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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근불가원 - 클릿페달

靑竹2010.07.23 17:29조회 수 1493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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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예감 (중랑천에서)

 

 

 

 

모처럼 동갑내기가 운영하는 잔차포에 들렀더니 오른쪽 다리에 거창한 깁스를 하고 있어 깜짝 놀라 물었더니 슬릭이 나는 가파른 돌길에서 업힐하느라 안간힘을 쓰다가 넘어졌는데 순간적으로 클릿이 빠지지 않아 깔린 다리를 페달에 찍혀 근육이 상당히 손상되어 회복되려면 몇 주의 시간을 요한단다. 평소 클릿페달을 쓰는 요령이 나보다 탁월하고 운동신경도 나보다야 훨씬 뛰어난 친구인데 어쩌다 그런 큰 부상을 입었는지 보기에 안타까웠다.

 

그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예순은 넘으셨을 법한, 배낭에 조그만 말티즈 한 마리를 넣어 태운 채, 엠티비를 타고 샵에 들르신 어르신 한 분이 클릿페달을 곧잘 빼서 잘 서시더니만 인사를 나누는 사이 불과 5초도 안 되어 아직 클릿이 끼워져 있는 왼쪽으로 자전거가 기우는가 싶더니 그냥 '꽈당'소리를 내며 넘어지시는 게 아닌가.

 

"아이, x팔려라."

"c不r~ 당장 평페달로 바꿔야지.

(어르신 표현 치고는 과격하시다.ㅋㅋ)

 

 

일전에 오뚜기령에 올랐다가 다운힐을 하면서 사실 나도 클릿이 순간적으로 빠지지 않아 페달에 정강이를 찍혔었는데 아직도 상처의 흔적이 남아 있다. 클릿페달이 주는 유혹을 이기지 못해 노면이 어는 동절기가 아니면 늘 장착하고 다니긴 하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면 눈에 띄는 부상을 입은 건 모두 클릿페달을 썼을 때였다고 기억된다. 평페달의 경우, 앞바퀴가 덜컥 걸릴 경우 핸들을 눌러 덤블링을 하듯 앞으로 펄쩍 뛰어 이탈해서 모면한다든가, 아니면 자전거를 앞으로 확 밀어버리고 몸만 따로 구르니 찰과상 외엔 별 부상 없이 용케 빠져나곤 하는데 클릿페달로 돌발상황을 만날 경우엔 이미 중심을 잃기 십상이라 대처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중랑천에서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아파트를 나서려다 동네 아는 아주머니 한 분을 만나 오른쪽 클릿은 그대로 낀 채 자전거 안장에 앉아 인사 몇 마디 나누던 중이었는데 내가 이야기를 하면서 자전거를 이리저리 건들건들했었나 갑자가 부지중에 자전거가 오른쪽으로 기울면서 그대로 "꽈당"소리 요란하게 넘어진 적이 있다. "어머? 00아버님! 선수도 그렇게 넘어지시네요?"하며 놀라기에 클릿페달의 숨겨진 비밀을 알 리 없는 그 아주머니에게  "제가 졸았나 봐요. 하하"하며 얼버무리고 말았었다.

 

 

봄을 지나 무더운 여름과 시원한 가을을 보내고 나면 눈이 내리고 땅이 언다. 클릿페달이 주는 치명적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매년 착용은 하지만 클릿페달이란 존재감을 까맣게 잊고 라이딩을 할 정도의 경지에는 한 번도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목에 걸렸던 생선가시가 빠지고 난 후에 남는 묘한 앙금 정도의 미세한 속박감이라 라이딩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지만 그래도 늘 그 존재감을 느낀다. 땅이 어는 동절기에 평페달로 바꾸고 나서의 기분이 그래서 그렇게 마냥 자유롭고 홀가분한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늙어가나 보다. 그렇지만 앞으로 왜 오랜 동안 클릿페달을 사용할 것이다.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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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딩시 오미자차드세요. (by choi3000kr) 속도 개선을 위해 테스트삼아 몇가지 작업을 했습니다. (by Bike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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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청죽님 '꽈당'이야.....이미 예전 부터 유명했었지요.....

