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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를 슬프게 하는 것들

靑竹2010.07.28 01:57조회 수 1220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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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사에서(7/27)

 

 

라이더를 슬프게 하는 것들


언덕을 오르다 한계점에 다다랐을 때 느닷없이 나타나 응원을 하는 갤러리들이 우리 라이더를 슬프게 한다. 안간힘을 쓰며 업힐을 하다가 멀리 앞에 보이는 뽀족한 돌을 발견하고 우회할 생각을 진작에 품으나 결국 무당 작두를 타듯 뾰족한 돌을 아둥바둥 타고 넘는 자신의 모습이 우리 라이더를 슬프게 한다.

 

 

사거리에서 클릿을 빼지 못해 넘어져 뒤집어진 거북처럼 버둥거리고 있을 때, 안타까워하는 사람들 속에 유쾌한 웃음을 웃는 사람들 숫자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 우리 라이더를 슬프게 한다. 기나긴 업힐을 시작하면서 "남자분들과 타려니 겁이 나네요. 살살 봐 주세요."하던 여인은 초장부터 쏜살같이 달아나 시야에서 사라지고 부실한 무르팍이 깨져라 꾸역꾸역 페달을 밟으며 기약없이 하염없이 뒤를 좇으며 바라보는 의구한 산천이 우리 라이더를 진정 슬프게 한다.


 

다스베이더처럼 완벽한 무장을 하고 중랑천을 달리던 중, 맹렬하게 추월하는 토끼장을 짐칸에 장착한 생활자전를 되따라잡으려 40km/h까지 올려 보지만 한 번 힐끗 뒤를 돌아본 후, 삐그덕 소리 아련하게 멀어지며 가물가물 시야에서 사라져 가는 토끼장 자전거의 모습이 우리 라이더를 슬프게 한다.


 

별 생각 없이 앞에 가는 인라인스케이터를 추월하려는데 아무리 밟아도 뒤꼭지에 바짝 따라붙으며 울리는 '턱턱'하는 인라인스케이터의 발소리를 떼놓을 재간이 없을 때 '아, 저런 원시적인 직립인간에게 이 첨단 매커니즘으로 무장한 내가 당하는구나'하는 서글픈 현실이 우리 라이더를 슬프게 한다.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을 모신답시고 같이 업힐을 하지만 의외로 한참 뒤처져 따르다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던 어르신의 "젊은 게 좋긴 좋구만. 생각보다 잘 따라오시네?"하는 비수같은 한 마디가 우리 라이더를 슬프게 한다.


 

힘든 업힐이 있으면 신나는 다운힐이 보상으로 따르는 법. 그러나 신나게 다운힐을 한 뒤 문득 깨닫는, 산꼭대기에 배낭을 벗어두고 내려왔다는 매몰찬 현실이 우리 라이더를 진정 슬프게 한다. 풀샥 잔차를  들고 계단을 걸어서 내려갈 때,  옆에서 하드테일로 씩씩하게 계단을 타고 내려가는 일행의 모습이 우리 라이더를 슬프다 못해 아프게 한다. 젠장.

 

 

 

 

 

 

 

▲중랑천에서 만난 귀여운 아기. 보는 순간 불현듯 막내동생의 어릴 때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벌써 40대 중반이 되었지만 내게는 막내동생이 아직 아이만 같다. (중랑천에서. 7/27)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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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남·북·미·중 천안함 공동조사” 제안 (by 바보이반) 여전한 업힐의 즐거움 (by 靑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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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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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ㅎㅎ...맛갈나는 글, 아침부터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해주시는 군요.

    첫번째와 두번째는 공감이 많이 가는군요.

    정상까지 쉬지않고 기어변속도 없이 헤머링(이거이 맞나요?)으로 올라가서...

    화~악....하고 숨을 내쉬면서 안장에 앉는 순간에 느닷없이 나타나는 겔러리들도 서운하죠...ㅋ

    정작, 산에서는 클릿이 고마울따름인데, 파란불 기다리다가 사람들 앞에서 철퍼덕..바둥거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 동행하던 친구가 되레 더 ...저한테 엄청 큰소리로 꾸지람을 하더라구요...

    나중에 '너 왜그랬어?'  물었더니, '너두 내가 오버해서 덜 쪽팔렸잖아...ㅋ' 그러더군요..ㅎㅎ

     

    아참...靑竹님께서 올리신 글을 많은 분들이 보시고 계시니,

    잠깐 새로 라이딩을 시작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약간 외람된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다름이 아니옵고, 제가 요세 한강만 타고 있는데, 미사리가는 길이 생기고 고개 오르막 길이

    상당히 되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밟지 않고 내려와도 50km/h(mtb)까지는 쉽게 가속이 되던데요,

    물론, 노련하신 분들께서는 제대로된 웨이백(웨이트백)으로 체중을 안장 뒤로하시면서 최대로 무게중심을

    낮추어서 안정된자세로 쏘시지만...아무래도 속도는 줄이시는 편이...

