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예감 (중랑천에서)
모처럼 동갑내기가 운영하는 잔차포에 들렀더니 오른쪽 다리에 거창한 깁스를 하고 있어 깜짝 놀라 물었더니 슬릭이 나는 가파른 돌길에서 업힐하느라 안간힘을 쓰다가 넘어졌는데 순간적으로 클릿이 빠지지 않아 깔린 다리를 페달에 찍혀 근육이 상당히 손상되어 회복되려면 몇 주의 시간을 요한단다. 평소 클릿페달을 쓰는 요령이 나보다 탁월하고 운동신경도 나보다야 훨씬 뛰어난 친구인데 어쩌다 그런 큰 부상을 입었는지 보기에 안타까웠다.
그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예순은 넘으셨을 법한, 배낭에 조그만 말티즈 한 마리를 넣어 태운 채, 엠티비를 타고 샵에 들르신 어르신 한 분이 클릿페달을 곧잘 빼서 잘 서시더니만 인사를 나누는 사이 불과 5초도 안 되어 아직 클릿이 끼워져 있는 왼쪽으로 자전거가 기우는가 싶더니 그냥 '꽈당'소리를 내며 넘어지시는 게 아닌가.
"아이, x팔려라."
"c不r~ 당장 평페달로 바꿔야지.
(어르신 표현 치고는 과격하시다.ㅋㅋ)
일전에 오뚜기령에 올랐다가 다운힐을 하면서 사실 나도 클릿이 순간적으로 빠지지 않아 페달에 정강이를 찍혔었는데 아직도 상처의 흔적이 남아 있다. 클릿페달이 주는 유혹을 이기지 못해 노면이 어는 동절기가 아니면 늘 장착하고 다니긴 하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면 눈에 띄는 부상을 입은 건 모두 클릿페달을 썼을 때였다고 기억된다. 평페달의 경우, 앞바퀴가 덜컥 걸릴 경우 핸들을 눌러 덤블링을 하듯 앞으로 펄쩍 뛰어 이탈해서 모면한다든가, 아니면 자전거를 앞으로 확 밀어버리고 몸만 따로 구르니 찰과상 외엔 별 부상 없이 용케 빠져나곤 하는데 클릿페달로 돌발상황을 만날 경우엔 이미 중심을 잃기 십상이라 대처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중랑천에서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아파트를 나서려다 동네 아는 아주머니 한 분을 만나 오른쪽 클릿은 그대로 낀 채 자전거 안장에 앉아 인사 몇 마디 나누던 중이었는데 내가 이야기를 하면서 자전거를 이리저리 건들건들했었나 갑자가 부지중에 자전거가 오른쪽으로 기울면서 그대로 "꽈당"소리 요란하게 넘어진 적이 있다. "어머? 00아버님! 선수도 그렇게 넘어지시네요?"하며 놀라기에 클릿페달의 숨겨진 비밀을 알 리 없는 그 아주머니에게 "제가 졸았나 봐요. 하하"하며 얼버무리고 말았었다.
봄을 지나 무더운 여름과 시원한 가을을 보내고 나면 눈이 내리고 땅이 언다. 클릿페달이 주는 치명적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매년 착용은 하지만 클릿페달이란 존재감을 까맣게 잊고 라이딩을 할 정도의 경지에는 한 번도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목에 걸렸던 생선가시가 빠지고 난 후에 남는 묘한 앙금 정도의 미세한 속박감이라 라이딩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지만 그래도 늘 그 존재감을 느낀다. 땅이 어는 동절기에 평페달로 바꾸고 나서의 기분이 그래서 그렇게 마냥 자유롭고 홀가분한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늙어가나 보다. 그렇지만 앞으로 왜 오랜 동안 클릿페달을 사용할 것이다.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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