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련다 떠나련다 2010-백두대간 9개령 도전기(1일차)

by 훈이아빠 posted Aug 0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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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이제 본격편입니다.

 

7월 27일 아침 5시에 알람을 맞추고 그 시각에 일어났습니다.

 

잠자는 아내에게 잘 다녀오겠다고 동부시외버스터미널이 있는 부산 노포동으로 향합니다.

 

아뿔싸... 이게 웬일 입니까?

 

앞바퀴가 푹 꺼져있습니다. 지금껏 펑크가 한 번도 난적이 없었는데

 

펑크가 나있습니다. 지금부터 열심히 달려야 겨우 6시 58분차에 시간을 맞출 수 있는데

 

시작도 하기전 이거 참 난감하군요. 개고생 한다고 가지말라는 뜻인가?

 

집으로 다시 올라가 튜브를 바꾸고 아내에게 터미널까지 차량으로 태워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출발전 시계입니다.

 

 

 

6시 40분쯤 노포동 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무사히 표를 끊고 자전거를 차에 싣습니다.

 

강원여객 버스로 동해까지 점프입니다.

 

여름인데도 버스에는 딸랑 7명만 승차해서 7번 국도를 달립니다.

 

포항에서 기사분 커피 한 잔 뽑아드리니 좋아하십니다. 저도 한 잔 마시고

 

망양휴게소에서 푸른 동해를 바라봅니다. 물색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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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시에 들어가기전 백복령으로 올라가는 사거리에서 기사님이 세워주십니다.

 

감사합니다. 강원여객 기사분들은 참 친절하신 거 같네요.

 

예상보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해서 자전거를 셋팅하니 11시 33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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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의 잔차방을 찾았습니다. 튜브가 찢어져서 못쓰게 되어 예비 튜브가 필요했었습니다.

 

마침 내린 곳 근처에 그린바이크라는 엠티비 전문샵이 있어서 들렀습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로드용 튜브 재고가 없었습니다.

 

이제 펑크나면 무조건 택시 불러서 가야하네요.

 

다행히 길 사정이 좋다고 하니 그냥 고고씽입니다.

 

튜브의 펑크운은 하늘에게 맡기고 말입니다.

 

정선에 가면 엠티비샵이 있다고 하니까 일단 정선으로 달립니다.

 

하늘을 보니 정말 깝깝합니다. 푸르디 푸른 하늘은 "그래, 오늘 너 한 번 죽어봐라" 하는 거 같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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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저수지를 지나서 저멀리에 고개마루가 보입니다.

 

길 끝에 쭉 갈라진 곳이 백봉령의 끝인가? 하는 순진한 마음으로 페달을 밟습니다.

 

몸이 덜 풀린데다가 맞바람도 강한 편이어서 조금 힘듭니다.

 

우려했던 햇볕도 머리 꼭대기에서 저를 아주 죽여주는군요.

 

굽이굽이 경사를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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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그늘이 없어서 나무숲이 있는 곳에서 휴식을 취합니다.

 

간간히 지나가는 자동차 운전자들은 '절마 저거 이 더운 날 돌았나? 하는 눈으로 쳐다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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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까 보이던 그곳이 백봉령이 아니었습니다.

 

남면치라던가? 옥계로 가는 길과 정선가는 길이 갈라지는

 

중간 분기점이었습니다. 정상 휴게소의 아줌니가 올라온만큼 더 올라가야 된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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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늘도 없습니다. 경사는 완만하게 계속 굽이굽이 이어졌습니다.

 

햇볓과 맞바람만 아니면 가을 즈음에 타면 정말 재미있는 업힐일 것 같습니다.

 

지루한 업힐을 음악을 위안 삼아 달려봅니다. 그런데 허리 정말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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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을 져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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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업힐은 계속 이렇게 이어집니다.

 

한구비 돌면 또 한구비, 또 한구비...

 

자전거의 속도계가 23킬로미터 즈음을 가리킬 무렵

 

드디어 백봉령 정상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옵니다.

 

와 만세입니다. 이 기분을 느끼기 위해 그 힘든 업힐을 하는 것이니까요.

 

확실히 백두대간의 령들은 서쪽보다 동쪽에서 오르는게 모두 길고 힘이 듭니다.