    게중 어설프게 내리막 질주를 따라하시는 분들이 계셔서요. 바로 이런 겁니다.~!

    자세를 보면 무릅과 허리를 곧게 세우시고 안장위로 최대한 자세를 높히시는 겁니다.

    이러시면 큰일 납니다. 만일 앞바퀴에 둔턱이나 자칫 부렉 미숙으로 중심이 흔들리면,

    바로 머리를 아스팔트 바닦에 자전거 앞바퀴보다 앞에서 박아버리실 수 있습니다.

    지금은 다운힐/업힐이 금지되었지만, 예전의 다운힐 사고(바퀴달린 것들은 모두포함)가

    많았던 하늘공원이 생각납니다.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안전하겠지...라고 생각하시면, 엄청난 오산 이십니다.

    자동차는 운전석이라는 보호장치가 있지만...이경우 자전거는 즉사 할수 있습니다.

    예전에 비슷한 경우로 청계천근처 공사가 한창일때, 일반 자전거로 사망하신 분이 계십니다.

     참으로 어이없는 사건이었습니다. 실수로 앞부렉만 잡아도 공중제비를 하는 것이

    자전거의 특성임은 많은 분들이 경험하셨으리라 짐작합니다.

     

    제가 물론, 靑竹님의 글에 누가 될려고 이런 분위기와 거리가 먼 글을 올린 것은 아니고

    靑竹님의 글에 답글로 올리면 더 많은 분들이 보시지않을까하는 생각에서 올렸습니다

    靑竹님 죄송합니다...(^.,^;;;   제가 막내동생님 보다도 훨씬 어리군요.

     

  • 짧은다리님께
    靑竹글쓴이
    2010.7.28 10:56 댓글추천 0비추천 0

    헛, 짧은다리님. 죄송이라니요.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하늘공원에 참 많이도 갔었는데요.

    이렇게 유익한 글이 댓글로 달릴 게 아니라 따로 올리셨어야 하는데요.ㅎ~

    이륜차가 가지는 태생적 불안정함을 우리 모두 항상 인식하고

    경계해야 할 것 같아요.

     

    청계천 사건은 저도 기억합니다.

    공사 구간을 지나던 남성분께서 굵은 케이블을 넘으려다 미끄러지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옆에 적치해 둔 벽돌더미 쪽으로 넘어지면서

    벽돌에 머리를 부딪히는 바람에 안타깝게 사망한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헬멧을 쓰고 있었다면 가벼운 찰과상으로 그쳤을 사고였기에

    더욱 안타까운 일이었지요.

     

    그렇게 쏘다녔어도 미사리쪽은 한 번도 가 보지 않았는데

    언제 한 번 다녀와야겠네요.

     

    즐거운 하루 보내십시오.

  • 슬프게 하는 글이 아침 웃음을 주시네요.

    재미 있게 잘 읽고 갑니다.

  • 고장난시계님께
    靑竹글쓴이
    2010.7.28 10:59 댓글추천 0비추천 0

    오랜만에 고장난시계님을 뵙는군요.

    즐거운 하루 보내십시오.^^

  • 한 동안...남산 오르기를 자주 할 때가 있었(????)습니다....

    마지막 깔딱고개에서...오늘은 힘 안쓰고 끌바로 오르리라...결심을 하고 올라도....

     

    일본 관광객들의 환호성(??)과...유일하게(???) 알아 듣는 "기레이데스네~~~~" 때문에...

    호흡 멈추는 즐 모르고 결국은 팔각정에 올라가는 나날들.....

     

    헌데...아차차..반포 매점 인근의 의자에 벗어 놓은 배낭 생각으로....

    숨한번 돌리키지 못하고....다시 돌아야가야는 현실....흑!!!

     

    반대로 그렇게 오른 남산이건만.....이태원 뒷풀이집에 와서야 생각이나는 벗어 놓은 배낭....

    그래서 배고픔을 참고 다시 죽을 둥 살둥....다시 올라 배낭을 찾았는데.....

    오잉??? 아까 남산에서 봤던 분이 다시 올라 오는....

    "내일 부터 몇일간 못오기 때문에..오늘 다른 날 몫까지 다 타야해서리~~

    이제 6번인데..한번 더 남았습니다..."

     

    참 이런 분들 보면...전 슬퍼집니다.....

  • 웃으면서 공감하면서 잘 읽었습니다.^^

  • 이곳에는 자전거가 아직도 유용한 수송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번은 라이딩 하다가 마주친 화물 운반용 세발자전거 주인에게 사정하여

    한번 타봤는데 빈수레인데도 방향잡고 가기도 어렵더군요.

    이후로는 그위에 벽돌을 가득 싣고 타고 다니는 사람들 보면 좌절감이 듭니다.

  • 그녀석 참... 예쁘네...

    나중 크면 원빈 못지 않겠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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