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자전거 출입을 통제하는 산이 많아 저녁에 주로 산을 오르게 된다. (8/1 호암사)
가파른 고개를 자전거로 오르다 지칠 때면 무거운 지게를 짊어지시고 한 번도 쉬지 않고 기나긴 고개를 넘으시던 아버님을 무엄하게도 떠올린다. 베잠방이 아래로 보이는 아버님의 종아리엔 굵은 힘줄이 솟았고, 허름한 베적삼 위로 더운 땀김이 모락모락 나는 아버님의 뒤를 고작 연장 몇 개 들고 투덜투덜 따랐던 철없던 시절이여. 자전거로 오르다 이마에 흐른 땀이 눈에 들어 쓰릴 때면 두툼한 지게끈 한 귀퉁이에 매달고 다니시며 이따금씩 땀을 훔치곤 하시던 아버님의 때절은 수건을 떠올린다.
포기하고 내릴까 하다가도 가끔씩 '휘~' 하는 소리를 내시며 깊은 숨을 내쉬시던 아버님의 호흡을 흉내내며 포기하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웠던 아버님. 그러나 늘 따라다니며 맡던 아버님의 땀냄새가 좋았다. 세상을 바꾸려는 자들도 있지만 세상에 순응하려는 편에 속하셨던 나의 아버님. 이제 팔순을 넘긴 아버님의 서슬이 퍼랬던 안광은 촛점이 약해지시고 풀이 죽은 어깨는 한없이 작아 보인다. 일전에 치매 증상이 있으신 어머님을 씻겨 드리다 어머님께서 살짝 넘어지시며 다치시는 바람에 그 무섭기만 했던 아버님께서 눈물을 다 보이셨다.
"네 어머니가 수십 년을 날 위해 희생했는데 이제 내가 네 어머니를 위해 희생해 봤자 앞으로 얼마나 더 산다고."
대가족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무거운 지게를 지셨던 아버님을 단순히 즐거움과 건강을 위해 자전거를 타며 떠올리노라니 그 불경스러움에 그저 송구하고 면목이 없다. 여름이 간다.
不孝父母 死後悔(불효부모 사후회)
▲자전거 인구가 확실히 늘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이 호젓한 호암사엔 늘 혼자였는데 요즘은 누굴 만나도 만나게 된다. 의정부에서 방학동까지 자출하신다는 분을 만나다.
▲내가 최초로 탔던 기종인 휠러7900zx를 이 분께서 타신다. 5년 동안 무려 75,000km를 달리며 얼마나 정이 들었던 프레임인가. 원래 쓰던 물건을 내다 파는 성격도 아니거니와 팔기가 아까워서 외삼촌께 평생 대여해 드렸다.
자전거가 좋다
댓글 달기