 

반대로 오면 오르막은 짧고 내리막은 길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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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첫번째 백두대간 령인 백복령입니다.

 

감개무량하군요. ㅎㅎ

 

조금 있으니 나이드신 영감님 한 분이 생활사이클을 타고 올라오십니다.

 

거의 매일 백복령을 오른다고 하시더군요.

 

날씨 시원하면 시간을 10분 이상 단축할 수 있다고 하시네요.

 

하여간 어르신 대단하십니다. 라고 여쭈니 정신력으로 오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라이딩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백복령의 정상에서 강원도는 정선군과 강릉시로 갈립니다.

 

이제 정선으로 신나게 올라온만큼 내려가면 됩니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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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대를 품고 다운힐을 퓨웅 조금하니까 또 오르막이 나타납니다.

 

오잉? 이게 뭣이여?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오릅니다.

 

갈고개라는 언덕을 조금 올라서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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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부터 다시 다운힐이다!! 라고 외치며 신나게 내려가나 싶었는데

 

이제는 맞바람입니다.

 

페달질을 하지 않으면 분명히 내리막인데 안내려가더군요.

 

서에서 동으로 미친 듯이 바람이 불어댑니다.

 

임계까지 업힐하는 기분으로 내리막을 내려갔습니다.

 

허리가 끊어질 거 같아서 임계에 도착하자마자

 

배낭을 택배로 보내 버렸습니다.

 

자물쇠, 선크림, 지갑, 카메라만 딱 챙기고 나머지는 모두 집으로...

 

마누라가 바리바리 싸준 거 모두 집으로...^^

 

배낭을 벗고나니 기분이 아주 좋아졌습니다. 몸도 가벼워지고

 

우체국 직원에게 물어봅니다. 삽당령이 낫나요? 닭목령이 낫나요?라고 물으니

 

닭목령은 길이 좋지 않다고 삽당령을 추천하네요?

 

음... 삽당령은 작년에 넘어봤지만 싱겁기도 싱겁거니와 차도 많이 다녀서 별로던데 말입니다.

 

닭목령이 구배가 쎄다고 괜시리 겁을 주고 사고도 많이 난다고 하니 이거참..

 

일단 중국집에 들러서 늦은 점심을 해결하면서 정선 출신의 선배에게 전화합니다.

 

당연히 닭목령을 추천합니다. 차가 없고 조용한 시골길이라 추천하시네요.

 

중국집 여사장님도 닭목령이 좋다고 강추를 하셔서 순간 굴리던 머리는 스톱하고

 

닭목령으로 접어듭니다.

 

고단으로 가는 길 간단하게 버들고개 하나 넘어줍니다.

 

뭐 임계와 표고차가 150미터 정도로 많이 나지 않아서 오르막도 아닙니다. 이정도는...

 

그리고 고단리에서 닭목령으로 접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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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고개를 넘어서 고단리로 들어서자 눈에 익은 고랭지 채소밭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배추, 무, 감자, 옥수수 등이 지천으로 널려있고

 

규모 또한 상당합니다.

 

간간히 지나가는 동네주민들 차량외에는 없는 한적한 길을

 

혼자서 신나게 노래부르며 달려갑니다.

 

배낭이 없으니 어깨도 가볍고, 허리도 덜 아프고 아주 좋습니다.

 

신나게 달리면서 한적한 풍광을 찍어봅니다.

 

이것이 강원도 라이딩의 맛입니다.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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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좋아져서 달리는 모습도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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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오르막인데 정말 가볍게 크랭크가 돌아갑니다.

 

한적한 길을 온통 내것으로 소유해서 달리는 기분이 날아갈 거 같습니다.

 

이 맛에 저는 강원도에 옵니다.

 

몸도 풀렸는지 오르막인데도 23킬로미터/시 정도의 속도가 나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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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대관령 넘어봤지만 시시했기 때문에 거의 횡계에 다 간 기분으로 라이딩을 합니다.

 

하지만 이 때 자제했어야 했습니다.

 

중간에 경사가 제법 있는 고개를 하나 넘고

 

약간의 경사가 계속 이어져 있는 고개를 달려가니 닭목령이 저 앞에서 손짓합니다.

