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현장. 1982년 제대 후, 직장생활이 싫어 리어카를 구입, 풍운의 꿈을 품고 과일장사를 시도했던 적이 있는데 3개월 만에 두 손을 들고 말았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치는데 아는 분게서 큰 소리로 부르기에 갔더니 자두를 한 보따리 사서 기어이 안겨 준다. 각박한 세상이지만 과일을 사는 아주머니들의 표정에 넉넉함이 배어난다.
◆명성황후형
가부장적인 전통이 물씬한 분들 중에 이런 분들이 많다.
덜컥 질러 놓고는 서슬이 퍼런 부인에게 위축될 법하건만
"내가 조선의 국모다"하며 꼿꼿함을 잃지 않았던 명성황후처럼
언제나 당당함을 잃지 않는다.
◆가격은폐형
가장 많은 유형이다. 나도 물론 이런 유형에 속한다.
처음 엠티비를 사고는 십만 원짜리라고 속였다.
"십만 원짜리가 어째 빤짝빤짝하네요?"
"응, 요즘은 중국산이고 국산이고 때깔이 다 괜찮은가 봐."
그 바람에 한 번 호되게 경을 치긴 했다.
내가 없는 사이에 마누라가 대청소를 한답시고 베란다에 모셔 둔
자전거를 복도에 내어 놓았는데 밤에 들어가니 그 때까지 복도에..
그 때 기절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나의 책망에,
"그깟 십만 원짜리를 누가 집어간다고 그렇게 화를 내고 그러세요?"(ㅡ,.ㅡ)
며칠 전에 어떤 분께서 티타늄 자전거를 구입했는데
로고니 스티커들이니 모조리 제거되어 말끔한 게 아닌가?
이유를 물었더니 부인에게 생활자전거라고 속이려고 그런다나?
◆은닉형
지르긴 했으나 선뜻 집에 가지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아
샵이나 사무실 등에 은닉해 놓는 형.
그간의 무분별한 지름질로 부인에게 최후통첩을 받은 경우가 많으며
오랜 시간 공들여 조성한 비자금으로 덜컥 지르긴 했지만
가지고 들어가자니 비자금 출처를 추궁받을까 전전긍긍할 경우도
이런 유형에 들고 만다.
◆맞불형
부인의 엄중한 추궁에 궁지에 몰리다가
"그러는 당신은 지난 가을에 밍크코트 안 질렀냐?"며
지난 일을 걸고 늘어져 맞불을 놓아 모면하려는 유형.
◆물물교환 위장형
저가의 물건을 처분한 금액에 더 많은 돈을 추가해 고가품을 구입한 뒤,
다른 사람과 바꾼 거라고 속이는 건 물론이고 능청 한 술 더 뜬다.
"아는 사람이 바꿔 타자고 하더라고.
그런데 내가 아무래도 손해본 거 같어."
◆장래설계형
순수하신 분들 중에 이런 유형이 많다.
추궁하는 부인에게 무조건 이실직고를 한 연후에
"내가 앞으로 뭐든지 잘 할게, 말만 해"하며 자신의 지름으로 인하여
장차 상당한 물적, 신체적, 정신적 보상이
부인에게 있을 거라는 기대를 안겨 준다.
◆만고강산형
가장 행복한 유형이다.
부인이 엠티비에 관해 지식도, 관심도, 안목도 전무한 터라,
자전거가 눈에 띄게 달라졌어도 전혀 눈치를 못 채는 경우가
이 유형에 해당한다.
이미 다 포기한 터라 남편이 뭘 하든지 무관심해
소 닭 보듯 하는 걸 이 유형과 혼동하지 말지어다.
만고강산형. 이런 복은 타고나는 것이다. 케헹~
▲도락산에서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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