

    라이딩을 마친후 돌아와 보니 열쇠가 문에 그대로 꼿혀 있더군요.

    급하게 열고 들어 왔다가 그냥 나간 것이지요.........

  • 탑돌이님께
    靑竹글쓴이
    2010.7.23 16:34 댓글추천 0비추천 0

    허걱!!!

    저와 비슷하시군요.

    자전거 꺼낸다고 노루발을 내려 현관문을 열어놓은 채로 그냥 나갔다가

    한 시간 뒤쯤 생각나 부랴부랴 돌아와 닫은 적이...흑.

  • 장가 가면서 거시기만 잊지 않으면 되는거죠.
    정신을 잘 잃(?)지는 않는데 가끔은 나이 탓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풀민님 나이면 잘 모르겠지요. ㅎㅎ
    (도토리 키 재기지 뭐 얼마나 차이가 난다고 그런 소릴 하시는지)
     

  • 구름선비님께
    靑竹글쓴이
    2010.7.23 16:36 댓글추천 0비추천 0

    일단 풀민님도 지천명에 들었으면 거기서 거기지요.

    게다가 '翁' 칭호를 달아드린 세월이 벌써 몇 년인데요.

    그렇죠 선비님?

     

  • 이런 경우는요...

    1.본드는 있는데 팻치가 없다.

    2.팻치는 있는데 본드가 없다.

    3.본드 팻치는 다 있는데 사포가 없다...

     

    1번 2번 은 제가 자주하는 실수입니다... 근데 3번은 대충 해결 되더군요. ㅋㅋㅋ

    작년 서천 투어 때 사진 기억하시는 분 계시려나?  사포는 길가에 널부러진 돌맹이로 가능하다는...

  • 십자수님께
    靑竹글쓴이
    2010.7.23 16:37 댓글추천 0비추천 0

    저는 펑크를 때울 때 여간해서 사포질을 잘 하지 않는데

    그래도 별 이상이 없던데요?

  • ㅎㅎㅎ...맛깔스런 글을 읽으며 빙그레...미소 짓고 갑니다. ^^

  • sevasthan님께
    靑竹글쓴이
    2010.7.23 16:38 댓글추천 0비추천 0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세요.

  • 심심산골에서 체인터져서 10킬로정도 스케이드보드처럼 밀고온적도있습니다^^;

    체인툴만 있었어도 ㅋ

     

  • fa6859님께
    靑竹글쓴이
    2010.7.23 19:38 댓글추천 0비추천 0

    ㅋ~ 고생하셨겠습니다.

    저는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우연히 눈에 띈 쇠못과 쇳덩이와 돌을 주워서 체인툴 대신 해결한 적이 있습니다.

    안간힘을 쓰니 어찌어찌 집에까지 타고 올 정도는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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