    아마 그때는 평페달이었음을 기억하는데.....

     

    예전 과천 공원 순환한답시고 깜깜한 밤에....떼를 지어 갔었는데....

    보도를 올라서다가....한참을 기다려도 오시지 않길래....

    ㅋㅋ 알고 보니...그곳에서 꽈당!!! 

    남들이 알까봐..쉬!! 쉬!!!  

     

    그나저나..전 아직 평페달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혹여..클릿때문에 넘어지면....남들 간단한 상처도 제게는 큰 데미지를 주기 때문에.....

    게다가 80% 이상을 도로 위주로 다니기에...자주 잔차를 내려서야 하는 저로서는...꿈도 꾸질 못한다는...

  • 풀민님께
    靑竹글쓴이
    2010.7.23 19:48 댓글추천 0비추천 0

    (그 냥반 쓸데없는 기억력이 오래도 가시네..불그락푸르락)

     

    풀민님께서 이렇게 자주 납시시니 제가 왜 이리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소. ㅋㅋ

    제 생각에도 여태 해오신대로 그냥 평페달을 쓰시는 게 아마도 좋을 듯싶어요.

    그리고 그 보도턱은 점프를 하려고 했던 것인데 높이가 충분치가 않아 그랬슈..흑흑. 

    그 때 탑튜브에 대차게 찧는 바람에 늦둥이 영농계획이...(잉?)

     

    =3=33=3333=33333

     

  • 하필 클릿을 장착한 날에 산에 가다가 아파트 앞 집 사람을 만났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인사를 하고나니 클릿을 달았다는 것을 알았고
    정말 창피하게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클릿을 뗀지 2년이 다 가고 있습니다.
    클릿을 사용하지 않으면 불안하던 것이
    없어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구요.

  • 구름선비님께
    靑竹글쓴이
    2010.7.24 10:20 댓글추천 0비추천 0

    헛?

    정말 떼셨어요?

    언젠가 선비님 댓글에서

    '내려갈 때 클릿페달이 없으면 오히려 불안하다.'고 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도 나중에 풀샥을 다시 꾸미면 평페달로 다닐 생각입니다.

     

    요 며칠 사진 안 찍으셨어요?

    혼자 뻘쭘하기 싫습니다. ㅋㅋㅋㅋ

     

    -왈바가 안 심심해질 그 날까지-

     

  • "서고 뺄까...?

    빼고 설까....?" 의 오랜 고민으로

    차 후 클립리스 패달은 쳐다 보지 않기로 했습니다.ㅋㅋ

  • 그러니까... 벌써 십여년전...클립페달 처음 달았을적에 잔차랑 같이 훌러덩 넘어지서리

    클립이 빠지질않아.. 바둥..바둥대던 그때가 생각납니다..

    혼자서는 도저히 못빼서 지나가던 초등학생에게 잔차좀 잡아달랬던 쪽팔림이...

    그래도 팔팔했던 그시절이 그립군요.. 그초등생도 이젠 20대 중반의 건장한 청년이 돼 있겠군요..^^

  • 자전거 처음 탈때 중심잡지 못해 넘어져본적 있으시죠?

    그냥 과정이입니다

    그래도 평페달보다는 여러모로 좋을겁니다

    자세도 잡아주고 힘전달도 좋고.....제일 중요한 뽀다구가 나거든요 ㅎㅎㅎ

  • 한대는 클릿, 한대는 평페달을 쓰는데

    클릿에 익숙해 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을 쓰면 왠지 구속에서 해방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수 없습니다.

    타고 내리기가 자유롭고,올마나 프리 타시는 분들이 평을 쓰는 이유도 알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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