 

사람도 없는 닭목령... 휴가철이 아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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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성산까지는 주욱 다운힐입니다.

 

구불구불 구배가 아주 세기 때문에

 

다운힐을 하는 손목에 힘이 들어가더군요.

 

상수원으로 쓰이는 계곡길을 왼쪽으로 끼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신나게 내려갔습니다.

 

드디어 성산 삼거리에 도착을 해서 작년에 들렀던 아줌니 슈퍼에 가서

 

파워레이드 하나 마시고 대관령 업힐을 시작합니다.

 

오늘은 대관령을 넘어서 횡계에서 자야하니까요.

 

이제 해는 대관령 너머로 넘어갔습니다. 바람이 불기는 했지만 여건은 좋습니다.

 

대관령 자연휴양림까지는 정말 편안하게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페이스가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맞바람은 나를 강릉으로 밀쳐내려하고, 힘 떨어진 허벅지는 퍽퍽하고

 

쥐가 가끔씩 나며 이상해집니다.

 

어? 이거 왜이렇지? 왜이렇지? 하면서 기를 쓰고 페달을 밟아보나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습니다. 낭패입니다. 이러다 해지면 안되는데...

 

무심한 오토바이 라이더는 코너링 연습하는지

 

몇 번씩이나 매연을 뿜으며 내옆을 지나갑니다.

 

한 두번은 부럽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세번째부터는 욕나옵니다.

 

저런**끼... 힘드니 악만 받치네요.ㅎㅎ

 

네번째 다시 지나가면 붙잡아서 시비라도 걸려고 했으나 오지 않더군요.

 

개인적으로 고출력 오토바이의 빠다당 거리는 굉음을 굉장히 싫어하는데다

 

지친 심신으로 날카로워져 있었던 모양입니다.

 

사실 줄이라도 달아서 나 좀 끌고 가주소... 라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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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까지 구비구비마다

 

뱉어 놓은 제 욕이 아마 엄청나게 쌓여 있을 겁니다.

 

그날 강하게 불어대던 서풍에 날아갔으려나요?

 

정말 미친 듯한 광풍이 불어제끼는 대관령을 기어이 올랐습니다.

 

자전거를 세워두니 날아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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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사진촬영을 끝내고 횡계로 내려갑니다.

 

횡계에서 대관령을 넘는 라이더 세사람을 마주칩니다.

 

서로에게 화이팅을 외치며 지나쳤습니다.

 

대관령에서 내려가서 횡계로 향하는 길은 정말 길게 느껴졌습니다.

 

왜이렇게 힘떨어지고 괴로운 것일까 가만 생각해보니

 

오늘 먹은 것이 김밥 1줄(아침), 짜장면 1그릇(점심), 파워레이드 1개, 포카리 1캔, 그게 다였네요.

 

물을 많이 마시다보니 공복감을 못느껴 영양 섭취를 제대로 못한 모양입니다.

 

횡계의 동호장에 방을 잡고(에어컨 없습니다. 시원하다고 하나 별로 안시원합니다. 비추)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1인분이라 그런지 식당에서 괄세하는군요. 쩝...

 

금촌회관이라는 곳에서 겨우 오삼불고기로 저녁을 먹습니다.

 

맛있더군요. 두 군데 퇴짜 맞고 간 식당이라 더 맛있어는지도...

 

그 뒤로도 느꼈지만 점심, 아침 해결이 산골이 깊어질 수록 힘들어졌습니다.

 

1인분을 판매하는 것을 기피하는 식당들이 너무 많더군요.

 

강원도 내륙지역 라이딩에서 제일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몇 시간씩 문전박대 당한 후 밥을 못먹고 라이딩을 하다보면 욕 나오죠. ㅠ.ㅜ

 

식사를 마치고 여관에서 단잠에 빠집니다.

 

휴... 내일은 고개들이 어떻게 저를 물고 늘어지려는지 걱정입니다.

 

소모칼로리 : 4924Kcal

 

라이딩 거리 : 90.9Km

 

라이딩 시간 : 5:59:59

 

넘은 고개 : 남면치, 백복령, 갈고개, 버들고개, 이름모를 고개, 닭목령, 대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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